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원전 파일' 청와대·김종인 충돌
청 "선거 앞두고 야당 대표가 북풍 공작..법적 조치 포함 강력히 대응"
[경향신문]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과정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파일 목록에 북한 원전 건설 관련 내용이 포함된 것이 알려지자 청와대와 야당이 29일 정면충돌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충격적 이적행위”라고 규정한 데 대해 청와대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양측의 정면충돌로 당분간 청와대와 야당 관계가 경색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 원전을 폐쇄하고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며 “원전 게이트를 넘어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이적행위”라고 밝혔다.
그는 “국기문란 프로젝트가 일부 공무원 차원이 아닌 정권 차원에서 극비리에 추진돼 온 여러 정황이 드러났다”며 당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 파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앞서 대전지검 형사5부가 작성한 공소장에 산업부 공무원들이 감사 직전 삭제한 파일 중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과제’ 등 파일이 포함됐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공소장에서) 정권 차원에서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 민간인을 불법사찰했다는 명확한 증거도 나왔다”면서 “탈원전 강행을 위해 민간인 사찰 등 왜 이런 불법까지 서슴지 않았는지 정말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김 위원장이 이적행위라는 표현까지 썼다”며 “아무리 선거를 앞두고 있어도 야당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혹세무민하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이어 “북풍 공작과도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발언이며 묵과할 수 없다”며 “정부는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발언에 책임져야 한다”고도 했다.
청와대가 제1야당 대표의 발언에 법적 조치를 예고하며 강경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청와대가 의혹이 확산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법적 대응이 문재인 대통령 지시사항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청와대 공식 입장이다. 대통령 뜻과 다를 수 있겠느냐”면서 구체적인 법적 조치에 대해선 “지금부터 검토를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었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문 정부에서 있었던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교류 협력사업 어디에서도 북한의 원전 건설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행정부 국가공무원이 총 68만명인데 그들의 컴퓨터에 있는 문서가 모두 남북정상회담 의제이고 정부 정책인가”라며 “제가 지난해 11월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한 까닭”이라고 말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청와대의 입장에 “이런 것이 (문 대통령의) 포용정치인가”라고 비판했다.
박순봉·이주영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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