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납득할 수 없는 세월호 특수단의 국정원 사찰 논리 수용
[경향신문]
검찰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세월호 참사 당시 유족 사찰 혐의를 받은 국가정보원 직원을 처벌하지 않은 이유가 뒤늦게 드러났다. 북한이 세월호를 침몰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유족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세월호 유족 사찰 이유로 북한을 들먹이는 것도 가당찮은데, 검찰이 그 논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니 어이가 없다.
29일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2014년 4월17일~11월5일 국정원 직원 정모씨가 작성한 세월호 참사 관련 동향 보고서 215건 중 유가족의 신상이나 동향 관련 내용이 48건이다. 예컨대 ‘진도실내체육관에는 희생자 가족 1명(강경 성향)이 내려와 실종자 가족들을 선동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팽목항에 내려와 있는 희생자 가족 1명(온건 성향)’ ‘여성들이 속옷을 빨아 입을 수가 없어 며칠째 입고 있다고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실정’ 등의 내용이 적시돼 있다.
정씨는 유족 뒷조사를 한 이유를 “북한의 테러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밝혔고, 특수단은 이를 인정해 정씨를 처벌하지 않았다. 특수단은 “세월호 침몰의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등의 테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었던 점에 비춰 사고 동향 파악 사실 자체가 위법한 행위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희생자 가족의 강경·온건 성향이 북한의 테러 가능성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유족들이 속옷을 며칠째 입고 있다는 내용을 왜 보고해야 하는가. 과연 이런 것이 사찰이 아니라면 검찰의 사찰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봐주려고 작정하지 않고서야 불기소 결론이 나올 수 없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조사를 통해 세월호 관련 국정원의 비위가 일부 드러났다. 국정원은 단식투쟁을 하던 ‘유민 아빠’ 김영오씨에 관한 악소문을 퍼뜨리고,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자’는 내용의 동영상을 만들어 보수 성향의 사이트 등에 배포했다. 청와대에는 ‘보수(건전) 세력(언론)을 통한 맞대응’ 등의 보고서를 올렸다. 지난해 특조위는 국정원 자체 검색 결과 ‘세월호’ 키워드가 들어간 문건이 약 40만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압수수색 등 강제조사권한을 가진 검찰 특수단 수사는 기존 특조위 조사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오히려 특조위가 밝혀놓은 국정원 직원의 비위에 면죄부만 준 셈이 됐다. 진실을 밝히는 수사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유족들의 주장에 검찰은 뭐라고 답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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