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의 입] "조국 딸을 대통령 주치의로 임명하라"

김광일 논설위원 2021. 1. 29. 17:5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한다. 바람을 한 번도 한 피운 남자는 있어도 딱 한 번만 피운 남자는 없다. 무슨 뜻일까? 그렇다. 바람을 피웠던 남자가 또 바람을 피우게 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그런데 일선 경찰관의 말을 들어보면 위조범이나 사기범도 비슷한 현상을 보인다고 한다. 일생동안 단 한 번도 사기죄를 저지른 적이 없는 사람은 많지만 딱 한 번만 사기를 친 사람은 흔치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1년 반 동안 조국·정경심 부부를 겪으면서 ‘허위 인턴 증명서’ 혹은 ‘가짜 표창장’, 이런 것들이 마치 대추나무 연 걸리듯 주렁주렁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금까지는 이것을 가짜 표창장 ‘의혹’이라고 불렀으나,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의혹이 아니라 그냥 범죄 사실이라고 해야 한다. 조국 씨 딸인 서른 살 조민 씨의 고려대 환경공학부 그리고 부산대 의전원 입시 과정에 활용된 이른바 ‘7대 스펙’에 대해 모두 허위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는데, 이번에는 조국 씨 아들의 인턴 확인서도 허위라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어제 법원은 의미 있는 판결을 내렸다. 조국 씨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여러분 잘 아시는 것처럼 징역형에 집행유예도 명백한 유죄 판결이다. 국회의원은 금고형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집행유예도 여기에 해당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어제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불구속 기소된 최강욱 대표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의 판결 이유가 명료하다. 이렇게 돼 있다. “피고인이 발급해준 인턴 확인서 내용과 달리 실제 정기 업무 수행 자체가 없었다.” “인턴 확인서의 객관적인 증명 내용과 실제 수행 내용이 일치하지 않아 입학담당자가 오인하거나 착각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된다.”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판결문이 다소 딱딱하게 돼 있는데요, 쉽게 말하면 최강욱 대표가 변호사 시절 조국 장관 아들에게 떼 준 인턴 확인서는 엉터리라는 것이다. 확인서 내용대로 현장에 나와서 인턴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조 장관의 아들이 2017년1월부터 10월까지 매주 2회, 모두 16시간을 인턴 활동을 했다고 확인서에는 적혀 있는데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1회 평균 12분 정도의 인턴 활동을 했다는 것인데, 그런 일은 많지 않아 보인다.” 말을 점잖게 ‘많지 않아 보인다’고 했을 뿐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결국 최강욱 대표는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시절인 2017년 조국 전 장관 부부의 부탁을 받고 그네들의 아들이 인턴 활동을 했다는 허위 증명서를 작성해 줌으로써 연세대와 고려대 대학원의 입학담당자에게 오인과 착각을 일으켜 학생을 잘못 뽑도록 입학 사정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형법상 업무방해죄 선고 공판에서 ‘유죄’라고 판결한 것이다.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입시 공정성 훼손 행위는 우리 사회에서 학벌이 지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가벼이 볼 수 없다.” 판사는 덧붙여 이런 따끔한 지적을 했다. “피고인은 진지한 반성과 같은 유리한 양형 요소가 없다.” 그렇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피고인 최강욱은 전혀 반성의 기미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검찰을 향해 큰소리를 쳤던 것에 대해 판사가 그냥 넘어가지 않은 것이다.

최강욱 대표는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최 대표는 2018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대표적인 친문 핵심 인사다. 최강욱 씨는 조국 전 장관의 대학 후배이고, 대학원 다닐 때는 제자였으며, 그가 공직기강비서관이 됐을 때 조국 씨가 민정수석이었다. 보통 끈끈한 사이가 아닌 것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이런 사람이 청와대 공직기강을 맡았다니 블랙 코미디다”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최 대표는 ‘허위 인턴 증명서’뿐만 아니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그리고 ‘명예훼손 혐의’ 등 다른 2건의 사건에 대해서도 피고인으로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 대표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보는 이유는 그가 작년 총선에 출마한 이후 ‘허위 인턴 증명서’ 의혹에 대해 팟캐스트 등에서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턴 증명서가 허위라고 유죄 판결을 받았으니 이제 최 대표가 말했던 ‘사실이 아니다’는 발언은 거짓말이 되는 것이다. 선거운동 기간에 거짓말을 하면 공직선거법 위반이 된다. 이때는 100만 원 이상 벌금형만 받아도 의원 자격이 상실된다.

최 대표는 또 소셜미디어에 허위 사실을 유포해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있다. 최 대표는 작년4월3일 페이스북에 이렇게 요약될 수 있는 내용을 썼다. “이동재 기자가 이철 전 밸류 인베스트먼트 코리아 대표에게 ‘사실이 아니어도 좋으니 유시민에게 돈을 줬다고 해라’ 등의 발언을 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단순히 채널A 기자가 피해를 본 사건의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일이다. 오늘 조선일보 사설은 이렇게 지적하고 있다. “채널A 사건은 정권의 불법을 수사하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정권과 사기꾼, 어용 방송이 억지로 만든 사건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되고 있다.” 이런 내용은 다음 기회에 더 상세하게 말씀 드리겠다.

최강욱 씨는 모두 3개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는 셈인데, 자 이번에는 조국 씨의 딸인 조민 씨 논란으로 넘어가보겠다. 조민 씨는 최근 의사 국가시험을 통과한 뒤 국립중앙의료원 인턴에 지원해서 지난 27일 면접까지 본 것으로 드러났다. 정원9명에 16명이 지원했다는데, 지금 이 방송이 나갈 때쯤이면 합격 여부가 밝혀졌을 것으로 보인다. 조국 부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딸내미 조민 씨를 의사로 만들고 말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 같은데, 대학 입학과 의전원 입학 때 제출했던 7가지 스펙 서류가 모두 허위와 가짜였다는 게 드러난 지금도 그 꿈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 같아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조국 씨 부부와 딸 조민 씨는 왜 국립중앙의료원을 선택했을까. 국립중앙의료원은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이고, 현재 정기현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취임한 정기현 원장은 서울대 의대 연구교수로 있던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에게 여성·아동 정책을 보좌하는 관계였다. 2017년에는 문 대통령 지지 모임인 ‘더불어포럼’을 만들 때 공동대표 23명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공공의료 경험도 거의 없는 정기현 씨가 중앙의료원장에 임명되자 ‘코드 인사’라는 지적이 나왔다.

요약하자면 대학과 의전원 모두 허위 서류로 합격했던 조국 씨의 딸이 이번에는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가 원장인 정부 산하기관 병원에 인턴으로 지원했다는 것이다. 국민을 끝없이 우롱하는 이 사람들은 얼마나 두껍고 염치없는 얼굴을 갖고 사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 ‘스누라이프’에서 한 학생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조민 씨를 문재인 대통령의 주치의로 임명해야 한다.” 이런 엉터리 의사라면 오직 한 군데 대통령 주치의밖에 할 일이 없을 것이란 비아냥인 것이다. 국민들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