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정점은 누구도 모른다..한발빼고 때를 기다려라

서정원 입력 2021. 1. 29. 16:51 수정 2021. 1. 3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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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 열풍 속에 주가 급등락을 연출하는 미국 게임매장 `게임스톱`. [사진 제공 = 블룸버그]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이고, 금융시장 과열의 시대이자 실물경제 침체의 시대다. 믿음의 때이자 의심의 때이고, 버블의 계절이자 코로나19의 계절이다. 누구나 자신은 돈을 벌 것이라 기대하는 희망의 봄이면서, 곧 버블이 터질 것이라 예감하는 절망의 겨울이기도 하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지 1년여가 지난 지금 세계는 코로나19만큼이나 버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에서 공급한 유동성이 자산 가격 폭등을 초래하고 있는 탓이다. 수많은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이 거품 붕괴를 경고하고, 블룸버그 등 유수의 경제지들도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시장의 광기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전망이 어두운 비디오 게임 업체 주식이 온라인 커뮤니티발 작전에 폭등한 '게임스톱 사태'가 대표적이다. 이 시대 투자 철학이 '더 큰 바보 이론'(가격이 본질 가치가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믿음·기대로 형성된다고 보는 이론)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가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고 최근 국역 출간된 '버블: 부의 대전환'은 "버블에 올라타거나 버블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건 대다수 투자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라고 단호히 경고한다. 2014년 작 '위기의 은행'으로 영국 경제사에 현격히 공헌한 책에 수여하는 워즈워스상을 받은 퀸스대 경제학자 존 D 터너와 그의 동료 윌리엄 퀸이 쓴 책이다. 저자들은 3년 미만의 기간 동안 자산 가격이 최소 100% 인상된 후, 그다음 3년 미만의 기간 동안 인상된 가격에서 50% 이상 폭락한 경우를 버블로 정의하며 남해 버블, 중남미 버블, 철도광풍, 2008년 금융위기 등 세계 경제를 뒤흔든 버블들을 돌이킨다.

기시감이 들게 하는 건 역시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발생했던 '닷컴버블'이다. 정보기술(IT) 산업의 급속한 성장에 힘입어 기술주들이 연일 초강세였다. IT 기업들 위주인 나스닥 종합지수는 1990년 3월부터 2003년 3월까지 1055% 상승했고, 당시 최대 인터넷 회사였던 '아메리카 온라인'의 시가총액은 1900억달러로 세계에서 10번째로 비쌌다.

그러나 한번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니 바닥도 깊었다. 나스닥지수는 버블 발생 후 2년 반 만에 77% 하락했고, 특히 인터넷주의 경우 2000년 직전 2년간 올린 1000% 수익분을 고스란히 반납해야 했다. 18개월 만에 시가총액이 31억달러에서 0달러로 떨어진 온라인 식료품 배송 서비스 회사 '웹반'과 같은 사례도 있었다. 나스닥과 같이 올랐던 유럽·일본·일본 외 아시아 지역의 기술주 주가지수도 그 여파를 피할 수 없어 2002년 10월까지 정점 대비 각각 88%, 75%, 67% 하락했다.

저자들은 급변동장에서 버블에 올라타는 건 극히 위험한 일이라며 차라리 버블에서 한 발 물러나 버블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특히 미리 정보를 접할 수 없는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더더욱 그렇다. 성공하려면 버블의 정점에서 매도해야 하는데 시간을 맞추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관론자들도 자본금이 많은 이상 버블을 이용해 큰돈을 벌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버블이 길어질수록 공매도 포지션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다만 버블이 해악만 있는 건 아니다. 책은 버블에도 3가지 유용한 점이 있다고 소개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가가 되도록 장려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미래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 버블로 탄생한 기업들이 개발한 신기술이 혁신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받을 수 없었던 기술 프로젝트에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는 이점도 있다.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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