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된 지식, 위험한 권력
혁명적 생각으로 지식의 대중화를 꿈꾼 이들이 있었다. 당대의 관념과 완전히 배치된 탓에 반발이 이어졌지만, 당대 지식인들은 이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인류는 이들 덕분에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었다. '금지된 지식'은 바로 이 같은 점진적으로 퍼져 나가는 지식의 역사다. 독일 유명 과학사학자 에른스트 페터 피셔 교수가 지식의 계보학을 추적했다.
지식은 자유의 상징이지만, 어떤 이들은 이 때문에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진화론의 찰스 다윈도 권력에 위협당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고, 인간이 신의 창조물이 아님을 주장하는 건 위험한 사고였기 때문이다.
지식은 통제될수록 더 멀리 퍼져 나갔다. 인간의 호기심을 더욱 충동질하면서다. 지동설 역시 마찬가지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한 이후 갈릴레이가 이를 받아들였다. 가톨릭교회는 코페르니쿠스의 가정을 인정했지만, 이후 갈릴레이는 용납하지 않았다. 개신교와 종교분쟁으로 교회 권력이 점점 보수화됐기 때문이다. 가톨릭 교회가 갈릴레이에게 행한 단죄를 철회한 건 1992년 가을이었다. 처벌이 내려진 1633년 이후 약 360년 만이었다. 지식은 이미 대중의 것이었다. 압력에 굴하지 않고 갈릴레이가 "그럼에도 지구는 돈다(Eppuri si muove)"고 한 강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피사의 과학자(갈릴레이)와 종교 재판관 사이에 있었던 상호 간의 슬픈 오해"라고 했다.
앎은 진보의 핵심 축이지만 우리는 때론 지식에 의해 퇴행하기도 했다. 원자폭탄이 대표적 예다. 원자가 어마어마한 힘을 갖고 있다는 걸 안 순간, 인류는 대학살의 길을 걸었다. 베이컨이 지적했듯 "지식은 가능성이자, 힘"이기에 우리는 그 이면의 부작용을 항상 주지해야 한다. 통제되지 않은 권력이 무서운 것처럼, 사유가 없는 지식은 큰 위험을 부른다. 오늘날의 배아 연구와 빅데이터에 관해 우리가 다시 논의를 거듭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똘똘한 사례가 흥미롭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논리 구조가 성긴 탓에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게 된다. 옥구슬을 모아놓고 제대로 끼우지 못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번역체 역시 옥의 티다. 그럼에도 평생을 과학사 연구에 바친 노교수의 통찰을 맛보는 일은 역시 즐겁다. 지식이 대우받지 못하는 이 땅의 환경 때문일까.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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