미국서 나온 ‘시진핑 교체' 보고서... 중국 “레드라인 넘지마라”
‘더 긴 전문(The Longer Telegram): 새로운 미국의 중국 전략에 대해.’
28일(현지 시각)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은 이런 제목의 80쪽짜리 보고서를 공개했다. 중국이 미국과 세계에 가하는 위협을 막기 위해서는 중국 공산당 내부의 분열을 이용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교체(replace)’하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라는 매우 강경한 내용이었다. 필자 이름은 ‘익명인(anonymous)’. 이 보고서를 요약한 형태의 기고문을 같은 날 게재한 미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익명의 필자가 “대중 관계에 깊은 전문성과 경험을 지닌 전직 고위 정부 관료”라고 전했다.
‘더 긴 전문'이란 제목부터 발표 형식까지 모든 것이 1946년 소련 주재 미국 대리 대사였던 조지 케넌이 미 국무부에 보냈던 ‘긴 전문(Long telegram)’을 연상시켰다. 미국 안보를 위해 소련을 ‘봉쇄'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글은 1947년 7월 미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도 ‘미스터 엑스(Mr. X)’란 가명으로 발표됐고, 냉전기 미국의 대소련 정책 형성에 큰 영향을 줬다.
74년 후 등장한 ‘더 긴 전문'의 필자는 “미국이 21세기에 직면한 단 하나의 가장 중요한 도전은 시진핑 국가주석 하에서 점점 더 전체주의적이 되어가는 중국의 부상”이라고 했다. 시진핑을 정조준해 “중국을 전통적 마르크스-레닌주의로 돌려놓고 마오쩌둥과 유사한 개인 숭배를 조장”하고 있으며, “저항하는 중국 내 소수 민족에 대한 대우는 인종 학살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또 중국이나 공산당원 전체를 공격하면 시진핑이 민족주의적 감정을 이용해 단합을 강조하며 권력을 공고화할 수 있으므로 시진핑을 집중 겨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산당 내부보다는 시진핑을 겨냥해 교체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중국의 정권 교체가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미·중 갈등이 새로운 차원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상징한다. 익명의 전직 관료가 쓴 글이지만 여기엔 중국에 대한 미국 행정부와 정가의 시각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42년 만에 샤오메이친 주미 대만 대표를 초대했다. 대만을 독립된 국가가 아니라 자국의 일개 성(省)으로 보며, 다른 국가와의 공식 교류를 반대하는 중국에 대한 일종의 경고였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19일 인준 청문회에서 “미국은 중국을 능가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각료들도 대중 견제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중국도 대만 등 핵심 이익과 관련해서는 전쟁까지 언급하며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중국 국방부 우첸 대변인은 28일 기자회견에서 영어로 “중국을 봉쇄하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대만 독립 세력’에 대해서는 “불장난하다가는 자신을 태울 뿐”이라며 “대만 독립은 곧 전쟁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추톈카이 주미 중국 대사는 27일 온라인 포럼에서 미·중 관계에 대해 “중국의 주권과 통일, 영토 보존이 걸린 문제에선 타협할 여지가 없다”며 “중국의 레드라인(금지선)에 도전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인민일보가 전했다. 앞서 시진핑 주석도 26일 다보스 특별정상회의 화상연설에서 “국제사회에서 ‘소집단’을 만들고 ‘신냉전’을 시작한다든지, 남을 배척·위협·협박하고 걸핏하면 디커플링(탈동조화), 공급망 단절, 제재를 하며 인위적으로 고립과 소외를 조성하는 것은 세계를 분열하고 대립으로 몰아갈 뿐”이라고 했다.
양국이 특정 분야 문제가 아니라 ‘미래 세계 질서‘를 놓고 경쟁하기 시작한 만큼 미·중 갈등은 장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 관료를 다수 배출한 신미국안보센터(CNAS)는 연방의회 지시로 연구해 작년 1월 발간한 ‘중국의 도전에 맞서’란 보고서에서 미·중 경쟁을 ‘자유’와 ‘비자유’, ‘열린 세계’와 ‘닫힌 세계’의 대결로 봤다. 또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중국의 강압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도록 만들기 위해 미국이 “‘중화주의적 미래를 대체할 매력적이고, 장기적으로 실행 가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입장에선 ‘미래 비전’을 놓고 중국과 물러설 수 없는 장기적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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