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사태' 방치한 금감원..정부도 방치했다

윤원섭,양연호 2021. 1. 29.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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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공공기관 지정 유보
"금감원 상위직급 비중 줄이고
7개 해외 사무소도 구조조정"
개선 안되면 공공기관 재지정
전문가 "개혁에 미봉책 우려"
사모펀드 부실 감독 책임과 방만경영으로 도마에 오른 금융감독원에 대해 정부가 공공기관 지정을 미루기로 했다. 대신 상위 직급 비중을 추가로 감축하는 등 강력한 조직 개선책을 이행할 것을 조건으로 달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금감원 갑질 방지와 구조조정'이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안일환 기재부 2차관 주재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고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07년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던 금감원은 감독업무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위해 2009년 1월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 이후 2017년 감사원이 금감원의 방만경영과 채용 비리를 지적한 뒤 매년 공공기관 지정 문제가 불거져 왔다. 이번 공운위에서도 금감원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 안건이 주요하게 검토됐다. 우선 공운위는 금감원이 기존 공공기관 지정 유보 조건을 대체로 정상 이행 중인 것으로 평가했다.

2018년 공운위는 △채용 비리 근절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공시 △엄격한 경영평가 △비효율적 조직 운영 문제 해소 등을 조건부로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한 바 있다.

하지만 금감원이 최근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부실 감독의 책임을 지고 있고, 민간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10년 이상 무보수로 장기 파견을 받는 등 갑질과 방만경영 논란이 끊임없이 나오면서 정부 통제의 필요성도 동시에 강력히 제기됐다.

공운위는 치열한 논의 끝에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하되 보다 강화된 조건을 부과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감독 부실 사례, 금융감독 집행상 독립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공운위는 금감원의 상위 직급(3급 이상) 비중을 추가로 감축할 것을 요구했다. 2019년 공운위는 금감원의 상위 직급을 향후 5년 내 35% 수준으로 감축하는 조건으로 공공기관 지정을 유보한 바 있는데, 이보다 더 줄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워싱턴 등 총 7개 해외 사무소를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특히 워싱턴 사무소 폐지가 유력하다. 감사원은 워싱턴 사무소에 대해 "국내 금융기관 해외 점포 25개가 소재한 뉴욕에 금감원 현지 사무소가 있는데, 해외 점포가 한 곳도 없는 워싱턴에 사무소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공운위는 금감원에 대한 경영실적 평가지표 중 양적지표 비중을 기존 30%대에서 40%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질적지표 비중을 줄여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또 평가 과정에서 부정 행위가 확인될 경우 성과급을 환수하는 등 경영실적평가의 공정성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현재 일부 금융회사를 선별해 비정기적으로 설문조사하는 방식인 금감원의 고객 만족도 조사를 공공기관 수준으로 강화해 매년 실시하고 그 결과를 경영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이같이 강화된 유보 조건의 세부 이행 계획을 올해 상반기 중 공운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공운위는 향후 추진 실적이 미흡할 경우 공공기관 지정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강화 조건으로는 금감원의 방만경영과 갑질 문제 등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고위직 비중을 줄이고 해외 사무소를 없앤다고 금감원의 방만경영과 갑질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며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강력한 정부 통제를 받아야 실질적으로 개선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이어 "공운위의 결정으로 인해 금감원이 올해 또다시 감독 부실과 방만경영을 저지른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지게 될 것"이라고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금감원이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무엇보다 예산과 인력을 기재부로부터 승인받아야 한다. 특히 방만한 경영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게 된다.

[윤원섭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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