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영화 '438일', "우리를 가둘수 있지만 기자 정신은 가둘 수 없다"

강영운 2021. 1. 29.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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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에 수감된
스웨덴 기자 이야기
진실은 불편하다. 권력 핵심 인물에겐 더욱 그렇다. 진실을 담은 보도 하나가 지지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안보를 위해, 국익을 위해 공개할 수 없다"는 말 뒤에는 진실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한다.

영화 '438일'은 진정한 저널리즘을 되묻는다. 에티오피아에서 438일간 감금당한 스웨덴 기자 2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2011년 6월 탐사보도 기자인 '마틴'과 '요한'은 소말리아에서 에티오피아로 불법 입국을 시도했다. 에티오피아 오가덴에서 발생한 학살 사건에 스웨덴 석유기업 룬딘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국경선을 넘자마자 그들을 맞이한 건 에티오피아 정부군. 그들은 이내 현지 감옥에 수감된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그들을 프로파간다로 활용한다. 두 저널리스트가 반군과 손을 잡고 테러를 자행하려 했다고 거짓 선전을 퍼뜨린다. 목숨의 위협 앞에서 거짓 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에티오피아 정부 방침에 현지 언론 역시 철저히 복무했다. 둘에게 내려진 건 11년 징역형. 믿었던 조국 스웨덴 역시 침묵을 지켰다. 조용한 외교가 '국익을 지키는 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제목이 암시하듯 그들의 수감생활은 11년이 아닌 438일이었다. 이들이 석방된 건 에티오피아 정부가 마음을 바꿔서도, 스웨덴 정부의 외교적 노력 때문도 아니었다. 조작 날조에 가담했던 에티오피아 방송국 PD의 양심 고백이 있었다. 오염된 저널리즘의 회복이 또 다른 저널리즘에 의해 이뤄진 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다뤄서인지 다큐멘터리처럼 담백하다. 예스퍼 갠스란트 감독은 무거운 주제를 자칫 신파로 빠지지 않도록 구성했다.

'언론 개혁'이 어느 때보다 화두가 된 지금. 마침내 438일 만에 자유의 빛을 본 마틴의 떨리는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 주는 울림이 크다. "두 명의 기자는 가둘 수 있지만 기자 정신만큼은 가둘 수 없습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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