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있저]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성공 사례와 한계는?

오준호 2021. 1. 29.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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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변상욱 앵커

■ 출연 : 오준호 / 작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그러면 기본소득에 대해서 보다 자세하게 한번 공부를 해 보기 위해서 저희가 작가 한 분을 모셨습니다,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기본소득 쫌 아는 10대의 저자인 오준호 작가 모셨습니다. 작가님, 안녕하십니까?

코로나19 때문에 긴급재난지원금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긴급재난지원금을 물론 가구별로 계산했습니다마는 전 국민한테 준다고 하니까 이게 그 얘기하던 기본소득인가? 이렇게 생각하는 분도 계시고 조금 혼란스러웠는데. 그러면 기본소득이 재난지원금하고 다른가? 왜 필요하지? 이 설명을 들어야 될 것 같습니다.

[오준호]

기본소득은 모든 개인에게 조건이나 심사 없이 정기적으로 동등한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 혹은 그렇게 지급되는 돈을 기본소득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내가 집이 있거나 없거나 혹은 취업을 했건 안 했건 일정한 돈이, 50만 원이면 50만 원 이렇게 매달 통장에 들어오는 것이 기본소득인 것이죠. 그런데 재난지원금은 작년, 지난해에 정부가 1차 재난지원금을 전 가구에 다 주지 않았습니까?

이런 경우에 전체 가구에게 보편적으로 현금을 주었다라는 점에서 기본소득과 닮은 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아니라 가구에게 그 돈을 준 것도 있고요. 그리고 일회성이기 때문에 기본소득과는 조금 다른 제도이고 더 나아가 정부가 그 후에 2차, 3차 재난지원금을 주었는데 그것은 철저히 소상공인, 피해 계층에게 집중해서 준 것이라서 기본소득하고는 많이 다른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본소득이 왜 필요한가를 저는 이번 코로나19 재난이 매우 잘 보여줬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우리가 삶의 안정성을 일자리에만 의존하고 있는 사회가 위기에 얼마나 취약한지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삶의 안정성이 자꾸 흔들린다고 하는 경향은 점점 커져왔거든요.

자동화가 가속화되고 하면서 일자리가 불안정해 왔는데 이번 코로나를 겪으면서 앞으로도 이런 자동화는 계속될 것이고 사회적으로 큰 재난이 자꾸 닥칠 텐데 일자리에만 의존해서 삶의 안정성을 맡기기보다는 그러한 소득 안정성을 개인의 권리로서 보장해 주는 사회를 추구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기본소득이 지금 사회에 매우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이렇게 설명을 들었는데 좀 구체적으로 그림이 그려지지는 않거든요. 우리나라에 없는 제도를 얘기할 때 흔히 해외 사례랑 비교를 합니다. 실제로 기본소득이 지급되는 나라가 어떤 나라들이 있고 또 어떤 효과가 나타나고 있습니까?

[오준호]

앞서 말씀드렸던 그런 기본소득의 원칙에 정확히 부합하는 제도는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전 세계가 기본소득 도입을 놓고 여러 가지 실험을 하는 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많이 알려진 사례가 미국의 알래스카주에 연금배당금이라고 하는, 주민배당금이라고 불릴 수 있는데요.

알래스카가 함께 공유하고 있는 석유자원에서 나오는 이익을 알래스카에 1년 이상 거주한 모든 시민권자들한테 1년에 한 번씩 남녀노소 상관없이 배당을 해 주거든요. 우리 돈으로 한 200만 원 정도의 돈을 지급해 줍니다. 돈이 지급되면 알래스카는 축제 분위기가 된다고 하죠. 소비도 증진되고요.

그래서 미국에 있는 여러 주들과 비교해도 소득불평등 정도가 알래스카가 매우 낮다라고 하고요. 가까운 사례로서는 최근에 핀란드에서도 2017년과 2018년 2년에 걸쳐서 실업자에게 지급하기는 했습니다마는 한 달에 한 80만 원 정도의 돈을 지급을 했는데 그 결과 정신적인 건강상태가 좋아지고 교육에 스스로 자기 계발하는 정도도 많아지고요. 건강도 좋아지고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우리에게 도입을 한다고 하면 아까 말씀하신 대로 원칙대로 한꺼번에 크게 판을 벌릴 수 있는지, 아니면 이것도 단계적으로 이렇게 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인지. 그리고 어디까지 가는 게 최종 목표가 될지 그것도 궁금합니다.

[오준호]

기본소득의 기본이라는 단어는 저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기본권이라는 뜻이고요. 또 하나는 기본적인 생활의 최저선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생활의 최저선이 되는 금액은 그러면 어느 정도 되느냐라는 건데요.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게 복지 체계에서 정하는 최저 생계비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는 1인 가구의 생계 급여를 중위소득의 한 30% 정도 되는 돈으로 책정을 하는데요. 2021년에 54만 원입니다, 1인 가구당. 그러니까 기본소득이 삶의 최저선을 마련해 준다라고 하면 적어도 60만 원 정도는 다달이 되어야 어떤 삶의 안정성을 줄 수가 있겠죠. 그런데 저는 이것은 중간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소득의 세계적인 이론가인 필리프 판 파레이스 같은 분은 선진국의 경우에는 GDP, 국내총생산의 한 25% 정도는 기본소득으로 분배하라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GDP가 한 2000조 가까이 되니까요. 한 500조 정도를 분배하면 1인당 다달이 100만 원 정도 되는 돈을 기본소득으로 준다면 조금 더 장기적인 목표가 아니겠는가 생각합니다.

그러면 삶의 안정성과 개인의 어떤 실질적인 자유에 많이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아직은 그 중간 단계 목표까지 가는 데도 상당히 길이 멀고요. 그래서 적은 액수의 기본소득이라도 일단 시작해 보자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앵커]

아주 이론상으로는 그럴 듯해 보이는데요. 우리나라에는 최선, 열심히. 이런 게 미덕으로 자리잡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또 무노동, 무임금. 일한 만큼 받아야 된다 이런 생각이 자리잡고 있는데요. 일하지 않고 그냥 공짜로 받는 돈, 이런 부정적인 인식도 있거든요.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오준호]

옛날 이야기 중에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팔아먹은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 사기라는 걸 다 아는데요. 왜 사기냐 하면 대동강은 개인의 것이 아니잖아요. 그것을 자기 것처럼 했으니까 사기인데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함께 공유하고 있는 부가 있다, 이게 기본소득의 가장 중요한 철학입니다.

토지라든가 천연 자원 혹은 지식이나 문화는 어느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는 거죠. 함께 공유하고 있는 부, 이것을 공유 부라고 부르는데요. 공유 부에서 나온 이익은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이 맞다라는 거예요. 그래서 기본소득은 내가 일하지 않았는데도 주는 공짜 돈이 아니라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부에서 나오는 이익을 공평하게 정의롭게 나눠가지는 제도다, 이렇게 볼 수 있고요.

그래서 공유 부의 이익을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는 분배를 해 주고 나서 그 위에서 각자 노동하고 기여하고 한 것에 대한 시장 소득을 분배하는 제도로 가는 것이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공정한 사회라는 측면에서도 훨씬 더 공정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앵커]

국민으로서 나름대로 이런 지금 말씀하신 권리를 갖고 있는 건 이해를 하겠는데 당장 긴급재난지원금만 해도 국가의 금고를 지켜야 되는 부총리와 어떻게든 코로나19 사태를 풀어나가야 되는 총리하고 트러블이 생길 정도로 돈을 어디서 마련하라고? 이 부분에서 계속 부딪쳤단 말이에요.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이 어떤 게 있겠습니까?

[오준호]

기본소득을 어떤 분들은 재원을 하늘에서 가져오느냐라고 말씀하시는데 하늘에서는 가져올 수 없죠. 땅에서 가져와야 되는데 다시 말해 땅에 흩어져 있는 재원을 모아서 재분배하는 제도, 조세 정의를 어떻게 세우느냐가 기본소득의 핵심이고 회피할 수 없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조세 정의를 세울 것이냐, 기본소득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핵심인데요. 중요한 것은 기본소득 제도를 시행하는 것이 힘든 분들만 선별 지원하는 것보다 증세하는 데 훨씬 더 수월하다는 것입니다.

왜 그러냐 하면 소수의 힘든 분들에게만 지원하면 돈이 적게 드니까 쉬울 것처럼 그것은 납세자와 혜택을 보는 사람이 다르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세금을 많이 걷더라도 이것이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많은 납세자들이 기본소득 좋다, 보편 복지를 해 보자라고 동의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 것이죠. 저희들이 시뮬레이션을 해 봐도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전체 가구의 90% 가까이는 세금보다 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다라는 어떤 것들이 확인되고요.

또 이런 점을 가지고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처음에는 기본소득에 대해서 반대하시는 분들도 나중에는 내가 세금을 더 내서 기본소득도 받고 우리 후손들도 기본소득을 누리게 하면 좋겠다라고 동의를 하시더라고요.

[앵커]

쓰신 책에 삶이 일보다 중요하다, 이런 말이 있더라고요. 처음에 코로나가 우리 삶을 많이 바꿔놨다고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요. 그렇다면 기본소득이 도입되고 우리나라에서도 실험이 이루어지고 잘 도입이 된다면 달라질 미래, 어떻게 그려볼 수 있을까요?

[오준호]

조금은 비유적으로 말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쓴 글에 내가 원하는 나라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그 나라에서 김구 선생은 내가 원하는 나라는 부가 많은 나라나 군사력이 센 나라가 아니라 문화의 힘이 센 나라라고 이야기를 하시는데 그 사상을 핵심적으로 딱 한 문장으로 표현하시더라고요.

꽃을 꺾을 자유가 아니라 공원에 꽃을 심을 자유가 있는 나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부가 부족하지 않은데도 사람들이 다들 경쟁에 눌려서 살고 있죠. 삶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당장 무엇을 내 소유로 취득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소득이 보장된다면 사람들과 함께 무엇을 나누고 공동체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내가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그러한 여유와 장기적인 계획들이 사람들 각자에게 생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다만 이러한 생각을 저 혼자의 상상이 아니려고 하면 우리 국민들이 참여해서 함께 토론해 봐야 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 기본소득을 공론화해 보자, 기본소득 공론화 제도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저는 맨 처음에 기본소득에 대해서 상당히 신중하게 뒤쫓아가면서 바라보던 입장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느낀 건 이 불평등이나 이 팍팍하고 무거운 삶에 대해서 그러면 무슨 방법이 있는데? 다른 방법이 있으면 한번. 그런데 다른 방법은 얘기가 전혀 안 나오니까 기본소득 한번 해 볼만 하겠네라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계속 논의 진행되어야겠죠. 오준호 선생님, 오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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