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연루 현직판사 3명, 2심도 무죄

홍혜진,류영욱 2021. 1. 2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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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보고행위 불법 없고
공무상 비밀누설 해당안돼"
신광렬 '임성근 탄핵' 겨냥
"무죄받았는데 탄핵은 곤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에 법원 내부 수사 기록을 유출하는 등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의혹으로 재판을 받아 온 현직 판사 3명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날 선고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해 나온 5번째 무죄 판결이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이균용)는 29일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정운호 게이트' 사건에 대해 수사를 저지하려 한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다른 판사들이 형사수석부장인 신 부장판사에게 영장 처리 보고 일환으로 보고한 것으로 (범행을) 공모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공모를 전제로 하는 공소사실 자체를 무죄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이어 "신 부장판사가 형사수석부장으로서 알게 된 정보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전달해 누설한 혐의는 국가기관 내부 행위에 불과하고, 공무상 비밀 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신 부장판사는 법관에 대한 통상적 경로와 절차에 따라 임 전 차장에게 보고했고, 임 전 차장은 그런 목적에 맞게 그 정보를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신 부장판사 등은 2016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정운호 게이트' 사건이 불거지자 검찰 수사 상황과 향후 계획을 수집한 뒤 법원행정처에 보고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들의 조직적 공모가 인정되지 않고, 유출된 내용도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신 부장판사는 선고 후 사법농단 연루 판사들에 대한 탄핵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선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탄핵은 곤란하지 않겠냐"며 "탄핵은 범법행위에 대해 수사·기소도 하지 않고 공직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파면하는 제도"라고 답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은 양 전 대법원장 등 사법부 고위직이 행정부·입법부에 불법 로비를 시도하고, 비판적인 전·현직 판사들을 사찰하거나 주요 보직에서 배제했다는 의혹이다. 이 수사로 헌정 사상 최초로 대법원장이 구속기소되는 등 10여 명의 전·현직 판사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이날까지 유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은 없다.

이날 선고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과 관련해 나온 5번째 무죄 판결이다. 앞서 지난해 9월 18일에는 법원 내부 직원이 연루된 수사 기밀을 법원행정처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임성근 부장판사도 지난해 2월 14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1월 13일에는 대법원 자료를 무단으로 반출한 혐의를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난 3건의 사건은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1심 선고를 앞둔 다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서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4명은 다음달 18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사법농단 의혹의 시발점이자 핵심인 '판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일부 법관에 대해 불이익 조치를 한 혐의를 받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대법관 사건은 이날 119번째 1심 공판이 열렸다.

한편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법관들은 법원을 떠나고 있다. 지난 28일 대법원이 발표한 고위 법관 정기인사에 따르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관련된 법관 여러 명이 퇴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임 부장판사와 이민걸 부장판사는 재임용을 희망하지 않아 2월 말 임기가 만료된다. 다음달 3일 발표되는 지방법원 부장 이하 법관들의 퇴직 명단에도 사법농단 연루자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홍혜진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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