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정유업계 '조단위 적자' 성적표 잇따라
내달 초 공시 앞둔 GS칼텍스 등 합하면 적자 규모 5조원대 전망도
[경향신문]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정유업계가 ‘역대 최악의 실적 성적표’를 속속 내놓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각국의 봉쇄령으로 자동차·항공 등 수송이 멈춰서면서 매출이 급감한 데다, 수익성과 직결되는 ‘정제마진’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조 단위’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는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전 세계적 ‘탄소중립’ 트렌드로 인해 왕년의 실적을 영원히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부정적 전망도 만만찮다.
국내 정유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이 2조5688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고 29일 공시했다. 1962년 창사 이래 연간 기준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액이다. 지난해 매출은 34조164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0.7% 감소했다. 주력 부문인 석유사업은 2조2228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전체 영업손실의 86.5%를 차지했다.
전날 4분기 및 2020년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도 연간 기준 사상 최대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에쓰오일의 지난해 매출은 16조8297억원으로 전년 대비 31.0% 줄어들었으며, 영업손실액은 1조877억원에 이르렀다.
4분기 석유화학·윤활기유 사업 등에서 선전하며 분기 단위로는 흑자로 전환했지만, 1~3분기 누적 적자 폭이 커 역시 ‘조 단위’의 연간 손실을 기록했다. 에쓰오일도 주력인 정유 부문에서 1조696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이 뼈아팠다.
다음달 초 4분기 공시를 앞두고 있는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까지 모두 합한 국내 정유 4사의 지난해 연간 적자 규모는 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역대 최악의 실적은 코로나19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바이러스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곳곳에서 이동제한령이 내려지고 방역을 위한 ‘집콕’이 시행되면서 ‘기름 수요’가 급감한 것이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다. 특히 정유사들에는 악재가 ‘엎친 데 덮친’ 한 해였다. 전 세계의 ‘일시멈춤’으로 휘발유·경유·항공유 등 수송용 연료를 팔 곳이 갑자기 사라져 버린 데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 간 유가 전쟁으로 선물시장에서 초유의 ‘마이너스’ 유가가 등장하는 등 기록적 저유가로 정유사들이 쌓아놓은 재고 가치도 급락해 손실이 더 커졌다. 국내 정유 4사의 적자 규모는 이미 지난해 상반기 약 5조1000억원에 이르렀다. 하반기에는 국제유가가 반등을 시도해 코로나19 직전 수준에 근접하는 배럴당 40~50달러대까지 올라왔지만, 정유사 실적에서 가장 중요한 정제마진은 여전히 손익분기점(배럴당 4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 역시 코로나19로 실물 경기 침체가 지속된 상황이 주된 이유였다.
문제는 이 같은 부진의 지속 여부다. 업계는 지난해 실적이 바닥을 친 데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대한 기대감으로 조심스러운 회복을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각국 정부가 경쟁적으로 탈탄소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화석연료’의 대표산업 격인 정유업이 이전 수준의 회복을 이룰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지난해 6월 글로벌 석유 수요와 관련해 “일러도 2025년까지는 2019년 수준으로 돌아올 수 없고, 앞으로 영영 2019년 수준을 회복하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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