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판결문에도 적시된 윤석열·이성윤 갈등.. 법원 "기소 과정 문제 없다"
법무부 "이성윤, 피의자 소환 등 보완수사 주장"
공판검사 "수사팀 교체 예상에 기소 결재 미뤄"
재판부 "검찰총장이 '수사팀 직접 지휘'도 적법"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 대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의 ‘허위 인턴경력서’ 발급 의혹 사건의 1심 재판 과정에서 최대 쟁점 중 하나는 ‘검찰의 기소가 검찰청법 위반인지’의 문제였다. 지난해 1월 수사팀(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아니라, 윤석열 검찰총장 지시를 받아 최 대표 기소를 강행했던 탓이다. 최 대표는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을 통하지 않고 직접 수사팀을 지휘한 건 서울중앙지검장의 소속 검사 지휘ㆍ감독권 침해”라며 “적법 절차를 위반한 공소권 남용”이라고 주장해 왔다.
29일 공개된 이 사건 1심 판결문에는 작년 1월 23일 최 대표 기소가 이뤄진 구체적 경위가 상세히 기재돼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법무부가 이 지검장 입장을 반영해 작성, 재판부에 송부한 것으로 보이는 검찰사무보고와 수사팀(윤 총장 측)의 설명에 엇갈리는 대목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다. 이 지검장과 윤 총장 간 대립이 사실상 법원 판결문에 고스란히 적힌 셈이다.
우선 법무부는 재판부에 보낸 문서에서 ‘윤 총장이 검찰 중간간부 인사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해 1월 22일, 최 대표 기소를 밀어붙였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 지검장이 ‘최 대표 소환’ 등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음에도, 윤 총장이 “무조건 인사 발표 전에 오늘 기소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 지검장은 송경호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 고형곤 당시 반부패수사2부장에게 “피의자의 출석 의사 유무를 확실히 묻고, 출석 의사가 있으면 충분한 변명 기회를 줘야 한다”고 지시했으나, 두 사람은 “윤 총장 지시가 위법하지 않으면 따라야 한다”고 반발했다고 법무부는 전했다.
윤 총장과 수사팀, 이 지검장 간 ‘신경전’은 최 대표 기소와 검찰 인사가 한꺼번에 이뤄진 1월 23일 오전에도 지속됐다. 윤 총장은 당일 오전 8시55분쯤, “업무 개시 직후 기소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약 20분 후, 이 지검장은 윤 총장에게 메신저 쪽지를 보내 “오늘 기소하라는 지시는 이유나 정당성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재고해 달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리고 15분 후쯤, 최 대표의 공소장이 법원에 접수됐다. 수사팀이 직속 상급자인 이 지검장 대신, 검찰의 최고 수장인 윤 총장 지시를 따랐던 것이다.
그런데 공판검사가 재판부에 내놓은 설명은 법무부와는 결이 꽤 달랐다. 법무부는 작년 1월 22~23일 상황에 대해서만 밝힌 반면, 공판검사는 그 이전 상황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수사팀은 2020년 1월 14일 이 지검장 부임 후, 최 대표 기소 계획을 보고했다. 그러나 이 지검장은 특별한 의견을 밝히지 않다가, 중간간부 인사로 수사팀 교체가 예상되자 갑자기 소환조사 필요성을 제기하며 결재를 미뤘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이 지검장을 ‘직격’하기도 했다. 공판검사는 “검찰총장 지시가 위법ㆍ부당하지 않은데도, 이 지검장은 이를 위반했다”며 “법무부의 회신은 사건 보고과정을 일방적으로 발췌ㆍ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윤 총장이 ‘무조건 오늘 기소’만 거듭 지시했다는 주장은 사실 왜곡”이라고도 했다. 당시 윤 총장은 ‘인사 발표 후 기소하면, (수사팀) 좌천인사에 따른 보복기소라는 오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이 지검장에게 충분히 설명했다고도 덧붙였다. 지난달 15일 법정에서도 공판검사는 이 같이 주장했다.
양측 입장이 이처럼 첨예하게 갈린 가운데, 법원은 최 대표 기소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전날 최 대표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검찰총장은 지방검찰청 소속 공무원도 지휘ㆍ감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이나 서울중앙지검 소속 검사를 직접 지휘했더라도, ‘검찰청법 위반’으로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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