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상 통화서 강제징용 판결·위안부 문제 의견 교환"
[경향신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사진)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오른쪽)가 지난 28일 전화통화에서 한·일 간 갈등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일본 언론이 29일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양국(미·일) 정상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 3개국 연대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이뤘다”며 “위안부 문제와 징용공 소송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마이니치도 양국 정상 통화에서 한국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보도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스가 총리에게 한·일관계 개선을 촉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정상 간 통화에 배석했던 사카이 마나부(坂井學) 관방 부장관은 이와 관련해 “외교상 주고받은 이야기이므로 자세한 설명은 삼가겠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일본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미·일 정상 통화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을 중시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고 이에 대해 스가 총리가 한·일 갈등의 주요 원인인 위안부·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 과정에서 스가 총리는 한·일 현안에 대한 일본의 일방적 입장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미·일 문제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스가 총리는 위안부·강제징용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된 사안이라는 기본 입장과 함께 한국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강제징용·위안부 판결 등으로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시각을 부각시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든 정부에 강제징용·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강조하고 이를 미국에 주입시킴으로써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이뤄질 한·미 정상의 전화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성격의 언급을 할지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던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위해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2015년 한·일 합의가 정부의 공식 합의임을 인정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도 바이든 대통령이 당시 합의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했다는 사실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 통화를 조기에 성사시켜 자신들의 일방적 입장을 먼저 전달했음에도 한·미 정상 간 통화는 여전히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늦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오바마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 취임 때도 미·일 정상 통화가 먼저 이뤄졌다”면서 “순서가 아니라 대화의 내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신모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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