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유동 사회'에서 살아남기 [책과 삶]
[경향신문]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박종대 옮김
열린책들 | 320쪽 | 1만4800원
세계적 지성으로 손꼽히는 움베르토 에코(1932~2016)의 유작 에세이집이다. 에코는 이탈리아 시사잡지 ‘레스프레소’에 ‘미네르바 성냥갑’이란 연재 칼럼을 30여년 썼다. 그 칼럼들은 에코 생전에 여러 권의 책으로 묶였고, 국내에도 번역·출간됐다. <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원제 ‘파페 사탄 알레페: 유동 사회의 연대기’)은 가장 최근인 2000~2015년 사이 쓴 55편을 엮은 것이다. 기호학자·미학자이자 <장미의 이름> 등의 소설가로도 유명한 에코는 미학·철학은 물론 정치, 대중문화 등 다방면의 글쓰기와 강연으로 주목받았다. 독선을 경계한 열린 태도의 학자·저술가로 그의 글에는 날카롭고 예리한 분석과 통찰, 풍자와 조롱, 유머가 녹아들었다는 평을 받는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원제가 말하듯, 지그문트 바우만이 현대사회를 분석하며 내놓은 개념인 ‘유동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이 깔려 있다. 국가·공동체의 위기, 각자도생, 이기적 개인주의, 예측 불가능성 등 흐르는 액체처럼 불안정한 사회와 삶을 다각도로 살핀다. 정치권력과 지식인들의 한심한 행태, 현대사회의 부조리와 모순, 물질주의·소비지상주의로 대변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비판한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매몰된 현대인의 문제점도 꼬집는다. 물론 주변 일상 사물과 이웃, 좋은 책들과 예술작품에 대한 깊은 사유도 내보인다. 냉철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의 비평이다.
에코는 유동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동 사회에 살고 있음을 자각”하고 “현실 도피가 아니라 무관심, 무지에서 깨어나자”고 강조한다. 세상에는 “여전히 웃음과 희망이 남아 있고” “위대한 책과 예술이 우리에게 힘이 되어 줄 것”이라고 말한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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