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발견한 '아빠의 존재감'..'K-라테 파파'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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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에 맞벌이 부부인 우리 집은 그동안 아이 돌봄 문제로 갈등이 많았다.
그것조차 여의치 않을 때 아이 아빠와 내가 번갈아 휴가를 내기도 했다.
그나마, 내가 사는 지역엔 아이들이 많아서 유아 놀이 기관이 꽤 있는 편이지만, 만약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곳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가능하다면, 코로나19와 무관하게 앞으로도 번갈아 가면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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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에 맞벌이 부부인 우리 집은 그동안 아이 돌봄 문제로 갈등이 많았다. 설상가상, 그동안 재택근무하던 내가 출근해야 하는 상황도 생겼다. 아이가 원래 다니던 유치원에선 갑자기 종일반으로 변경하는 건 어렵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를 늦게까지 둘 수 있는 곳으로 옮겼는데, 격상된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내용상 유아를 대상으로 한 교습소(학원)는 운영할 수 없게 되어 아이는 또 갈 곳을 잃었다(현재는 조치가 완화되어 등원할 수 있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부모님들께 다시 급히 부탁을 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것조차 여의치 않을 때 아이 아빠와 내가 번갈아 휴가를 내기도 했다. 그것마저 안 될 만큼 상황이 곤란할 땐 지역에 있는 유료 놀이 시설 등에 시간 단위로 금액을 내고 임시 보호를 부탁하는 일도 있었다.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날엔 아이를 데리고 출근해야 하나 고민도 했다.
그나마, 내가 사는 지역엔 아이들이 많아서 유아 놀이 기관이 꽤 있는 편이지만, 만약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곳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극단적으로 힘든 시기를 넘기고 나니 할 수 있는 말이지만, 언제든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격상해 이전과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역시 답답하다.
엄마가 아이를 돌볼 때 가장 힘이 되는 존재는 배우자다. 하지만 남편도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니 휴가 쓰는 일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겪으며 남편이 이런 말을 종종 했다. "나도 '라테 파파'가 되고 싶어"라고.
◇ '아빠 육아' 자연스러운 사회 되려면 제도+지원+인식 개선 함께 가야
스웨덴에서 시작된 '라테 파파'라는 말은 육아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아빠를 의미한다. 한 손엔 유모차, 한 손엔 라테(커피)를 든 모습을 형상화한 말. 실제로 출산과 육아에 대한 복지와 지원이 좋은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한다. 우리로선 정말 꿈같은 이야기다.
놀라운 것은, 이런 국가의 남성들이 원래부터 적극적으로 자녀 육아에 나서지는 않았다는 거다. 국가가 나서서 여성의 사회 활동을 지원하고, 남성의 육아 참여를 장려하는 여러 정책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라고.
특히 '육아 선진국'으로 언급되는 스웨덴의 가정 문화를 지켜보자니, 부러움과 한숨이 뒤섞인 감정마저 든다. 출산을 장려하고,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를 위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이상적인 모습이 뻔히 눈앞에 보이는 것 같은데, 현실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건지, 의문이 든다.
심지어, 엄마 육아휴직도 쉽지 않은데, 아빠의 육아휴직이라니.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는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데, 아직 실질적인 효력이 없는 이유는, 출산과 육아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여전히 바뀌지 않은 가치관 때문이 아닐까?
지인에게 듣기론, 직장에서 남성 육아휴직을 보장하곤 있지만, 남성 직원이 육아휴직 절차를 밟거나,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면 주변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는 뒷이야기가 들리곤 한단다.
코로나19는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중 가족이 평소보다 오랜 시간, 그것도 아주 끈끈하게 함께 있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무척 고무적이다. 특히 아이의 정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가능하다면, 코로나19와 무관하게 앞으로도 번갈아 가면서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이 아빠 역시 아이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며 육아에 탄력을 받고, 자신감도 생긴 모양이다. 우리 집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주위의 많은 이웃이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나서니 삶의 질이 훨씬 나아졌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빠 육아가 예전과 달리 적극적이고, 그 비중 또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 흐름에 발맞춰 '육아 선진국'과 같은 제도가 마련되고, 함께 육아하는 일에 대한 국민적 의식 변화도 이뤄진다면, 앞으로 우리도 어렵지 않게 '라테 파파'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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