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대상 제외 임산부 접종 여부에 WHO·CDC '이견'

김민수 기자 입력 2021. 1. 2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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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진원생명과학 연구소에서 연구원이 코로나19 백신 개발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진원생명과학 제공.

28일 공개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에서 임산부는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재 세계 각국은 물론 국내 도입 예정인 백신의 임산부 대상 임상 데이터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으로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임산부의 백신 접종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되는 동안 마스크의 유용성과 실내 공기 감염 가능성 등 여러 차례 불협화음을 보였던 WHO와 CDC가 이번에는 임산부이 백신 접종을 두고 또다시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2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고의 공중보건 기관인 미국 CDC와 WHO가 임산부의 백신 접종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두 기관 모두 임산부의 예방 접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지도, 권고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제한된 연구 데이터를 근거로 서로 다른 권고사항을 내놓고 있다.  

CDC 자문위원회는 임산부가 예방접종을 받기 전 의사와 먼저 상의할 것을 권고했다. 의사와의 상담을 거친다는 전제로 백신 접종을 권고한 것이다. CDC의 이같은 권고 조치에 여성 보건 기관들은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반면 WHO는 지난 화요일 모더나 백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직장 생활로 코로나19에 노출될 위험이 높거나 만성질환자가 아니면 백신을 접종받지 말 것을 권장하고 있다. WHO는 화이자와 바이오엔텍의 백신에 대해서도 유사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WHO의 권고사항에 실망감을 내비쳤다. 코로나19가 임산부에 미치는 위험은 백신 접종으로 인한 피해보다 훨씬 크다는 이유였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생명윤리학자인 앤 라이어리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백신의 태아에 대한 위험이나 임산부에 대한 이론상 위험, 동물실험에서의 위험은 없다”며 “생각할수록 WHO의 지침은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WHO와 CDC의 견해 차는 과학적 증거에 기인하기보다는 과학적 증거의 부족에 기인한다. 현재까지 이뤄진 백신 임상 시험에서 임산부는 참여하지 못했다. 이는 임산부를 생물학 연구에서 배제하는 오랜 전통에 따른 결정이지만 현재 상황은 이같은 지침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임산부는 엄격한 임상 시험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1960년대 이후 인플루엔자 및 기타 질환에 대한 예방 접종을 받아왔다. 이런 이유로 산부인과 전문가들은 백신 임상에 임산부와 모유 수유 여성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심각한 위험이 초래될 수 있는 상황에서 임산부에게 자신은 물론 태아를 보호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현명한 전략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또 임산부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불확실성은 코로나19 백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약물 등 대다수 약물들은 임산부 대상 임상이 이뤄지지 않는다. 부작용이 나타나기까지 수년 또는 수십년이 소요될 수도 있다. 

CDC는 이와 관련 28일(현지시간)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이 작동하는 원리에 근거한 성명서를 통해 “이들 백신은 임산부에게 특정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WHO의 호아킴 홈바흐 헬스 고문은 “CDC의 권고는 여성이 의사와 쉽게 상담할 수 있는 미국에 적합할 수 있지만 WHO의 권고는 의료진을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저소득 국가 임산부에 대한 지침”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지난해 12월 임신한 쥐를 대상으로 한 백신의 독성 연구 결과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 제출된 독성 데이터에서 부정적인 영향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화이자는 올해 상반기 임산부를 대상으로 임상 연구를 진행할 계획도 밝혔다. 모더나는 백신을 접종받은 임산부의 상태를 기록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임산부를 임상 시험에서 제외한 데 대해 백신 접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경우 잠재적인 위험을 넘어선다면 임산부를 임상 대상에 등록하는 프로토콜을 추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WHO의 권고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이와사키 아키코 미국 예일대 면역학 교수는 “임산부 대상 임상이 왜 지연됐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더 큰 문제는 임상이 진행돼도 몇 개월간 데이터가 도출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에볼라바이러스가 창궐한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백신을 접종받지 못하고 에볼라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산부 여성의 98%는 사망했다. 코로나19도 임산부에 큰 위험이 되고 있다. CDC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돼 증상이 발현한 임산부는 코로나19에 감염된 비임신 여성에 비해 임원하거나 사망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민수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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