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콜센터 파업사태..'제2의 인국공' 갈등되나
"이미 소속회사 정직원인데.."
내부 익명게시판서 반발커져
靑청원서도 "공정성 무너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민간 위탁업체 콜센터 직원 1600여 명이 건보공단의 본사 직고용을 요구하며 다음달 1일부터 총파업을 하기로 결정하자, 공단 안팎에서는 '제2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라는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민간회사 정규직을 공기업 본사 정규직으로 소속을 바꿔 달라는 고객센터 직원들 주장이 문재인정부에서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취지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지난 2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원의 공단 직고용을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취업 준비 4년 차 취업준비생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청원인은 고객센터 직원들의 직고용 주장에 대해 "최근 몇 년간 대규모 채용을 진행했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공정한 채용 절차를 무시하며 사기업 정규직 직원들이 직고용을 요구하는 것은 분명하게 잘못된 요구라고 감히 이야기드리고 싶다"며 "취업준비생뿐만 아니라 공정한 채용 절차를 거치고 입사한 현직 직원들이 있다. 높은 경쟁률을 제치고 입사한 노력 또한 짓밟지 말아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해당 청원은 29일 1000여 명의 동의를 받아 관리자 검토 단계로 넘어간 상태다.
건보공단 내부 익명 게시판을 살펴보면 고객센터 직원의 파업 예고에 대한 정규직 직원들 불만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누군 ××이라 몇 년 동안 눈칫밥 먹으며 취준하나" "문재인 정권 1년 남았으니 바짝 떼써야죠" 등 예민한 반응들이 이어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경우 '비정규직 정규직화' 패스트트랙을 밟은 사례지만, 건보공단 고객센터 직원들은 이미 소속회사 내 정규직 직원이라는 점에서 다소 결이 다르다. 최근 건보공단 내부에서는 "'고객센터 정규직화'라는 표현은 이미 협력사의 정규직이므로 맞지 않는다. 앞으로 '고객센터 직고용'이라고 용어 사용을 통일해 달라"는 일종의 '선긋기'성 지침이 공유되기도 했다.
'건보공단 정규직 대 민간 위탁 콜센터 직원' 간 대립각은 쉽사리 진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이 이 같은 '을과 을'의 전쟁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세운 '비정규직의 제로화'라는 지향점은 소위 '노-노-사' 3자 관계를 전부 다 어렵게 만든 지점이 있다"며 "비정규직 근로자에게는 희망고문이 되고 근로자가 되고 정규직 근로자한테는 공정성을 납득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겼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입체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비정규직을 아예 없애면 된다는 단선적인 접근이 불필요한 분쟁과 갈등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정규직의 남용은 방지하면서 이들의 근로조건을 높여주는 방식 등 현실적인 방향성을 노정했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건보공단 고객센터의 파업에는 열악한 처우가 주된 원인으로 꼽히지만 다른 4대보험인 국민연금공단과 근로복지공단 고객센터가 직영화됨에 따른 박탈감도 작용했다. 건보공단 고객센터는 지난 28일 전국 지회별 파업 결의대회를 거쳐 2월 1일부터 직고용을 요구하는 파업을 강행할 예정이다.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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