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소맥' 벗어났다..한잔을 마셔도 내 취향대로

이호승,김효혜,강민호 2021. 1. 2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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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시대 달라진 음주문화
회식 사라진 자리, 홈술 대세
싱글몰트·와인·수제맥주 등
고급주종 즐기는 애호가 늘어
잠들기전 독주 한잔 맘에 쏙
몰트위스키 12월출고 60%쑥
직장인 임 모씨는 주 4회 정도는 만취할 때까지 마시는 주당이었다. '소맥(소주+맥주)'이 전부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로 지난해 말부터 회식·술자리 등이 줄줄이 취소되자 '홈술(집에서 술 마시기)'족으로 완벽히 변신했다. 음주 패턴도 바뀌었다. 임씨는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다 보니 폭탄주 대신 싱글몰트 위스키, 버번 위스키가 들어간 하이볼, 와인 등을 마시게 되더라"면서 "적은 양이라도 가치 있게, 즐기고 음미하며 마신다"고 말했다.

폭음과 폭탄주로 대변되던 음주문화가 사라지고, 한 잔을 마시더라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주류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유흥업소도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집에서 혼자 적은 양을 고급스럽게 즐기는 사람이 많아지며 '알코올노미(알코올+이코노미)' 신영역이 생겨나고 있다. 소주와 맥주 일변도이던 주종도 싱글몰트 위스키, 와인, 수제맥주, 버번 위스키, 막걸리, 칵테일 등으로 다양화·고급화되고 있다.

고급 주류의 대명사 격인 위스키에선 싱글몰트 위스키가 부상하고 있다. 2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싱글몰트 위스키로 대표되는 몰트 위스키 출고량(750㎖ 12병들이 박스 기준)은 지난해 12월 4872박스를 기록해 전년 동기(3042박스)보다 60% 이상 급증했다. 작년 하반기(7~12월) 전체 출고량도 4만1625박스로, 전해 같은 기간(2만9928박스)보다 40% 가까이 늘었다. 국산 위스키나 수입 블렌디드 위스키의 작년 출고량은 대부분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글렌피딕, 맥캘란, 발베니 등 고급 싱글몰트 위스키는 오히려 인기를 끌었다. 버번 위스키도 붐이다. 주류 업계에 따르면 버번 위스키 12병들이 상자 기준 출고량은 2019년 1만4000박스에서 지난해 2만7000박스로 2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류호준 트랜스 베버리지 대표는 "홈술이 늘고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25~35세 소비자를 중심으로 버번 위스키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와인 시장도 뜨겁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GS25, CU 등에서는 지난해 12월 와인 매출(1~22일 기준)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69.9%, 51.8%, 66.0%, 188.4% 신장했다. 이마트에서는 골퍼들 사이에서 '18홀 65타 행운의 골프 와인'으로 통하는 '1865 카베르네소비뇽', 스테디셀러인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소비뇽'이 베스트셀링 아이템이다. '정용진 와인' '초저가 와인'으로 입소문을 탄 도스코파스 시리즈도 작년 12월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솟구쳤다. 편의점 역시 새로운 와인 유통 채널로 급부상했다.

수제맥주도 인기를 끌고 있는 주종이다. 특히 편의점마다 광화문, 제주백록담, 경복궁 등 랜드마크 시리즈(GS25), 곰표 밀맥주와 말표 흑맥주(CU), 유동 골뱅이 맥주(세븐일레븐) 등 이색 컬래버레이션 맥주들을 내세워 인기몰이 중이다. 일부 상품은 품귀 사태를 빚을 정도였다.

'홈텐딩(홈+바텐딩)' '홈테일(홈+칵테일)' 등 새로운 트렌드도 나타났다. 집에서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는 재미를 누릴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편의점 GS25가 지난해 말 선보인 '캄파리홈텐딩키트' 500세트가 출시 첫날에 완판됐다. 폭음문화가 사라지면서 디아지오코리아의 저도 위스키 'W' 시리즈, 하이트진로, OB맥주, 칭다오 등이 출시한 무알코올 맥주 등 알코올 부담을 줄인 주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유통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뉴트로 열풍도 홈술족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 소주, 드링크인터내셔널이 최근 레트로 패키지로 재해석해 출시한 '패스포트' 위스키 등이 대표적이다.

명욱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 교수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많은 사람이 술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됐다"며 "획일적인 회식문화가 사라져 가고, 음주는 다양성이 확보된 하나의 취미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L&B 관계자는 "집에서 편안하게 즐기는 홈술, 혼술이 늘고 자기 전 한 잔의 술을 즐기는 '나이트캡' 문화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MZ세대를 포함해 더 많은 사람이 더 다양한 술을 더 즐기는 문화가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호승 기자 / 김효혜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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