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쉴 수 있게"..'상병수당' 도입 국회 첫 논의
[앵커]
“아프면 집에서 쉽니다”
코로나19 생활방역수칙 1번이죠.
당연한 말 같지만 그림의 떡일 뿐이라는 노동자가 더 많습니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10명 중 4명이 연차를 마음대로 쓰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벌이가 줄거나 나중에 불이익을 당할까봐 아프고 힘들어도 참는 경우가 많다는 거겠죠.
그러다보니 몸은 더욱 안 좋아지고, 끝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합니다.
지난 5년 사이 노동자 1,148명이 과로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문제는 과로사 노동자 수, 해마다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택배 노동자 역시 과로사가 이어지면서 업무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데 국민 10명 중 8명이 동의했다는 내용 어제(28일)도 전해드린 바 있었죠.
'아파도 일합니다' 가 아니라 '아프면 쉽니다' 가 되기 위해 노동자가 질병이나 부상으로 쉬어도 소득을 보장해주자는 논의가 국회에서 처음 시작됐습니다.
김성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 사립대학교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김 모 씨.
허리 통증으로 입원 치료가 필요했지만, 장기간 일자리를 비우기 힘들어 참고 일하다 증상이 더 악화됐습니다.
[김 모 씨/음성변조 : "일단 제일 큰 걱정은 월급이었죠. 제가 그렇게 쉬었을 때 월급이 제대로 지급이 될까? 쉬는 기간 동안…."]
김 씨처럼 아파도 쉬지 못하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업무와 무관한 질병과 부상으로 일자리를 비워도 국가가 소득을 보상해주잔 '상병수당' 의무화 법안이 21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습니다.
모두 사흘에서 일주일 이상 입원하면, 그 기간 만큼 최저임금액 이상을 책정해 지급하잔 내용을 담았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야당인 국민의당에서도 상병수당을 정책과제로 꼽아 다음 달 임시회부터 국회 논의가 속도를 낼 전망입니다.
현행법에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상병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고 돼 있어, 법제화 근거는 충분합니다.
재원 마련이 걸림돌인데,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상병수당 도입에 매년 최소 8천억 원 정도의 예산이 들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정의당은 건보료 인상 없이 현재 16조 원이 넘은 국민건강보험 누적금을 활용하면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배진교/정의당 의원 : "재정적인 면을 가지고 논란이 많았었는데, 이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더 이상 민생을 방치할 수 없다, 아프면 쉴 수 있는 사회로 가야 된다."]
복지부는 올해 10억 원 예산으로 연구용역을 하고 내년부터는 저소득층부터 시범사업을 한다는 계획입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상병수당을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현재 우리나라 한 곳뿐입니다.
KBS 뉴스 김성숩니다.
촬영기자:문아미 김민준/영상편집:이윤진/그래픽:이요한
김성수 기자 (ss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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