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 대란' 본격화.."원지 부족 공장 가동 중단"
<앵커>
설을 2주 정도 앞두고 '박스대란'이 본격화됐습니다. 일부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은 박스가 없어서 물건 배송이 어려울 지경입니다. 중소형 골판지 제조업체에서는 골판지를 만드는 재료, 즉 원지가 없어서 아우성입니다.
먼저 한지연 기자 리포트 보시고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얼마나 박스 구하기가 힘든지 직접 구하러 돌아다녀 봤습니다.
우체국 곳곳에는 박스 공급이 어렵다는 안내문이 붙었고 외부 판매도 제한합니다.
[우체국 관계자 : 우리가 뭐 재고가 많으면 뭐 달라는 대로 다 주겠는데…. 저희가 한두 개는 드리는데, 다량으로 구하는 게 힘들어요.]
박스 도매시장에도 재고가 아니면 박스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
[박스 도매 판매 업체 관계자 : (수량이 모자라서) 입고되는 대로 연락을 드린다고 말씀을 드리는데, '언제 된다'라고 말씀을 드릴 수가 없어서 좀 안타깝죠.]
온라인으로 박스를 구매하려 해도, 대부분 품목이 '품절'입니다.
박스 품귀현상에 온라인 쇼핑몰 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한 파티용품 온라인 쇼핑몰 운영자는 박스 쇼핑업체의 재고를 확인하는 게 하루 일과가 됐습니다.
설 대목을 앞두고, 배송을 못 하게 될까 봐 버려진 박스까지 모으고 있는 상황.
[최인호/온라인 쇼핑몰 운영 : (파티용품은 비닐 포장을 못 해서) 버려져 있는 폐지나 폐지 박스를 구해서 보낼 수 있는 방법밖에 없거든요. 박스가 없어서 상품이 못 나갈 것 같다는 걱정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박스 대란에 미리 사재기해 물량을 비축해두고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업자까지 등장했습니다.
[박스 제조 업체 관계자 : 자기가 필요하지도 않은데 (박스를) 막 2만 장, 3만 장 찍어 놓고 다른 사람들한테 (비싼 가격에) 중고로 이렇게 넘기는 분들도 있어요.]
이렇게 박스가 부족한 이유는 골판지 박스 원료가 되는 원지가 부족해서인데, 일부 골판지 제조공장에서는 공장 가동을 중단할 정도입니다.
[골판지 업체 관계자 : 워낙 부족해서… 제가 41년 만에 그런 경험을 해봤습니다. 기계를 멈출 정도까지 제가 경험한 적이 없었는데….]
발단은 지난해 10월 국내 골판지 원지 생산량의 7%를 차지하는 대양제지에서의 화재였습니다.
[대형 제지회사 관계자 : 석 달째 넘었는데도 계속 생산을 못 하고 설비가 전부 다 외국산인데, 지금 코로나 때문에 조업이 중단되고….]
여기에 가수요까지 늘어나면서 1월 현재 총부족분은 10만 톤 가까이 됩니다.
박스생산은 줄었는데, 코로나19로 택배 배달은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설 대목 '박스 대란'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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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이번 박스 대란 취재한 경제부 유통팀의 한지연 기자 나와 있습니다. 제지, 이른바 골판지 박스 만드는 업체들도 큰 업체 있고 작은 업체들 있을 텐데 작은 업체들 사정이 더 어렵다고요?
[한지연 기자 : 그렇습니다. 우선 골판지 업계의 구조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큰 제지업체, 이른바 빅5라고 불리는 곳. 아까 화재난 곳 대양제지같은 그런 곳에서는 제지부터 골판지 그리고 상자까지 모두 생산을 하는 업체인데 이런 곳은 사실 골판지 원료인 원지가 부족한 상황이 아닙니다. 이런 대형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생산한 원지를 필요한 만큼 가져가는 거고요. 남은 원지를 나머지 중소 골판지 회사에서 이렇게 나눠 먹는 형식인데 아무래도 공급하는 제지업체에서는 신용도가 높은 큰 골판지 업체한테 먼저 제지를 공급하려 하고 있고요. 이렇게 되면 다른 많은 중소형 골판지 업체들은 원지가 부족할 수밖에 없어지 공장을 쉬어야 하는 그런 상황인 거죠.]
Q : 그런데 이제 수급만 놓고 보면 대형업체들만이라도 제대로 만들면 박스가 모자라는 일은 안 생길 거 아니에요?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생깁니까?
[한지연 기자 : 일단 큰 업체가 화재가 나서 생산이 중단된 상황에서 택배 수요가 급증, 폭증까지 겹친 게 발단이 됐습니다. 원지가 부족하다 보니 업체마다 선구매를 하게 되고 심리적으로 불안한 마음에 원래 필요한 부분보다 더 많이 구매를 하거나 여러 업체에서 주문을 거는 그런 복수 구매 상황이 생깁니다. 이런 가수요 부분까지 늘어나면서 실제 이달 총 부족분이 실 부족분을 훨씬 넘어서서 10만 톤 가까이 되는 건데요. 이거를 신라면 박스로 환산을 해보면 1억 9천만 개 정도. 관련 업계에서는 당분간 골판지용 원지 생산도 늘리고 수출도 자제하겠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었는데, 일단은 이렇게 부족분을 메우면서 이 원지가 그러니까 영세업체로 전달이 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골판지조합에서는 원지를 월 최대 5천 톤 정도 공동 구매해서 이를 영세 업체에 전달하겠다, 지원하겠다, 이렇게 밝혔는데요. 하지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서 당분간은 이런 품귀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보여지는데 업계에서는 박스대란, 이번에 잡지 못하면 하반기까지 이어질 거라고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한지연 기자jy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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