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 박찬구 회장과 경영권 분쟁하는 박철완 상무, 배당확대로 소액주주와 연대 가능성

이재은 기자 2021. 1. 29.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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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이 경영권 분쟁 조짐을 보이면서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가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의도와 다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박철완 상무는 최근 금호석화에 배당 확대와 신규 이사 선임 등을 주주자격으로 요구했다. 박 상무가 올해 초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박찬구 회장 측과 표 대결을 벌이기 위해 우호세력을 확보할지도 관심이다.

박 상무는 지난 27일 "기존 대표 보고자(박찬구 회장)와의 지분 공동 보유와 특수 관계를 해소한다"고 공시하면서 경영권 분쟁의 막이 올랐다. 박 상무는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박찬구 회장의 조카로, 금호석화 지분 1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박정구 전 회장은 고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의 2남, 박찬구 회장은 4남이다.

(왼쪽부터)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 금호석유화학 제공

그동안 박 상무의 지분은 박찬구 회장과 특별관계인으로 묶여 있었는데, 박 상무가 박 회장과의 특수 관계를 끝내고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서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사실상 삼촌인 박 회장과의 결별을 선언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박 상무는 2009년 금호그룹 ‘형제의 난’ 당시 박삼구 회장의 편에 섰다가 그룹이 워크아웃에 돌입하는 과정에서 박삼구 회장과 관계가 틀어진 바 있다.

현재까지 박 상무 측의 분쟁 의도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지난해 7월 그룹 인사에서 박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전무만 승진하고 박 상무는 승진하지 못하면서 균열 조짐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촌지간인 두 사람은 1978년생 동갑내기로 함께 경영수업을 받았지만, 승계구도가 박준경 전무쪽으로 기울면서 박 상무가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이다. 평소 아시아나 경영권에 관심을 갖고 있던 박철완 상무가 아시아나항공이 한진그룹으로 매각되면서 항공사 경영에 참여할 수 없게 되자 금호석화 경영권에 뛰어들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얼마 전까지도 표면적으로는 박 회장과 박 상무간 분열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박 상무 측이 법률대리인으로 M&A와 분쟁 전문 로펌인 KL파트너스를 선임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동안 경영권 분쟁에 대비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KL파트너스는 금호사옥 매각, 금호기업의 금호터미널 인수, 아시아나항공 전환사채 발행 자문 등 금호그룹의 주요 딜을 추진한 법무법인이다.

독자 노선을 택한 박 상무는 최근 금호석화에 전년의 5배가 넘는 배당을 요구했다. 지난해 금호석화는 보통주 1500원, 우선주 1550원을 배당했는데 박 상무는 보통주 1만원, 우선주 1만100원의 배당 확대를 제안했다. 배당 확대 주주제안이 받아들여질 경우 박 상무는 약 300억원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그래픽=박길우 디자이너

박 상무 측의 주주제안은 배당 확대를 원하는 기관투자자, 소액주주 등을 우호세력으로 포섭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금호석화 측은 "주주제안을 명분으로 사전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현재 경영진의 변경과 과다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했다.

재계는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박철완 상무와 박 회장 측이 이사 선임 등을 놓고 표 대결에 나설 것으로 보고 박 상무와 연대한 외부 세력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력 후보로는 중견건설사 아이에스동서(IS동서)가 거론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권민석 IS동서 대표이사는 최근 금호석화 지분 1000억원어치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분율은 3~4%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재계에서는 권 대표가 IS동서 본업과는 관련이 없는 금호석화 지분을 단기간에 사들인 데다, 권민석 대표와 박철완 상무가 한영외고와 연세대 동문이라는 점에 주목해 연대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IS동서의 금호석화 지분 매입 방식이 과거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반도건설이 한진그룹을 공격할 때와 비슷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은 권민석 대표 부친인 권혁운 회장의 형이다.

박 상무가 보유한 지분 10%에 IS동서 등 우호세력 지분 3~4%를 더하면 박 회장 일가와 대등한 수준에서 표 대결을 벌일 수 있게 된다는 시나리오다. 이에 대해 IS동서 측은 "금호석화 지분 매입은 단순 투자 목적이며, 경영권 분쟁과 관련이 없다"며 "권민석 대표는 지난해 12월 24일에 보유 지분 대부분을 매각해 지분율이 거의 없다"고 했다.

박 상무가 설령 IS동서를 우호세력으로 확보하더라도 표 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박 회장 일가의 금호석화 지분율은 박찬구 회장(6.7%), 아들 박준경 전무(7.2%), 딸 박주형 상무(0.98%) 등 총 14.84%로, 박 상무 측 지분율보다 높다.

여기에 박 회장은 자사주 18.35%를 활용해 백기사를 확보할 수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박 회장 측이 보유한 자사주 전량을 우호세력에 넘기면 의결권이 생기면서 박 회장 측 지분율은 33.22%가 된다. 0.2%포인트만 더 확보해도 의결권 지분율 3분의 1을 넘기 때문에 특별결의를 막을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이 최근 최대 실적을 낸 데가 배당도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박찬구 회장의 경영에 대한 신뢰가 높고 우호세력도 많다"고 말했다.

표 대결을 앞두고 금호석화 지분 8.16%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외국인, 개인투자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양측의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앞서 2016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박찬구 회장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만약 박 상무 측이 국민연금까지 포섭하는 데 성공한다면 지분율은 20%가 넘는다. 그러나 이 역시 자사주를 활용한 박 회장 측에 비해 지분이 모자라기 때문에 박 상무가 이미 IS동서 외의 흑기사를 준비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 상무의 행보가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금호석화 측은 "박철완 상무의 주주제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토하면서 신중하게 대처하고자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박 상무 측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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