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공매도와 개미들의 전쟁'..'게임스톱' 주가 폭등락 사태 '확전'
미 연방의회선 "청문회 열겠다"
국내 '서학개미'들도 거래 급증
[경향신문]
월가의 금융엘리트에 대한 미국 ‘개인투자자들의 반란’을 상징하는 비디오게임 유통체인 ‘게임스톱’ 사태가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무료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가 게임스톱의 변동성이 과도하다며 거래를 제한했다가 개인투자자들의 집단소송에 직면했다. 미 연방의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로빈후드를 비롯한 거래 플랫폼과 공매도를 일삼는 월스트리트 헤지펀드 등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겠다며 개인투자자들을 지지하고 나섰다. 이 같은 ‘게임스톱’발 나비효과로 29일 한국 코스피는 3% 이상 하락하며 3000선이 붕괴했다.
■게임스톱 사태 정치권으로 확전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은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와 상원 은행위원회가 ‘게임스톱 사태’에 대한 청문회를 열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맥신 워터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은 “비윤리적 행위로 시장 변동성을 초래한 헤지펀드에 대응해야 한다”며 “청문회는 공매도와 온라인 거래 플랫폼이 자본시장 및 개인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월가의 저승사자’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도 이날 성명을 내고 “헤지펀드, 사모펀드, 부자 투자자들은 그동안 증시를 개인 카지노처럼 갖고 놀면서 다른 사람들만 비용을 치르게 했다”고 비판했다. 청문회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게임스톱’ 사태는 이 회사의 주가 하락을 예상한 헤지펀드들이 공매도를 걸었다가, 이에 맞서 주식을 대량 매입해 주가를 끌어올린 400만 개인투자자들에게 패해 수조원대 손실을 입은 것이다. ‘월가의 주도권이 개인투자자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다. 하지만 게임스톱의 주가는 27일 뉴욕증시에서 135% 폭등했다가 이날에는 44.3% 하락한 193.60달러에 장을 마쳤는데, 로빈후드를 비롯한 플랫폼들이 과도한 변동성을 이유로 거래를 일부 제한한다고 발표한 영향이 컸다.
개인투자자들은 믿었던 로빈후드에 발등을 찍히자 뉴욕 맨해튼 남부연방지방법원 등에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개설한 집단소송 관련 대화방에는 첫날 2만명 넘게 가입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은 “헤지펀드는 마음껏 거래할 수 있는 상황에서 개인들의 주식 매수를 막은 로빈후드 결정에 대해 더 알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회사 실적과 무관한 과열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시장은 ‘게임스톱’ 승리에 취한 미국 개미들의 다음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은 “상황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라고 밝혔다.
■코스피에 불똥, 서학개미들 손실 우려
불똥은 코스피에도 튀었다. 29일 코스피는 외국인들이 대량 매도에 나서면서 전장보다 92.84포인트(3.03%) 내린 2976.21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지난 25일 종가 기준(3208.99)으로 처음 3200선을 돌파한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3000선마저 내줬다. 개인이 1조7099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급락세를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과열됐던 코스피가 조정장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서학개미’들도 게임스톱 거래에 뛰어들면서 게임스톱 거래량이 해외주식 중 테슬라에 이어 2위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은 예탁원을 통한 게임스톱 주식 매수와 매도 합산 결제액을 지난 28일 기준 1억274만달러(약 1146억원)로 집계했다. 전날(789만달러)에 비해 약 13배 늘어난 규모다.
윤기은·임아영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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