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쏘는 곤충 연구 40년, 저마다 다른 '따끔함' [책과 삶]
[경향신문]
스팅, 자연의 따끔한 맛
저스틴 슈미트 지음·정현창 옮김
초사흘달 | 396쪽 | 1만8000원
쌍살벌의 집 앞에 불청객이 찾아온다. 이때 판단은 신속 정확해야 한다. ‘잡아먹힐 위험이 있는가. 잡아먹힐 위험은 없더라도 집을 파괴할 가능성이 있는가.’ 쌍살벌은 단계별 대응에 나서기로 한다. 일단 몸을 다리 위로 높게 들어올리고, 다음엔 몸 위로 날개를 쫙 펼친다. 위협 강도를 높여 날개를 파닥거려보기도 한다. 그래도 침입자가 백기를 들지 않는다면? 침입자의 살에 날카로운 침을 꽂는 수밖에. 침은 불청객을 내쫓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다.
어떤 포식자들은 벌침에 쏘여도 큰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파하기도 한다. 벌집 먹는 것을 좋아해 ‘벌꿀오소리’라는 별명이 붙은 라텔이 그렇다. 하지만 벌침의 고통을 아랑곳하지 않는 라텔도 140번 정도 연속으로 쏘이면 죽을 수 있다. 홀로 생활하거나 소규모로 다니는 곤충일수록 마비와 통증을 유발하는 독 개발에 열을 올린다. 포식자의 털을 뚫고 독침을 명중시키기 위해 ‘분사 근육’을 키우고, 때론 몸을 자르는 결단도 감행한다. 40년간 ‘침 쏘는 곤충’을 연구해온 저자는 화학적·생물학적 지식을 동원해 ‘침 쏘는 곤충과 포식자의 쫓고 쫓기는 진화 대결’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슈미트는 침 쏘는 곤충이라면 무엇이든 직접 쏘여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학계의 전설까지 돌 정도로, 저자의 곤충 사랑은 유별나다. 자의 반 타의 반의 ‘쏘임 경험’을 집대성해 ‘곤충 침 통증 지수’까지 개발했다. 처음 이 지수가 나왔을 때 세간의 관심은 ‘그래서 가장 아픈 침을 쏘는 곤충이 무엇인가’에 쏠렸다. 하지만 통증을 수치화한다는 것은 사실 곤충들이 가지고 있는 각각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는 것과 같다. 어린아이의 호기심으로 곤충들의 생애사를 탐구하던 일흔 노학자의 관심은 어느덧 ‘고통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화두에까지 도달한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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