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나의 세상은 '누더기'가 아니었다 [책과 삶]
[경향신문]
열두 살의 모자이크
황선미 지음·남수 그림
창비 | 160쪽 | 1만800원
“넌 나를 뭐라고 생각하니.” 초등학교 5학년, 그러니까 고작 십여년이 생의 전부인 아이들이 서로 묻고 답한다. “넌 빨강, 빨간 석류처럼 반짝거리거든”, “넌 비닐봉지, 뭘 생각하는지 다 보이니까”. 대답에 따라 까르륵 소리가 나기도 하고 울음이 터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말장난은 애들한테 그저 재미난 놀이였다. 단 한 사람, 제나만 빼고.
“누더기.” 제나는 듣고 말았다. 두 친구의 귀엣말이었지만 똑똑히 들었다. 은지가 아무래도 소문을 낸 것 같다. 북한에서 왔다고. 제나의 엄마는 탈북민이고 아빠는 중국인이다. 그래서 엄밀히 따지면 제나는 북한에서 온 것도, 중국에서 온 것도 아니다. 담당 형사 아저씨 표현법으론 ‘중도 입국자’다. 사실 제나는 이도 저도 다 싫다. 그저 오롯이 ‘엄마의 딸’이고 싶다. 제나는 성당의 시설에, 친아빠의 옥수수 농장에 그렇게 두 번 버려졌다. 아니 엄마가 버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같이 있는 지금도 엄마는 애증의 대상이다. 살갑지 않은 엄마, 전화마저 공포스러운 친아빠, 엄마를 괴롭히는 새아빠의 엄마, 그리고 “어른들 걱정시키지 말라”는 선생님까지. 제나에게 어른들이란 구름 낀 하늘 같은 그런 존재들이다. 그런데 콩 사장과 콩 여사는 달랐다. 학교를 땡땡이치고 무작정 올라탄 버스의 종점 마을 두부집에서 만난 할아버지, 할머니다. 구멍난 호주머니 하나에도 ‘깔깔깔’ 즐겁고 나를 ‘아가’라고 불러준 최초의 어른들. 제나는 훗날 두부집으로 진짜 가출을 감행한다.
<열두 살의 모자이크>는 <마당을 나온 암탉>을 쓴 황선미 작가의 새 장편동화다. 마당 밖이 험난해도 마냥 나쁜 세상만은 아니었듯, 제나의 세상도 실은 조각조각 누더기가 아니라 형형색색 엮인 모자이크였다.
임지영 기자 iimi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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