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항체 보유' 집단면역 달성했다던 브라질이 다시 떨고 있다

조승한 기자 2021. 1. 2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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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 코로나 재확산 신음..항체 효능 시간 떨어져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시는 급격한 재유행으로 산소통이 없어 환자를 치료하지 못할 정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선단체에서 보낸 산소통이 마나우스시의 한 병원에 도착한 모습이다. 마나우스시 플리커 캡처

급격한 확산으로 인구 76%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하게 돼 집단면역을 갖춘 것으로 추정됐던 브라질 북부 아마조나스주 주도 마나우스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신음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마나우스의 코로나19 재유행이 집단면역을 갖춰도 항체 효능이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변이 바이러스에 취약할 수 있다는 사례로 봤다.

에스테르 사비노 브라질 상파울루의대 감염병학부 교수 연구팀은 “높은 항체 보유율에도 불구하고 마나우스에서 코로나19가 부활하고 있다”며 이를 이달 27일 국제학술지 랜싯에 발표했다. 사비노 교수는 마나우스에서 헌혈자들의 항체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10월 76%의 항체 보유율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이달 15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인구 200만 명의 대도시인 마나우스는 지난해 4월 코로나19 1차 유행을 겪은 이후 이달 들어 감염자와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2차 유행을 겪고 있다. 브라질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달 1월 1일부터 19일까지 20일간 마나우스에서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3431명이다. 지난달 1일부터 19일까지 같은 기간 입원환자 552명보다 6배 많다. 마나우스는 1차 유행을 겪은 이후 5월부터 11월까지 재생산지수(R)가 1 언저리를 유지해 왔다. 재생산지수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얼마나 감염시키는지를 나타낸 수다.

사비노 교수는 우선 연구팀이 분석한 항체 조사결과가 과대평가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제했다. 연구팀이 발표한 10월 항체 보유율은 6월의 항체 보유율 52.5%를 기반으로 보정한 값이다. 이때 항체 보유율이 낮았다면 . 하지만 이러한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헌혈자들은 코로나19 감염자를 배제했기 때문에 오히려 과소평가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설사 항체 보유율이 이보다 낮아도 인구에 상당한 면역을 부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위쪽 그래프는 마나우스시의 일일 코로나19 입원환자 발생(빨간색)과 사망자(파란색)을 보여준다. 4월 말 1차 유행을 겪은 마나우스는 이후 환자 규모를 꾸준히 유지해 왔다. 그러다 12월 들어 다시 재유행이 시작됐다. 아래 그래프는 재생산지수(R)를 나타냈다. 브라질 변이 바이러스(P.1)이 발견된 이후 재생산지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랜싯 제공

때문에 연구팀은 감염자들이 가지게 된 항체의 효능이 시간이 지나며 줄어든 것이 2차 유행의 원인일 수도 있다고 봤다. 감염자들 대부분이 4월에 감염됐기 때문에 오랜 기간이 지나며 면역력을 잃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최근 연구에서 코로나19 항체가 6개월까지 지속된다는 것이 관찰되기도 했지만 마나우스는 7~8개월 이상 지난 항체를 보유한 이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변이 코로나19 바이러스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감염에 필수적인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난 변이 바이러스가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면역을 피하고 재감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마나우스에는 코로나19 감염률이 커진 영국 변이와 브라질 변이가 발견됐다. 마나우스는 ‘P.1’으로 알려진 브라질 변이가 12월 중 처음 발견된 곳이다. 변이 3개가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나타난 P.1은 기존에 코로나19를 앓은 환자도 다시 감염시키는 사례가 확인됐다.

여기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와 같은 돌연변이인 ‘E484K’를 가진 바이러스도 마나우스에서 발견됐다. 이 바이러스에는 ‘P.2’라는 이름이 붙었다. E484K 돌연변이는 회복기 환자의 혈청 속 항체의 중화 능력을 감소시킨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변이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커져 항체 보유율 76%가 집단면역을 이루기에 부족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커질수록 높은 항체 보유율을 보여야 집단면역이 달성된다. 코로나19의 재생산지수가 3이면 집단면역의 이론적 수치는 항체보유율 67%다. 연구팀은 “브라질 변이는 전염성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지만 영국 및 남아공 변이와 돌연변이를 공유한다”며 “영국과 남아공 변이는 전염성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마나우스의 사례는 집단면역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돼도 여전히 방역 조치와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마나우스의 재유행이 바이러스의 전염성이 증가하고 면역을 피하는 능력이 늘어나는 것과 관련이 있다면 코로나19 변이의 유전, 면역학, 임상, 역학적 특성을 신속하게 조사해야 한다”며 “마나우스의 재유행이 감염자의 항체 약화에 의한 것이라면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부활 시나리오를 예상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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