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식 아파트 시공비 5% 더 들지만..소음 줄어 맘 편해요"
벽타고 생활소음 내려오는
현 시공방식 갈등 키워
기둥식 구조로만 바꿔도 효과
작년 층간소음 민원 61% 늘어
사회적 해법찾기 골몰
◆ 집콕시대 층간소음 갈등 ◆
"여느 아파트처럼 '층간소음 주의' 방송은 종종 나와요."
세종시 가온마을 9단지 블루시티가 같은 아파트 단지임에도 층간소음 문제에서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은 건축 기법 때문이다.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100년 사는 주택 '장수명 아파트'를 목표로 두 동에 '라멘 방식'과 '무량판 구조'를 도입했다. 라멘 방식은 기둥과 보(수평으로 하중을 지탱하는 부재)로 구성된 구조다. 무량판 구조는 보 없이 기둥과 슬래브(평판)로 이뤄졌다.
박지영 LH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일반 아파트의 벽식 구조는 벽으로 하중을 지탱하기 때문에 내력벽에 의해 윗집과 옆집 소음이 잘 전달된다"며 "반면 라멘 방식과 무량판 구조는 내력벽이 없어 소음 차단 효과가 좋은 편이다. 특히 라멘 방식은 보가 소음을 잡아주는 역할까지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자가 라멘 방식으로 된 아파트 동 2개 층에서 소음 측정기로 소음 정도를 측정한 결과, 윗집에서 무게가 5㎏가량인 가방을 0.5m 높이에서 떨어뜨렸을 때 윗집은 순간 소음도가 48㏈에서 81㏈까지 올라갔지만, 아랫집 소음도는 최고 53㏈에 그쳤다. 윗집 화장실에서 변기 물을 내렸을 때 윗집 화장실은 소음도가 71㏈까지 올라갔지만, 아랫집은 48㏈ 수준을 유지했다. 내력벽이 없는 기둥식 아파트는 벽식 아파트에 비해 층간소음 측정치가 5㏈ 이상 낮다고 한다.
층간소음 분쟁 해결의 첫 번째 단계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등을 통한 중재다.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관리사무소는 층간소음 발생 중단과 차음 조치를 권고할 수 있고, 입주자는 이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 서울 양천구 A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대부분 주민이 직접 항의하기보다는 관리실로 민원을 넣고, 관리실은 해당 이웃에게 피해 사실을 전달해 중재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리사무소 중재가 실패하면 주민들로 구성된 층간소음 관리위원회에서 조정을 받을 수 있다. 서울 서초구 B아파트 층간소음 관리위는 관리 규약에 따라 분쟁 접수 일주일 이내에 피해 가구와 면담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가해 가구와 면담한다. 층간소음 당사자 의견을 경청하고 위로하기 위해서다. 또 면담 전에 사실관계를 객관화하기 위해 소음 측정 결과, 가해 가구의 층간소음 방지 노력 등을 상세하게 기술하도록 한다. 관리위 관계자는 "당사자가 직접 사실관계를 기술하게 하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게 돼 분쟁이 쉽게 종결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층간소음을 중재하는 관계자들은 조정 과정에서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할 것을 강조한다. 특히 섣불리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왕택 서울시 환경전문관은 "집주인이 거부하면 경찰은 영장 없이 집에 들어가 소음 문제를 확인할 수 없고, 집 안에서 소음 발생은 경범죄 처벌 대상도 아니다"며 "관계 악화만 초래할 뿐 경찰관이 민원이 들어왔다는 것을 고지해 경각심을 주는 것 외에 효과가 없다"고 조언했다.
공동주택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층간소음 당사자는 외부 기관에 상담과 조정을 요청할 수 있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는 층간소음 상담을 받고 현장에 나가 소음을 진단해 준다. 지방 분쟁조정위원회는 법적 효력을 갖는 조정을 진행한다. 당사자가 해당 조정에 승복하지 않으면 중앙 분쟁조정위원회에 재정신 청을 하거나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분쟁조정위 관계자들은 층간소음 분쟁이 환경 분쟁 중에서 가장 어렵다고 토로한다. 최 환경전문관은 "분쟁 과정에서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하게 되고 정신적 피해를 이유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지만 조정 결과가 배상으로 연결되는 일은 서울에서 최근 5년간 3건에 그칠 만큼 드물다"며 "조정이 완료되기까지 4~6개월이 걸리는데, 끝내 분쟁이 해결되지 않으면 한쪽이 이사를 가야 상황이 끝난다"고 말했다.
[세종 = 이윤식 기자 / 서울 =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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