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희의 감성여행] 매곡동 홍매화 마을, 와온해변, 국가정원을 찾아서

2021. 1. 2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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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곡동 탐매마을(전남 순천시 공마당길 155)은 조선 중기 학자인 배숙(1516~1589)이 이곳에 홍매를 심고 초당을 지어 그 이름을 ‘매곡당’이라 부른 데서 유래하였으며 홍매화로 유명한 마을이다. 봄이 오면 천 그루 이상의 홍매화가 전국에서 가장 먼저 피어나 마을 전체가 빨간 홍매화로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가 탐매마을을 방문한 12월 하순에는 홍매화가 피는 시기가 아니라 매화는 볼 수 없었고 대신 마을 담벼락에 각양각색의 벽화가 지나는 길손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순천은 매화나무가 많아서인지 매실의 원산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대한민국 최대의 매화농장인 향매실마을도 순천에 있다. 약 50년 전에 처음 매화나무를 심기 시작해서 현재 약 25만 평에 이르는 드넓은 들판이 매화나무로 가득 차 있는데 봄이 되면 눈이 내린 것처럼 흰 매화가 가득하다고 하니 봄에 오는 것도 좋을 듯싶다.

사군자(四君子) 중 하나인 매화는 눈보라와 추위 속에서도 꿋꿋이 꽃을 피워내는 모습에 우리 조상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나무다. 보통 2월 중순쯤 꽃을 피우지만, 이르게는 12월 말부터 꽃망울을 틔우기도 하며 3월쯤 절정에 달한다. 새하얀 눈 속에서 피어나는 붉은빛 꽃잎으로 ‘설중매’라고도 불린다.

탐매마을에는 재미난 벽화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선교사가 들여온 서양문물을 보여주는 ‘천사의 자전거’와 ‘천사의 가방’이 있다. 천사의 자전거는 조선시대 선교사들이 처음 들여온 자전거를 예술적으로 재현, 조명을 달아 어두운 길을 밝혀주는 예술작품이다. 또 1004명의 학생들이 각자의 꿈과 희망을 담아 그린 ‘천사 희망을 담다’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이다. 마을을 걷다 보면 밋밋했던 벽을 타일과 물감을 이용하여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작품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12월 말이라 아직 매화꽃은 멍울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올망졸망한 집들과 홍매화가 그려진 예쁜 벽화, 정겨운 장독대, 길가는 어르신들의 서글서글한 인상이 포근함을 느끼게 했다. 마치 내 고향 묵호의 논골담길을 걷는 기분이었다. 홍매화가 만개한 풍경을 그려보며 다음 여정인 와온해변으로 향했다.

와온해변은 동쪽으로는 전라남도 여수시 율촌면 가장리, 남서쪽으로는 고흥반도와 순천만에 인접한 해변으로, 순천만의 동쪽 끄트머리인 순천시 해룡면 상내리 와온마을 앞바다에 있으며 해변의 길이는 약 3km에 달한다. 

와온해변은 낙조가 아름답기로 이름난 곳이다. 해변 앞바다에 작은 무인도인 솔섬이 있는데 그 뒤로 해가 넘어가면 드넓은 개펄과 주변을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장관이 연출된다. 그래서 이 진풍경을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특히 와온해변의 황금빛 노을을 감상하려면 겨울에 찾아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와온마을은 전형적인 작은 어촌마을로 짱뚱어, 새꼬막, 숭어, 맛, 게, 낙지 등의 수산자원이 풍부하며 특히 꼬막생산지로 유명하다. 썰물로 인해 드넓은 개펄이 드러나면 개펄과 어우러진 갈대밭과 칠면초 군락, 천연기념물 제228호인 흑두루미를 비롯한 겨울 철새의 모습 등 순천만 특유의 풍경이 펼쳐진다.

순천만습지와 국가정원이 순천의 명소로 널리 알려진 관광지라면 와온해변은 아는 사람만 찾는 숨겨진 보물 같은 장소다. 순천 시내에서 해룡로를 따라 남쪽으로 15분쯤 차를 몰면 해룡면 상내리에 있는 와온해변이 펼쳐진다. 마을 이름은 소가 누운 듯한 뒷산의 모습에서 유래하고 있고, 해변의 데크 산책로는 작은 언덕 위의 와온공원까지 이어진다.

해변가에 오니 날씨가 더 추워졌다. 겨울바람이 여전히 살갗을 파고들어 옷깃을 여미게 했다. 바람막이 잠바와 모자를 눌러썼지만 추운 건 감당이 안 되었다. 사진 작가님과 SUV차량 트렁크를 열고 걸터앉아 바람을 피하면서 웃장에서 포장해온 곱창을 안주 삼아 소주 한 잔씩 따라 마셨다. 술 한잔을 마시고 사방을 붉게 물들이며 지는 낙조를 바라보는데 그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노을이 지기 시작하자 갯벌이 황금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해가 솔섬 뒤로 사라지자 그 찰라의 장면을 찍기 위해 사람들이 모두 카메라를 들고 해변으로 몰려나왔다. 사진작가들은 대부분 솔섬을 넣어 일몰 사진을 찍는다고 한다. 끝없이 넓게 펼쳐진 갯벌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보며 문득 사람의 말년도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은 순천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한정식으로 식사를 했다. 반찬의 개수는 셀 수 없이 많았고 모든 음식이 정갈하고 맛있었다. 역시 음식솜씨는 전라도가 최고라는 말이 실감났다. 식사 후에는 순천의 야경을 보기 위해 죽도봉공원 팔각정자로 향했다. 

죽도봉공원은 전라남도 순천시 조곡동 둑실부락에 위치하고 있다. 죽도봉이라는 지명은 산죽(山竹)과 동백숲이 울창하고 봉우리 모양이 마치 바다에 떠 있는 섬과 같다는 데서 유래하였다. 순천시가 1975년부터 공원 조성 작업을 시작하였고 1981년 전망대를 세웠다. 공원 안에는 연자루, 팔마탑, 현충탑, 활터 등의 시설이 있다. 연자루는 고려 때 지은 2층 누각으로 원래 남문교 옆에 있던 것을 1979년 8월에 복원하여 현재 위치에 세웠다. 팔마탑은 고려 충렬왕 승평(지금의 순천) 부사 최석의 청백리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고, 현충탑은 1979년 5월 죽도봉 정상에 있던 반공 순국 위령탑과 충혼비, 향림사 충혼비 등에 모시던 순국선열들의 넋을 옮겨 세운 탑이다. 팔각정자는 순천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전경이 아름다웠다. 이른 아침에 서울을 떠나 짧은 시간 많은 곳을 둘러보아서인지 피곤이 엄습했다.

바쁜 일정으로 아침 일찍 일어나 국가정원으로 향했다. 국가정원은 순천만과 함께 순천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세계 각국의 정원을 두루 볼 수 있는 박물관 같은 곳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약 28(926,992㎡)만 평에 이르는 규모에 우리 한국의 전통 정원뿐만 아니라 미주, 유럽, 동아시아, 중앙아시아 등 몇 개국 나라의 정원을 그대로 재현해두었다.
주차장을 지나 정문을 바라보고 서 있는데 안의 크기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로 넓다고 느껴졌다. 이곳은 너무 넓어 하루에 다 돌아보기 힘들기에 꼭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해서 코스를 짜야 한다. 들어가는 입구에 방문객의 시간에 따라 1시간, 2시간, 4시간 코스를 준비해 적어둔 것이 있어서 각자의 일정과 체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여 둘러보면 좋을 것 같다.

필자는 해설사와 함께 정원을 돌았다. 해설사의 설명에 의하면 지난 2013년부터 순천만 국제 정원 박람회가 열렸는데 당시 23개국에서 참가해 83개의 정원을 조성하고 선보였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은 2023년에 이곳에서 다시 국제 정원 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이전에는 순천만의 생태를 보전하는 데 집중했다면 2023년에는 순천만의 생태를 시민이 있는 곳으로 확장 시킨다는 데 목적을 두고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한다.

국가정원은 동문과 서문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동문 쪽에 호수정원과 세계 여러 나라의 정원이 모여있고 서문 쪽에는 한국정원과 스카이 큐브 정원 역이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장소는 호수정원, 꿈의 다리, 네덜란드정원, 한국정원 등이다. 동문으로 입장을 하면 먼저 탁 트인 호수정원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호수 위에 봉긋하게 솟은 봉화 언덕이 올라가고 싶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봉화언덕으로 가려면 다리를 건너야 한다. 다리가 무척 예뻐서 곳곳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이어 독일정원 멕시코정원을 지났다.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은 바로 네덜란드 정원이다. 네덜란드의 상징인 풍차 앞에 놓인 알록달록한 나막신을 신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인기가 많아서 한참 기다려야 한다. 국가정원에는 구석구석 포토존이 있어서 바쁘게 움직여야만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걷다 보면 몽골정원과 이탈리아 정원, 터키정원, 영국정원, 태국정원도 만나는데 시간이 없어 다 둘러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건강과 웰빙’을 생각해 약초가 가지고 있는 특징과 효능을 테마로 한 감상과 체험 공간인 ‘한방약초원’도 눈길을 끌었다. 이곳은 산, 들, 물가 등 대한민국에서 야생하는 모든 약초를 모아 15만㎡의 재배공원과 체험관을 조성해두었다. 한약재로 족욕을 하면서 쌍화차 한 잔으로 힐링할 수 있는 공간도 관광객들을 불러모았다. 한쪽에는 널뛰기를 할 수 있게 마련되어진 공간도 있어서 사진작가 선생님과 신나게 널뛰기를 했다. 잠시나마 추위도 잊고 동심으로 돌아간 즐거운 시간이었다.

서문에서는 국가정원에서 순천 갈대밭 길로 유명한 순천만 습지까지 스카이큐브를 이용해 갈 수 있다. 편도 4.6km 길이의 스카이큐브는 약 8분에서 12분 사이 국가정원이 있는 정원역에서 순천문학관과 갈대밭이 있는 문학관 역까지 이동한다. 문학관 역에 내려 약 1km 정도 도보로 이동하면 순천만 갈대밭을 만나볼 수 있다. 스카이 큐브는 세계 5대 습지인 순천만의 자연경관 보호를 위해 만든 무인자동운전시스템이다. 세계 최초 소형 무인궤도 택시이기도 하다. 스카이 큐브를 타면 동천과 정원의 아름다운 배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아 스카이큐브를 타지 못했다.

<글.사진 전정희 작가>

rea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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