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긴급 기자회견' 후폭풍.."계획적 연기였다?"

박준우 기자 2021. 1. 29. 19:1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앵커]

이언주 전 의원이 어제(28일) 국회에서 열었던 긴급 기자회견의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나친 연기였다는 지적과 불법 선거 자금 논란이 겹친 건데요. 이런 가운데 조금전 서울시장에 도전한 후보 8명이 정견발표회도 열었는데요. 야당에 재보궐 관련 소식을 박준우 반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영화 '기생충' : 박 사장님, 오늘도 절 먹여주시고 재워주시고 "리스펙(Respect)!"]

영화 기생충에 나온 배우 박명훈씨입니다. 극중 집 주인인 박 사장을 향해 존경한다고 외치는 장면인데요. 왜 또 생뚱맞게 발제는 안 하고 기생충이냐 궁금하실 거 같은데요. 복국장님에 대한 제 마음을 담은 건 '전혀' 아니고요. 바로 저 박명훈씨가 이른바 기생충의 '씬 스틸러 scene stealer)'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인데요. 독특한 개성을 뽐내며 주연보다 더 조명을 받는 조연배우를 뜻하죠. 영화는 아니었지만 최근에는 한 인물도 그야말로 장면을 훔쳐서 화제가 됐었죠.

[JTBC 뉴스룸 '백브리핑' (지난 21일) : 모자가 달린 등산 점퍼에 화려한 무늬의 털장갑 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입니다. 명품 정장 입은 VIP들 사이에서 보온에 올인한 패션 선보인 겁니다. 샌더스 의원, 복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는데요.]

[버니 샌더스/미국 상원의원 (CBS 방송) : (내 지역구) 버몬트에서는 따뜻하게 입어요. 우리는 추위가 어떤 건지 잘 알고, 패션은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시선을 강탈한 버니 샌더스 의원입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몰이를 하면서 각종 패러디가 쏟아졌죠. 샌더스 의원을 본 따 만든 털실 인형은 우리 돈 2,2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는데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이런 씬 스틸러가 등장했습니다. 김종인과 안철수의 단일화 줄다리기 장면을 찢고 등장한 사람, 바로 이 분입니다.

[이언주/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 (어제) : 중앙당과 지도부는 부산시민들에게 국민의힘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 추진을 적극 지지하고 지원한다고 대국민 발표를 정식으로 해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어제 부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던 이언주 전 의원, 기자회견 내내 계속 눈물을 흘렸다는 건 이미 전해드렸죠. 근데 이 모든 게 연기 아니었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현장 기자들에게 배포된 회견문 전문에 이런 문구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더 감동적이고 감성적으로 표현할 멘트와 제스처가 필요' 라는 연출 지시 같은 내용인데요. 바로 이 멘트 뒷부분이었습니다.

[이언주/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 (어제) : '언주야 우리 부산도 싱가포르같이 풍요롭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이 말씀을 어머님은 병으로 돌아가시기 전에도 저에게 하셨습니다.]

방금 저 말을 하면서 이 전 의원, 정말 목이 메이는 듯한 모습인데요. '감동적이고 감성적인 제스처'란 지침을 따른 것 같은 느낌이지요. 확실히 복국장이 평소에 연기학원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긴 있나 봅니다.

[JTBC '정치부회의' (2017년 1월 25일) : '이게 그러니까 저거를 정신 바짝 차리고 안 그럼 다 죽어. 나도 검찰 구속될지 몰라' 하면서 검찰 수사와 관련된 언급도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연기학원 다니라고 했잖아요.)]

이언주 전 의원이 어제 기자회견에서 했던 발언 중에 논란이 된 건 또 있었습니다. 불법 선거자금과 관련한 언급이 있었던 건데요.

[이언주/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 (어제) : 예비후보 시절에도 방대한 조직을 움직이면서 여론 조성을 해야 하는데 그것만 제대로 하려 해도 한 달에 족히 수억씩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 자금은 후보자 개인이 다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불법 자금을 받아서 써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그게 공짜겠습니까.]

'예비후보들이 선거운동하면서 돈이 모자라 불법 자금에까지 손을 대는 처지에 내몰린다' 이런 호소였는데요. 민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곧바로 국민의힘을 향해 불법 돈 선거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쏘아 붙였습니다.

[최인호/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음성대역) : 아직도 한 달에 수억원의 불법 자금이 선거에 뿌려진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국민의힘은 누가 불법 자금을 동원했다는 것인지 밝혀야 합니다. 또 이언주 전 의원은 불법 돈 선거의 실체를 알고 있다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해야 합니다.]

이 전 의원도 곧바로 반박에 나섰습니다. 페이스북에 "정치를 개혁하자는 취지에서 한 얘기를 곡해해서 반박하는 민주당을 보면 기가 찬다"고 일축했는데요. "오죽 트집 잡을 게 없으면 그럴까"라고 비꼬았습니다. 특히 이번 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건 민주당이라고 맞섰습니다. 800억원이 넘는 세금을 들여서 안 해도 되는 보궐선거를 하는 건 민주당 시장들의 성범죄 때문이라는거죠.

사실 이 전 의원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던 이유는 불법 선거자금 문제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위해 당 지도부가 힘써달라는 게 골자였지요. 이 전 의원을 포함한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들은 어제 각자 7분 프레젠테이션(PT)을 하며 비전 경쟁을 펼쳤는데요. 예비후보 6명이 발표한 PT의 주요 키워드를 추려보면 '스마트', '관광', '국제', '인프라', '경제' 등입니다. 결국 이 키워드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쟁점은 바로 '가덕도 신공항'이었죠.

[박형준/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 (어제) : 가덕도 공항이 없으면 혁신의 인프라를 만들 수 없습니다. 혁신의 뿌리를 만들 기반을 우리가 형성할 수 없기 때문에 그토록 바라는 것입니다. 가덕도 신공항. 저는 대통령과 반드시 담판 짓겠습니다. 가덕도 신공항 국책 사업이고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가덕도 신공항이 부산 경제를 위한 핵심이라는 말이죠. 류 반장 발제에서도 보셨지만 민주당은 부산 민심을 잡기 위해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삐걱거리고 있죠. 당내 의견 조율이 안 되는 상황인데요. 국민의힘 부산 지역 의원 15명은 지난해 11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습니다. 가덕도 신공항이 이번 선거의 뇌관으로 부상한 만큼 당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데요. TK 지역 의원들은 영 달갑지 않다는 분위기입니다. 오히려 맞불 입법도 내놨습니다. 대구 달성군이 지역구인 추경호 의원이 어제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겁니다. 법안에는 TK 지역 의원과 TK 출신 비례대표 의원 3명 등 모두 24명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여기에 당내 투톱이자 대구가 지역구인 주호영 원내대표도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해왔죠.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BBS '박경수의 아침저널' / 지난 27일) : (가덕도 신공항은) 이게 이제 벌써 10년 전의 추산으로도 작게는 8조, 많게는 20조 가까이 든다고 나와 있거든요. 이제는 아마 훨씬 더 들 겁니다. 이러한 거대한 프로젝트를 하려면 첫째 김해 신공항이 취소된 것이냐. 또 취소되었다면 그때 2순위가 밀양으로 나오는데 밀양은 어떻게 할 것이냐.]

부산이 지역구인 장제원 의원은 주 원내대표를 공개 비판했습니다. 자칫 PK와 TK로 나뉘어 당 내홍이 격화될 수도 있는 상황인데요.

[장제원/국민의힘 의원 (1월 27일) : 주 원내대표는 하루가 멀다하고 부산시민의 열망인 가덕도신공항 반대 의사를 노골적으로 표출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 해도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역의 사정을 감안해서 자신은 한발 물러서 있는 것이 도리 아닙니까.]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다음달 1일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 현장을 둘러볼 계획입니다. 부산에서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당의 공식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선거만 본다면 출렁이는 부산 민심을 다잡기 위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찬성해야 하는 처지인데요. 하지만 텃밭인 TK 민심 역시 무시할 수 없죠. 딜레마에 빠진 국민의힘 지도부, 어떤 결정을 내릴지 다음주에 전해드리겠습니다.

오늘 야당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이언주 긴급 기자회견 후폭풍…국민의힘, 가덕도 신공항 딜레마 >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