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진짜 철수 안해요..증거요? '생기' 있는 창원"

최기성 2021. 1. 2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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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생산기술연구소 인터뷰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생산기술연구소 핵심 인력. 왼쪽부터 유경삼 차장, 정선환 차장, 김재희 담당장, 정진무 차장 [사진 제공 = 한국지엠]
"한국지엠 철수는 사실이 아니라고 아무리 말해도 믿어주지 않으니 답답했죠"

김재희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산하 생산기술연구소 도장생산 담당장은 지난 22일 서울역 위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벼운 한숨과 함께 지난 2018~2019년을 회상했다.

한국지엠은 지난 2018년 군산 공장 폐쇄로 어려움을 겪었다. 2014년부터 계속된 적자 누적도 문제였다. 잠깐 사그라졌던 철수설도 다시 등장했다.

지엠과 산업은행은 한국지엠 정상화를 위해 지난 2018년 4월 총 70억5000만달러(당시 기준 7조6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지엠은 경영정상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경차 스파크와 경상용차 다마스·라보를 생산하던 경남 창원공장을 글로벌 생산기지로 탈바꿈하는 계획을 세웠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국지엠 생산부문 제조품질담당 복임성 실장,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도장생산기술담당 김재희 담당장, 한국지엠 생산부문 창원도장담당 송재봉 상무,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도장설비기술팀 유경삼 차장 [사진 제공 = 한국지엠]

설계와 생산 '가교', 공장과 제품에 생기 불어넣어

30개월 안에 새로운 공장을 완공하라는 지시가 생산기술연구소에 내려왔다. 스스로를 '생기'라고 부르는 생산기술연구소 핵심 인력들은 신 공장 건설에 투입됐다.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생산기술연구소에서 20년 넘게 활약하면서 중국, 인도, 베트남, 이집트,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곳곳에 파견돼 지엠 공장 건설에도 투입됐던 베테랑들이다.

김 도장생산 담당장은 1994년 대우자동차 입사한 뒤 27년째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기자간담회에 함께 참여한 유경삼 도장설비기술팀 차장은 30년 전 대우자동차에 들어온 뒤 글로벌 지엠 공장 건설 현장에 파견됐다. 해외에서 잠잔 시간만 3년 이상이다.

생산기술연구소는 차량 디자인센터에서 개발하는 신차를 소비자가 요구하는 수준 이상으로 만들 수 있는 생산 환경을 설계한다. 신기술 개발, 자동화, 친환경설비, 고에너지효율 및 공법 등도 공장에 적용한다.

김 도장생산 담당장은 "생기는 설계와 생산의 가교 역할을 맡는다"며 "새로 공장을 지을 때도 설계부터 완공까지 모두 관여한다"고 말했다.

생산기술연구소 인력 투입은 공장 건립이나 생산을 본격화하겠다는 신호다. 창원 신공장을 통해 한국지엠에 '생기'를 불어넣겠다는 의지 표현이기도 하다.

생산기술연구소는 2018년 기존 공장 인근에 부지를 확보하고 공장 건립에 문제가 없는 지 검토했다.

생산기술연구소는 프레스, 차체, 도장, 조립(의장), 엔진 5가지로 구성된 자동차 공장 중에서 도장공장을 가장 먼저 착공하기로 결정했다.

유 도장설비기술팀 차장은 "도장공장 건설 기간은 3년으로 가장 길기 때문에 먼저 지어야 공장 가동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도장공장은 한번 지으면 30년 이상 가동된다. 기존 공장도 지은 지 30년이 지났다. 새 도장공장은 향후 30년 이상 사용할 수 있도록 최신식 공법과 친환경 설계를 도입해야 한다.

크기도 2배 커졌다. 스파크처럼 작은 차뿐 아니라 대형차도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국내외 차급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했다.

규모가 커지고 30년 넘게 사용할 도장공장을 짓는다는 것은 철수 계획이 없다는 또 하나의 신호로 여겨진다.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도장생산기술담당 김재희 담당장 [사진 제공 = 한국지엠]

스워드 브러시 로봇, 본사도 탐낸 첨단 시스템

생산기술연구소는 환경, 에너지, 기술, 품질, 안전 등에 적용되는 지엠 글로벌 표준을 도장공장에 적용했다.

도장에 들어가는 재료 중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중금속을 제거하고 도장 부유물을 처리할 환경 설비를 새로 마련했다. 에너지 재활용 시스템도 채택했다.

국내 최초로 햄플렌지 실링 로봇을 도입해 사람이 일일이 차체 이음매를 실리콘으로 감싸는 실링 작업을 자동화했다.

지엠 본사와 한달에 한번씩 회의하면서 글로벌 표준을 만들고 신기술 개발에도 협력했다. 생산기술연구소가 도입한 신기술이 글로벌 표준으로도 채택됐다.

김 도장생산 담당장은 "도장공장에서는 티끌 하나도 들어가면 안 되기에 먼지를 잘 흡착하는 2살 된 타조의 꼬리털을 사용해 먼지를 없앴다"며 "독일에서 긴 붓으로 먼지를 없애는 스워드 브러시 로봇을 발견한 뒤 지엠 최초로 도입했고, 이를 눈여겨 본 지엠 본사 임원을 통해 미국에 수출돼 지엠 글로벌 표준이 됐다"고 자랑했다.

2019년 신 도장공장 착공에 돌입했지만 한국지엠 안팎에서 철수설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생기 직원들은 철수설이 나올 때마다 답답해졌다.

철수 논란을 종식시킬 임무도 부여받았다. 새로운 도장공장이 빨리 세워져야 철수설이 사라질 것으로 경영진이 판단해서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도 수시로 창원에 내려와 독려했다.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도장생산기술담당. 왼쪽부터 정선환 차장, 정진무 차장, 김재희 담당장, 유경삼 차장 [사진 제공 = 한국지엠]

코로나19, 태풍·장마 난관 극복-1분기에 완공식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생산은 해야 하고 설비도 개조해야 하기 때문에 휴일에 일하는 날이 많았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이 걸림돌이 됐다. 공사에 투입된 근로자들이 지엠이 요구하는 글로벌 안전 프로세스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연구소 직원들은 700~800명의 근로자들을 15명씩 나눠 안전 교육을 실시해가며 난관을 헤쳐 나갔다.

한숨 돌리려는 순간,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중국에서 근무하는 지엠 인력을 데려오려던 계획을 수정, 국내 인력으로 대체했다. 독일, 미국, 유럽 등지에서 가져오려던 신규 장비도 도입이 늦어졌다. 자체 방역 기준을 만들며 추가로 중국 인력을 데려오고 장비는 비행기로 공수했다.

코로나19로 일정이 늦춰져 장마 전에 지붕을 설치하지 못했다. 설상가상, 7~9월 집중호우와 태풍이 연달아 오면서 '물과의 전쟁'도 벌였다.

지붕 설치가 끝난 지난해 11월에는 내부 설비를 모두 갖췄다. 12월에 시험차도 생산했다.

신 도장공장은 올 3월 안에 완공식을 가질 예정이다. 현재는 품질 검사를 진행중이다. 이후 다른 공장들도 철거한 뒤 새로 짓는다. 신 창원공장은 기존 공장보다 2배 이상 확장된다. 시간당 생산량(UPH)도 기존 50대에서 60대로 많아진다.

새로 지어진 창원 공장은 2023년부터 차세대 글로벌 CUV를 생산하게 된다. 근무체제도 1교대에서 2교대로 전환돼 고용 창출 효과가 커질 것으로 한국지엠은 기대한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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