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AMD 라이젠 5000 시리즈 모바일 APU, 게이밍 노트북 판도 엎을까?
[IT동아 남시현 기자] 2021년 1월 13일, AMD 최고경영자 리사 수 박사가 CES2021(소비자 가전 전시회) 기조연설에서 AMD 라이젠 5000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와 서버용 3세대 AMD 에픽 프로세서를 선보였다. 이날 공개된 프로세서는 지난해 10월 9일 선보인 4세대 AMD 라이젠(RYZEN) 프로세서와 동일한 젠 3(Zen 3) 아키텍처 기반으로, 젠 2 아키텍처 대비보다 넓은 대역폭으로 작업 능률을 끌어올려 코어당 성능이 평균 19% 추가되었으며, 7nm 공정을 기반으로 해 에너지 효율성은 24% 이상 향상됐다.
라이젠 5000 시리즈 모바일 프로세서는 저전력 제품군인 U 시리즈와 고성능 제품군인 H 라인업이 동시에 출시되며, 숫자로 성능에 구분을 둔다. 보급형으로는 4코어 8스레드 기반의 라이젠 3 5300U 및 5400U가 있으며, 중급형으로 6코어 12스레드 구성의 라이젠 5 5500U와 5600U가 있다. 저전력 제품군 상위 제품으로는 8코어 16스레드 기반의 라이젠 7 5700U와 5800U가 있다. 하지만 대중의 관심은 고성능 제품군인 H 시리즈에 몰리고 있다. 매년 게이밍 노트북 시장이 급성장하는 데다가, 재택근무 수요의 증가로 고성능 노트북의 입지가 중요해지고 있어서다.
이날 출시된 라이젠 5000 시리즈 고성능 프로세서는 6코어 12 스레드인 라이젠 5 5600H 및 HS를 비롯해 8코어 16스레드인 라이젠 7 5800H 및 5800HS, 그리고 8코어 16스레드 기반의 최상급 프로세서 제품군인 라이젠 9 5900HS 와 5900HX, 가장 성능이 높은 라이젠 9 5980HX 및 5980HS가 있다. HS 제품군은 얇고 가벼운 고성능 노트북을 위한 프로세서며, HX 제품군은 고성능 작업 환경과 게임을 위해 한계를 높인 제품이다. AMD 라이젠 5000 시리즈 프로세서 중 최고 사양인 라이젠 9 5980HS의 벤치마크 테스트를 통해 젠 3 아키텍처 기반의 모바일 노트북 프로세서 성능을 짚어본다.
승부수 띄운 AMD, 고성능 노트북 시장에 통할까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AMD 라이젠 9 5980HS 프로세서를 탑재한 에이수스 ROG 플로우(FLOW) X13이다. 에이수스 ROG 플로우 X13은 13.4인치 WQUXGA(3,840x2,400) 해상도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에이수스의 초경량·고성능 제품군으로, 1.3Kg의 무게에 AMD 라이젠 9 5980HS 및 5900HS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지포스 GTX 1650 4GB, 32GB LPDDR4X 메모리와 1TB NVMe SSD가 적용된다. 아울러 RTX 3080 모바일 16GB GDDR6이 내장된‘ROG XG 모바일’이라는 외부 도크로 게이밍 성능을 GTX1650에서 RTX 3080 모바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AMD 라이젠 9 5980HS는 TSMC 7nm FinFET 공정 기반의 젠 3 아키텍처 기반의 모바일 프로세서로, 8개의 코어와 16개의 스레드가 최대 4.8GHz의 속도로 동작하며, 기본 35W의 열설계 전력으로 설계됐다. 메모리는 LPDDR4 기준 최대 4,266MHz를 지원하고, 8개의 그래픽 코어가 내장된 AMD 라데온 그래픽스 GPU가 내장돼있다. AMD 라이젠 9 5980HS는 에이수스 ROG 플로우 X13같은 가벼운 노트북을 위해 라이젠 9 5980HX보다 기본 동작 속도와 열설계전력의 한계가 조금 낮다.
CPU 성능을 일관성 있는 수치로 확인하는 데 쓰이는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활용해 AMD 라이젠 9 5980HS의 성능을 확인해보았다. 제품 설정은 전원이 연결된 상태에서 에이수스 자체 성능 제어 프로그램인 아머리 크레이트(Armoury Crate)의 터보 설정을 활용해 성능을 끌어올렸다. 모든 드라이버와 바이오스는 최신 상태를 유지하며, 메모리는 4,266MHz로 동작한다.
먼저 특정 그래픽 화상을 CPU의 연산 처리로 처리한 뒤 점수를 매기는 시네벤치 R23을 활용해보았다. 시네벤치 R23은 10분 동안 단일 코어 혹은 다중 코어로 렌더링을 처리한 속도로 점수를 매기며, 컴퓨터 프로세서 성능 측정 프로그램 중 가장 널리 쓰인다. 해당 프로그램은 맥슨(MAXON) 홈페이지를 통해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고, 본인의 컴퓨터에서 실행해 점수를 비교할 수 있다. 해당 테스트를 통해 AMD 라이젠 9 5980HS의 점수를 확인하니, 단일 코어 기준 1,526점, 다중 코어 기준 11,757점을 획득했다. 이는 1세대 라이젠 데스크톱 프로세서인 라이젠 7 1700X보다 1.32배는 빠른 속도며, 같은 젠 3 기반 5600X 프로세서와 동급의 점수다. 라이젠 5 5600X가 전체 CPU 성능 면에서 꽤 상위의 제품인 데다가, 데스크톱용 공랭 쿨러가 적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13인치 급 노트북의 결과가 맞나 싶을 정도의 결과다.
CPU의 연산 처리성능과 직결된 파일 압축에 대한 테스트도 진행했다. 테스트는 7-Zip 프로그램에 내장된 벤치마크 프로그램을 사용했는데, 다른 장치와의 압축 성능 비교를 통해 제품의 성능 편차를 확인할 수 있다. 해당 테스트에서 AMD 라이젠 9 5980HS는 10분이 지난 시점에서도 여전히 4GHz 속도와 4,266MHz 메모리 클럭을 유지했다. 평가 점수는 76,153MIPS(초당 백만 연산)로 확인되는데, 테스트 조건을 기준으로 초당 60MB 압축과 1GB 압축 해제 속도다. 이는 젠 2 아키텍처 기반의 라이젠 7 3700X와 비슷한 압축 성능이며, 경량 노트북으로는 괄목할만한 점수다.
영상 인코딩 프로그램인 핸드브레이크(HandBrake)를 활용해 4K 영상의 변환 속도도 확인해보았다. 영상 테스트는 1분 13초 길이의 400MB 4K HDR 25프레임 영상을 매우 빠른 1080p30과 빠른 1080p30, 고품질 1080p30 서라운드, 최고 품질 1080p30 서라운드 규격의 H.264 코덱 MP4 파일로 변환한 시간을 각각 확인하였다. 매우 빠른 1080p30은 초당 30.5 프레임으로 60초만에 처리했고, 빠른 1080p30은 초당 23.7프레임에 1분 15초가 소요됐다. 고품질 1080p30은 초당 21프레임에 1분 24초가 소요됐다. 가장 높은 품질은 평균 15.4프레임을 처리하며 1분 50초가 소요됐다.
4K 영상 편집 환경을 고려해 해당 영상을 H.265 코덱의 2160p60프레임으로 변환한 시도에서는 평균 초당 6프레임에 5분 5초에 영상 처리를 끝냈다. AMD 라이젠 9 5980HS 정도의 성능이라면, 노트북만으로도 FHD 영상 편집 및 인코딩 정도는 웬만한 데스크톱보다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엔비디아 RTX 3080 모바일 버전을 외장 GPU로 지원할 정도의 성능이어서 게이밍 점수도 인상적이다. 게이밍 성능을 확인하는 중요 지표인 3D 마크 : 타임스파이와 파이어스트라이크를 각각 실행해 AMD 라이젠 9 5980HS의 CPU 처리 성능을 체크해보았다. 테스트를 통해 확인되는 타임스파이 점수는 8,888점, 파이어스트라이크는 23,525점이다. 그래픽 점수는 기본 탑재된 엔비디아 지포스 GTX 1650 맥스큐의 영향으로 CPU 점수와는 관련이 없다.
CPU 점수만을 기반으로 계산할 때, 라이젠 7 2700X보다 조금 높고, 3700X보다는 조금 낮은 수준이다. 인텔 프로세서와 비교해도 9세대 인텔 코어 i7-9700K를 넘어선다. 그래픽 카드 성능보다 CPU의 연산 처리 성능이 중요한 애쉬즈 오브 더 싱귤러리티(Ashes of the Singularity)나 토탈 워 시리즈 등 실시간 전략 게임을 주로 플레이한다면 주의 깊게 볼 대목이다.
2%의 아쉬움 여전··· 하지만 고성능 프로세서 경쟁 해볼만해져
AMD 젠 3 아키텍처 기반의 AMD 라이젠 5000 시리즈는 ‘노트북 성능은 데스크톱에 한참 못 미친다’는 오랜 관념을 부수는 데 일조한다. 겨우 2~3년 전만 해도 노트북과 데스크톱은 분명한 성능 간격이 있었지만, 이제 일반 사용자 수준에서는 데스크톱과 동등한 수준에 서게 됐다. 때마침 엔비디아가 모바일 RTX 30 시리즈를 출시한 점도 라이젠 5000 시리즈의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중간 라인업인 AMD 라이젠 7 5800H에 RTX 3060 Ti만 조합해도 직전 세대 CPU 및 GPU가 장착된 데스크톱에 준하는 성능을 낼 정도니, 데스크톱을 고집하던 게이머와 전문가들도 노트북으로 눈을 돌릴 정도가 된 것이다.
하지만 초창기 라이젠 노트북부터 지적되어온 소프트웨어 및 호환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실제 테스트 중에도 라데온 드라이버 충돌로 인한 atiumdag.dll 에러가 계속 발생했고, 윈도우 10 클린 설치나 에이수스 제공 드라이버로 해결되지 않아 5980HX용 그래픽 드라이버로 해결했다. 예전에도 내장 GPU 드라이버를 업데이트했더니 노트북 모니터가 먹통이 돼 외장 모니터를 연결해 해결했던 적이 있는데, 아직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는 건 실망스럽다.
에이수스 ROG 플로우 X13을 통해 접한 라이젠 9 5980HS는 고성능과 초경량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노트북 업계의 오랜 숙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아마 빠르면 올해 안에 플로우 X13같은 초경량 고성능 노트북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리라 보며, 중저가 업무용 15.6인치 모델 경쟁이 치열해리라 생각된다. 관건은 소비자 평가다. 1세대 모바일 APU인 레이븐릿지가 공개된 지도 어느덧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이 종종 발생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문제가 없는 경험이야말로 성능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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