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 5조 내다 판 외국인, 8조 사들인 개미..승자는?
외국인들이 한국증시에 쏟아내는 매물이 심상찮다. 지난해 매도 스탠스를 취했던 외국인들은 올 들어 소폭 순매수 기조를 유지했는데 또 다시 급격한 순매도로 전환했다. 여기에 국내 기관에서 나오는 매물까지 더해진 터다. 개인들이 이를 소화하고는 있으나 매물이 나오는 속도가 다소 우세해 보인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857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번 주(25~29일) 들어 무려 5조3099억원의 매물을 쏟아내면서 다시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국내 기관들 역시 한주 동안 2조9137억원의 주식을 팔았다. 이를 포함해 개인투자자들이 한 주간 사들인 주식은 8조3314억원에 달한다.
외국인들의 매물이 집중적으로 쏟아진 이유는 △글로벌 통화정책 긴축 가능성 △뉴욕증시에서 공매도로 손실을 본 헤지펀드들의 자금수요 △글로벌 경기에 대한 우려 △미국 바이든 정부에 대한 걱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현재 글로벌 증시는 기업들의 실적개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상승한 것이 아니다.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 즉 돈의 힘으로 올라간 측면이 크다. 코로나19(covid-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각국에는 수백, 수천조원의 자금이 풀렸다. 금리도 제로금리에 가깝다.
돈은 많은데 갈 곳은 없으니 자연스레 주식시장으로 유입됐고 이것이 '3만다우-1만나스닥' 시대를 연 요인이다. 코스피 3000과 코스닥 1000도 마찬가지인데, 각국 증시가 모두 그렇다.
자금이 회수되기 시작하면 증시가 급격한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인데, 아직 그렇지는 않다. 최근 열린 미국 FOMC 회의를 보면 미국 정부는 시중에 자금을 추가로 공급하지는 않겠지만, 현재 있는 자금을 급하게 빨아들일 생각은 없다는 방침이 분명해 보인다. 여건에 따라 오히려 자금을 더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인데 일각에선 긴축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중국 인민은행은 오히려 자금을 공급하는 스탠스라는 설명이다.
하인환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인민은행이 유동성을 회수하면서 긴축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졌다"며 "하지만 29일 인민은행이 자금 순공급을 했다는 점에서 중국발 리스크라 단정짓긴 어려울 듯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증시의 낙폭은 한국에 비해 크지 않았다.
문제는 각국 중앙은행의 방침과 별개로 자금을 빨아들이는 요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갑자기 늘어날 수 있다. 상승장에서 공매도로 대응하며 막대한 타격을 입은 헤지펀드들이 포지션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청산자금 수요도 상당하다.
증시가 변곡점에서 방향성을 잡을 경우 한쪽으로 급격히 쏠리는 모양이 나오곤 하는데, 여기에 일정 조건이 맞춰지면 매수나 매도를 급격히 하는 프로그램 매매가 더해지면 진폭이 커진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화학, 통신, 철강 등 일부를 제외하고 전기전자 등 대부분의 업종에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도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지난 11월 이후 급격하게 유입됐던 헤지펀드로 알려진 외국계 자금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올해 들어 한국 뿐 아니라 대부분의 시장에서 매물을 내놓고 있다"며 "미국 증시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게임스탑 등 공매도가 많은 기업의 시세급변도 이슈"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자금수요가 늘어났다는 점은 한국증시에 부정적이다. 이들은 일단 뉴욕증시에서도 주식을 팔지만, 한국을 비롯해 주가가 많이 오른 신흥국 증시에서도 자금을 회수해 갈 수 있다. 베트남 호치민 증시는 최근 보름간 14% 가량 하락했다.
그러나 시중 유동성이 아직 충분하고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자금을 꾸준히 공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증시가 단기간 급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은 편이다. 헤지펀드 자금수요 등 일부 수급이슈가 해소되면 시장이 다시 안정을 찾을 것이란 설명이다.
하인환 애널리스트는 "코스피 3000선 이하에서는 점진적 매수 대응을 추천한다"며 "중국에서의 긴축 이슈가 계속될 가능성은 주의해야 하는데 지금보다는 5월을 전후로 한 시기에 긴축 이슈가 확대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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