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죽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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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예방법이 강화된다고 가정해보자.
확진자가 발생하면 반경 3㎞ 안 모든 사람이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이곳에는 공장식 밀집사육이 아니라 볏짚과 왕겨, 흙을 헤집으며 자라는 산란계 3만7천마리가 있다.
37년 전 이 마을을 만든 윤성열(78)씨가 27일 출입이 통제된 양계장 앞에서 무조건적 살처분으로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동물 대학살의 악몽을 멈출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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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예방법이 강화된다고 가정해보자. 확진자가 발생하면 반경 3㎞ 안 모든 사람이 집 밖으로 나갈 수 없다. 확진자 이동 경로에 따른 감염 가능성 여부는 따지지 않는다. 건강 상태와 나이 등 개인별 차이도 고려 대상이 아니다. 매일 하는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도 격리 해제는 없다. 감염병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예방적 강제격리는 지속된다.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지 않은가. 하지만 닭과 오리들에게는 현실이다. 더 끔찍한 건 격리 대신 죽음뿐이라는 것이다. 조류독감으로 이번 겨울에 2천만마리가 넘는 닭과 오리가 죽임을 당했는데 절반 이상은 예방적 살처분의 희생물이다. 무소유와 이웃 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야마기시즘 마을공동체인 경기 화성시 향남읍 ‘산안마을’. 이곳에는 공장식 밀집사육이 아니라 볏짚과 왕겨, 흙을 헤집으며 자라는 산란계 3만7천마리가 있다. 지난해 12월23일 닭들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졌다. 3㎞ 안에 있는 다른 농장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다는 이유에서였다. 37년간 한번도 조류독감에 걸린 적 없고, 경기도와 화성시의 일부 지원을 받아 최첨단 방역시설을 갖춘 점도 고려 요소가 되지 못했다. 농장 식구들은 자식처럼 키워온 건강한 닭을 묻을 수 없었다. 한달 넘게 매일매일 조류독감 음성 판정을 받고 최대 잠복기도 지났지만 60만개 넘게 쌓인 달걀은 아직도 반출 금지 상태다. 사료 수급이 어려워 닭 키우기도 힘든데 달걀마저 폐기해야 할 수도 있다. 37년 전 이 마을을 만든 윤성열(78)씨가 27일 출입이 통제된 양계장 앞에서 무조건적 살처분으로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동물 대학살의 악몽을 멈출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화성/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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