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전작권 전환 검증 평가 못해.. 조건충족·수정도 난망

박수찬 2021. 1. 2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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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정부 조기 전환 구상 차질
2020년 불발된 FOC 올해도 불투명
韓, 3월 연합훈련서 재검증 협의
美 작년부터 "시간 더 필요" 밝혀
北 핵·미사일 전력 고도화 상황서
韓, 완벽 전환 조건 갖추기 어려워
새기준 마련 재협상도 쉽지않아
미국 국방부는 28일(현지시간)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 준비태세를 위한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준비태세 유지에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한·미 연합훈련의 사전연습 성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이 시작된 지난해 8월 11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 헬기들이 계류돼 있는 모습. 평택=뉴스1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놓고 한·미 간 인식차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28일(현지시간) 전작권 전환과 관련해 “상호 합의한 조건이 완전히 충족될 때 전환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전환 협의 가속화를 꾀하는 문재인정부의 구상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작권 전환 어디까지 왔나

전작권은 한국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을 미래연합군사령부의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평가가 끝나면 전환 시기를 정하고, 정해진 연도의 1년 전부터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 평가를 하게 된다. 지난해 8월 하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군 증원 인력이 불참해 FOC 검증에 필요한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군은 오는 3월 초 열릴 것으로 알려진 상반기 연합지휘소훈련에서 FOC 검증을 재실시하는 것을 놓고 미국 측과 협의 중이지만 코로나19 상황 탓에 훈련 실시 여부 등은 불확실하다. 군 당국은 주한미군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고 있고, 우리 군도 방역수칙을 준수하면 훈련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3월 연합훈련을 통해 FOC 검증 평가가 완료되면 문재인정부 임기 내에 전환 연도를 확정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군이 올해 안에 FOC를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유다.

문제는 미국의 태도다. FOC 검증 평가를 마무리하려면 미국의 동의와 공감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을 강조하며 정부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어왔다. 지난해 10월 미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SCM)에서 마크 에스퍼 당시 미 국방부 장관은 “전작권을 한국군 사령관에게 넘기기 위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도 같은 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끊임없이 검증 평가를 하고 있지만 가야 할 길이 더 남았다. 지금으로부터 2년 뒤에 (전환 시기를) 예측하는 것조차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조건 충족도 수정도 어려워

군 안팎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당초 일정에 차질을 빚은 상황에서 미국이 ‘조건’을 강조하면 문재인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은 쉽지 않다는 우려가 많다.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려면 한·미가 기존에 합의한 전작권 전환 조건을 충족하거나 기존 조건을 대신할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조건 충족을 위해서는 전력증강계획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것이 필수다. 국방부는 2021∼2025년 국방중기계획에 따라 300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능력을 조기에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포함해 북한 핵·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데 필수적인 전력 확보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전력증강계획을 완료해도 실질적인 전투력을 발휘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문재인정부 임기 내 북핵 대응전력을 완벽하게 갖추기는 어렵다. 북한 동향 파악에 필수적인 군사정찰위성 등 감시정찰전력과 지휘통제·정보융합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기존 조건을 수정하는 작업도 쉽지 않다. 이는 한·미 간 전작권 재협상을 필요로 한다. 다시 협상을 해서 전작권 전환 기준을 대폭 낮추거나 전환 시기를 정해야 하는데, 미국으로서는 응하기가 어렵다. 군 관계자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었는데, 가시적으로 달라진 부분이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재협상에 응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국방부는 미국 측 스탠스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한·미 간 이견이 있다고 해석되는 것은 경계하는 기류다. 군 관계자는 “서욱 국방부 장관은 전작권 전환 시기를 당기거나 확정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은 한·미 합의사항”이라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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