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아파트의 재건축은 낭비다?

김서온 2021. 1. 2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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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콘크리트 물리적 수명 100년..국토부, 경제적 수명 한계 극복한 '장수명 주택' 공급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정소희 기자]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서울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정부의 규제에 재건축 추진에 속도를 내지 못하며 입주민과 지자체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현행 재건축 연한은 30년으로 목동과 강남, 이촌, 여의도 등 연한을 넘긴 단지들이 다수 자리잡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최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 은마아파트를 찾아 "층고 제한을 풀고 용적률을 높여 드리겠다"며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과감히 풀어줄 것을 약속했다.

지난 1979년 완공된 은마아파트는 시설이 노후한 재건축 단지임에도, 주변 집값 상승 우려에 따른 서울시 층고 제한 등을 이유로 재건축 사업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행보는 문재인 정부 초대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김현미 전 장관과 배치되는 행보다.

지난 2018년 1월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구조 안전에 문제가 없는 아파트 재건축은 사회적 낭비"라고 말하면서 재건축 연한 연장과 안전진단 강화를 시사한 발언이 조명됐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4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10년 단축했다. 현행 재건축 연한은 30년으로 지난 1980년대 지어진 서울 목동, 여의도, 강남, 이촌 일대 아파트들은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한 자격을 갖췄다.

그렇다면, 재건축 연한 30년을 초과한 구조 안전에 문제가 없는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이 사회적 낭비일까? 대체로 사실이다.

대체로 사실이다. 통상 주택은 철골 콘크리트로 지어지는데 건축물의 기준 내용연수(내구연수), 즉 아파트의 나이는 구조물의 뼈와 살이 되는 철골 콘크리트 상태에 따라 좌지우지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세청의 '법인세법 시행규칙'에도 아파트나 복합건물 등은 '철골·철근 콘크리트, 석조, 철골조' 등의 구조 또는 자산명으로 분류돼 기준내용연수(내구연수)가 정해진다.

현재 아파트의 구조를 이루는 철근콘크리트(철근과 콘크리트의 재료를 일체화시켜 각각의 장단점을 보완한 구조)의 물리적 수명(중성화 시기)이 100년이라는 점에서 재건축 남발은 사회적 비용의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썩지 않는 '콘크리트'…물리적 수명은 '100년'

KB리브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철근콘크리트(철근과 콘크리트의 재료를 일체화시켜 각각의 장단점을 보완한 구조)의 물리적 수명(중성화 시기)은 100년이다. 철근콘크리트의 수명은 철근을 감싸고 있는 피복인 시멘트의 두께로 결정된다.

콘크리트가 중성화되는 '철근콘크리트 중성화 연수(Y)'는 7.2(콘크리트 중성화 상수)×피복 두께(㎝)의 제곱으로 계산한다. 국내 최소피복 두께는 옥외 공기에 노출되는 옥외 콘크리트는 철근 두께에 따라 40~60㎜이며, 옥외 공기에 직접 노출되지 않는 실내콘크리트는 20~40㎜다.

콘크리트의 수명은 옥외의 경우 평균 50㎜일 경우 180년, 실내의 경우 평균 30㎜일 경우 65년에 달한다. 이론적으로 콘크리트의 물리적 수명이 100년이라는 주장이 맞다는 것이다.

콘크리트는 물과 시멘트, 모래, 자갈, 혼화재료 등을 적절하게 섞어 수화반응이 발생하면서 강도 높은 무기결정체로 탄생하게 된다. 현재 사용되는 시멘트는 지난 1818년 프랑스 비카(Vicat, L. J)가 천연시멘트를 발명하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이후 지난 1867년 철근콘크리트가 발명된 이후 150년 넘게 건축물에 사용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건축자재이다.

다만, 적절한 배합설계와 물시멘트비(W/C), 양질의 재료를 사용해 이러한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콘크리트가 제조됐는지가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이렇게 건설된 아파트(건물)는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충돌 등의 손상을 입지 않았다면 콘크리트 재료 자체는 썩는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아 구조물의 수명은 길어진다.

권영선 주택산업연구원 책임연구원(도시계획학 박사)은 "아파트 물리적 수명은 100년이라고 볼 수 있다. 다수의 해외사례에서도 100년 이상 문제없이 사용되는 건물들이 존재한다"며 "다만, 20~30년 거주했을 경우 배관 등 수리가 필요한 부분들이 하나둘 생겨나는데, 이때 얼마나 개보수 또는 리모델링을 잘하냐에 따라 수명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경제적·사회적 측면을 고려해 30년이 지난 노후 단지(건물)들이 개보수를 필요로하는 시점에 재건축·재개발을 하느냐, 마느냐는 선택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국내 아파트 콘크리트 강도 240~330㎏f/㎠ 수준…"100년 충분"

지난 2001년 발간된 한국콘크리트협회의 '북미주 콘크리트 구조물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콘크리트 구조물 수명에 대해 우리나라 국민들은 아파트 수명을 20~30년 정도로 인식하고 있으나, 북미주 국민들의 경우 건물 수명을 100년 이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 지역의 60~70층 이상의 초고층 건물, 교량 등 대부분이 철근콘크리트로 시공됐다. 시카고 지역의 초고층 건물인 '마리나 시티(Marina City)'는 지난 1964년에 완공된 61층(179m) 규모의 복합건물로 콘크리트 강도는 350㎏f/㎠에 달한다.

지난 2006년 주택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아파트의 콘크리트 강도는 210~270㎏f/㎠(규격) 수준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해외 아파트 콘크리트 강도도 공개했는데, 주택 수명이 긴 미국 아파트의 콘크리트 강도가 400~500㎏f/㎠를 유지하고 동남아도 300~400㎏f/㎠에 달했다.

국내 아파트의 콘크리트 강도 규격이 해외 건축물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나, 아파트 층수와 규모, 설계에 따라 콘크리트 강도를 상황에 맞게 조절해도 100년 이상의 수명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대한건축학회 학술지에 등재된 '기존 철근콘크리트 아파트의 잔존수명에 관한 현장평가(2009년)'에 따르면 국내에서 리모델링이 추진되고 있는 5개 단지의 지하실과 1층 외벽에 대한 탄산화 측정을 통해 비교평가를 진행한 결과 5개의 단지들의 잔존수명은 15~737년으로 나타났다.

구조물의 안전진단에는 여러 가지 측정 방법이 적용된다. '콘크리트의 탄산화 시험'은 강알칼리성 성질을 가진 콘크리트가 시간이 흐르면서 공기 중의 탄산가스가 콘크리트 내부로 확산해 알칼리성 성질을 잃으면서 탄산화되는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 경우 강재(건설 공사 등의 재료로 사용하기 위해 가공한 강철)의 부식이 진행돼 내력(견뎌 내는 힘) 저하 등에 따른 구조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노후화로 인해 실제 리모델링이 진행 중인 단지의 잔존수명은 최고 737년까지 측정됐으며, 잔존수명이 가장 짧은 단지(15년)의 경우에도 탄산화 회복이나 탄산화 방지 등의 공법을 적용해 남은 수명 연장이 가능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층수나 설계조건에 따라 콘크리트 강도는 달라진다. 하중을 많이 받는 저층의 경우 콘크리트 강도가 더 세지고, 하중을 덜 받는 위치에 있을수록 비교적 낮은 강도의 콘크리트를 사용하게 된다"며 "국내 아파트의 경우 240~330㎏f/㎠의 콘크리트 강도를 유지하고 있다. 20~40층 규모의 국내 아파트에 50층~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이 필요로 하는 강도의 콘크리트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콘크리트 자체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썩지 않는 검증된 재료다. 최근 콘크리트 원료나 배합기술이 더 발전하면서 기능 역시 훨씬 더 좋아지고 있다"며 "최근 분양하는 단지들 역시 부실시공이나 자연재해, 충돌 등의 원인이 아니고서야 수명은 100년까지 내다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리적·경제적 수명 '100년 아파트' 충분히 가능

국내 최초 장수명 주택 세종 블루시티 현장(붉은색 점선표시) 모습. [사진=국토부]

국내 주택시장에서는 아파트의 연한이 20~30년만 지나도 재건축 사업이 화두에 오른다. 해외 아파트와 비교해서도 주택 수명이 짧다. 그러나 공사 초기부터 내구성을 높이고 수리와 교체가 수월하게 만들어 100년에 이르는 아파트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9년 9월 17일 세종 다정동 '세종 블루시티' 아파트에서 장(長)수명 주택 준공식을 열었다. 장수명 주택은 수명 100년을 목표로 일반 주택보다 더 튼튼하고 수리하기 쉽게 지은 집이다.

내구성 측면에서 철근 피복 두께, 콘크리트 강도 등을 키웠다. 손쉬운 수리·교체를 위해 전용 설비공간을 두고 배관·배선의 효율성도 높였다. 세종 블루시티는 1천80가구 중 116가구가 장수명 주택이다.

장수명 주택은 수명이 긴 만큼 건설·유지·보수 등의 비용이 적은 데다 온실가스·폐기물을 줄이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국토부에 따르면 장수명 주택은 비(非)장수명 주택보다 공사비가 3~6% 더 들어간다.

그러나 재건축(수명 40년 가정), 증·개축, 유지·보수 비용을 모두 고려한 건물 생애주기 비용(LCC)을 따지면 오히려 11~18% 저렴하다. 철거와 재건축 횟수가 줄어 비장수명 주택보다 온실가스는 약 17%, 건설폐기물은 약 85% 감축할 수 있다.

100년 아파트 '장수명 주택'이 등장한 가운데, 국세청의 법인세법 시행규칙을 살펴보면 철근콘크리트의 기준 내용연수는 40년(하한 30년~상한 50년)으로 규정돼 있다. 철근콘크리트로 건설한 건축물을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법정 연한이 평균 40년이라는 의미다.

이처럼 아파트의 물리적, 경제적 수명이 차이 나는 이유는 '환경' 때문이다. KB부동산 리브온 자료에 따르면 내외부의 온도 차 등 환경에 따라 콘크리트 수명이 줄어들며, 구조체뿐만 아니라 내부 설비 배관(전기, 배수, 환기, 냉난방 등)이 철근콘크리트에 내장돼 성능 저하에도 교체가 어려워 설비배관 부식이 진행되는 30~40년쯤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추진되는 것이다.

그러나 3~6%의 공사비 증액으로 철근 피복 두께와 콘크리트 설계기준 강도를 높여 건물의 내구성을 증대, 노후화가 비교적 빠른 배관과 배선의 수선교체가 쉽게 설계된 장수명 주택이 나오면서 국내 기준 40년에 불과한 아파트의 '경제적 수명'도 늘어날 전망이다.

김서온기자 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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