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적 광고發 애플·페북 갈등..법정 공방으로 불길 번지나

'사생활 보호'로 대립해온 양측
쿡 애플 CEO "SNS, 폭력 선동"
페북은 '反독점 소송'까지 검토

[서울경제]

인터넷 이용자 각각의 사용 기록을 토대로 한 ‘표적 광고’ 문제를 놓고 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인 애플과 페이스북 간의 싸움이 거세지고 있다. 애플이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표적 광고 제한에 나서자 페이스북이 반(反)독점 소송까지 검토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8일(현지 시간) 열린 '소비자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호 콘퍼런스'에서 "만약 한 기업이 오도된 이용자와 데이터 착취, 사실은 전혀 선택이 아닌 선택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그 기업은 칭찬 받을 자격이 없다"며 "그것은 개혁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쿡 CEO는 또 "단지 많이 본다는 이유로 음모 이론이나 폭력 선동을 우선시한 결과는 무엇일까. 수천만 명의 이용자들이 극단주의 단체에 가입하는 것을 본 뒤 더 많은 단체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영속화하는 결과는 무엇일까"라고 반문했다. 지난 6일 연방의회 의사당 폭동 사태와 관련해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책임이 있다고 한 것이다. SNS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한 알고리즘 때문에 허위 정보가 무분별하게 퍼져 사회에 상처를 주고 있다는 논리다.

쿡 CEO의 ‘작심 발언’은 애플의 새로운 사생활 보호 기능을 둘러싼 페이스북과의 갈등 때문으로 분석된다. 애플은 아이폰 운영체제(iOS)를 업데이트해 아이폰 이용자에게 앱 이용 기록 등에 접근 가능한지 여부를 승인 받을 예정이다. 이용자들이 이를 거부하면 개인 관심사에 기반한 표적 광고의 정확도와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광고 가격도 하락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표적 광고 기반의 디지털 광고에서 큰 수익을 내고 있는 페이스북은 크게 반발해왔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전날 애플의 새 사생활 보호 강화 조치가 표적 광고로 소비자를 찾고 상품·서비스를 광고해온 수백만 소상공인들에게 타격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은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애플이 자사 애플리케이션에는 혜택을 준 반면 페이스북 같은 제3자 앱 개발자에게는 까다로운 규제를 강요했다는 이유에서다.

WSJ는 "두 IT 공룡의 CEO가 공개 발언을 통해 사생활 보호와 알고리즘의 영향, 경쟁 등을 놓고 싸우고 인터넷의 미래에 대해 상충하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애플과 페이스북 간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