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공공기관 지정 피했다.. "해외사무소 정비 등 조건 부과"

금융감독원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이 유보됐다.

기획재정부는 29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2021년 공공기관 지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번 공운위에서 금감원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 필요성이 논의됐다. 공운위는 금감원의 기존 유보 조건의 이행현황을 점검한 결과, 대체로 정상 이행 중인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최근 감독부실 사례와 금융감독 집행상 독립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하되, 한층 강화된 조건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우선 계량지표의 비중을 확대(30%대→40% 수준)하고 평가과정에서 부정행위가 확인될 경우 성과급을 환수하는 등 경영실적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 제고를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고객만족도 조사를 공공기관 수준으로 내실화해 매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경영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상위직급의 추가 감축, 해외사무소 정비 등 강도 높은 조직운영 효율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강화된 유보 조건의 세부 이행계획을 상반기 중 공운위에 보고할 예정이며, 공운위는 향후 추진실적이 미흡할 경우 공공기관 지정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2007년 기타공공기관에 지정됐다가 2009년 지정이 해제됐다. 2018년 채용비리 등을 이유로 공공기관 지정이 검토됐지만, 경영공시 확대와 감사원 지적사항 개선 등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유보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태로 부실감독 책임이 불거지자 공공기관 재지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번 공공기관 지정안 의결에 따라 지난해보다 10개가 늘어난 총 350개 기관이 공운법상 관리대상으로 확정됐다. 공기업은 36개로 지난해와 같다. 준정부기관은 96개로 1개 늘었고, 기타공공기관은 218개로 9개 증가했다.

기관신설이나 부설기관 독립 등으로 공공기관 지정 요건에 부합하는 12개 기관이 기타공공기관으로 신규 지정됐다. 건설기술교육원, 건축공간연구원, 공간정보품질관리원, 국립항공박물관, 국립해양과학관,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차세대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 한국고용노동교육원, 한국도로공사서비스, 한국재료연구원,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한전엠씨에스가 그 대상이다.

기능이관이나 기관 통폐합 등으로 지정의 필요성이 감소한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과 한국건설관리공사는 지정이 해제됐고, 서민금융진흥원은 기타공공기관에서 준정부기관으로 유형이 변경됐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