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사 "내달 4일까지 분류 전담인력 투입"..노조, 총파업 철회
잠정합의안, 조합원 투표서 '가결'
[경향신문]
전국택배노조가 29일 예고한 총파업을 철회했다. 택배노사가 최대 쟁점인 택배사의 택배 분류작업 전담인력 투입 시기 등에 구체적으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택배 물량이 몰리는 설연휴를 앞두고 택배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돌입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이다.
택배노조는 29일 조합원 총회에서 전날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도출한 잠정합의안을 투표에 부쳐 86% 찬성률로 가결했다. 택배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잠정합의안이 추인됨에 따라 30일부터 업무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앞서 택배노사는 지난 21일 분류작업에 필요한 인력·비용을 택배사 부담으로 한다는 데 합의했지만 이후 분류인력 투입의 구체적 시기와 방식을 놓고 입장차를 보여 왔다.
택배노사의 이날 합의안에 따르면 택배사들은 다음달 4일까지 분류작업 인력 6000명(CJ대한통운 4000명, 롯데 1000명, 한진 1000명)을 투입하기로 했다. 택배 자동분류기가 없는 롯데·한진의 경우 분류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특정 터미널에 인력을 집중 배치하고 모니터링하는 시범사업도 진행키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택배사가 투입한 인력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당초 상반기 내에 마무리하기로 했던 택배요금 및 택배비 거래구조 개선은 5월 말까지 앞당겨 완료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안은 CJ대한통운·롯데택배·한진택배 등 민간 택배사가 대리인 없이 참여했다는 의미도 있다. 그동안 택배노조는 사회적 합의기구가 도출한 합의안의 이행을 강제하려면 원청사인 택배사가 노조를 인정하고 양측이 법률적 효력을 갖는 노사협정서를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택배사들은 노조의 교섭 요구를 거부해왔다. 개인사업자인 택배노동자의 사용자는 그들과 위탁계약을 맺고 있는 대리점이라는 것이다. 지난 21일 1차 합의 때 택배사들을 대리해 통합물류협회 관계자만 참석한 것도 그래서다.
물론 이번 합의안이 법률적 효력을 갖는 노사협정서는 아니다. 다만 노조는 사측 대리인을 끼지 않고 택배노사가 직접 협상을 벌여 도출한 합의라는 점에서 “핵심적이고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택배노조는 “택배현장의 과로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거대한 흐름이 시작됐다. 열악한 노동조건을 이해하고 이를 개선하자는 목소리를 내주신 국민들 덕분”이라며 “설 명절 특수기, 소중한 택배를 안전하게 배송하겠다”고 밝혔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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