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완 시인의 첫 시집 '세르반테스의 기막힌 연서(戀書)'
코로나 시대, 절망을 건너는 장대높이뛰기 시인의 첫 시집
‘세르반테스의 기막힌 연서(戀書)’/김태완 지음/서고
김태완 시인의 첫 시집 ‘세르반테스의 기막힌 연서(戀書)’(사진)는 이야기꾼이 풀어놓은 재담의 2000년대적인 시적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말하듯이 쓰는 것은, 그리고 유머와 슬픔을 버무려 개성적인 목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상당한 내공을 필요로 한다.
“그의 시를 읽노라면 수많은 철학적 사유가 우리들의 뇌혈관 속으로 깊숙이 침투해 삶의 상흔처럼 유영(遊泳)한다. 시인의 눈과 가슴으로 피어오르는 다양한 퍼포먼스들이 시(詩)라는 리듬으로 옷을 갈아입고 세상에 말을 건넨”다.(채린 시인) 또 “슬픔과 좌절의 시간조차도 이해와 용서의 품으로 다독이고 있는 시어에는 평범한 일상을 그려냄에도 구수한 재담꾼의 말솜씨처럼 짙은 재치와 풍자가 묻어나고 깊은 통찰이 담겨 있다”는 평(이희국 시인)이다.
김 시인은 1996년 ‘대구일보 문학상(대일 문학상)’ 시 부문에서 ‘김홍도와 떠나는 가을 여행’으로 등단했다. 당시 심사는 신경림 선생이 맡았다. 선생은 이 시에 대해 ‘우리 시에서는 특이한 목소리여서 호감이 간다. 상도 밝고 선명하다. 특히 상이 여간만 아름답지 않아, 마치 익살스러운 풍속화 한 폭을 보는 느낌이다. 시 하면 먼저 인상부터 가다듬고 보는 엄숙주의가 없는 점, 그리고 과감한 속담의 채용 등도 시를 활기차게 만든다’고 평했다.
사범대에 진학했지만 국어교사의 길을 걸을 수도 있었으나, ‘글’을 쓰고 싶어 기자라는 직업을 택했다. 초년병 시절, 가난한 사람들의 표정을 닮은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저널리즘식 글쓰기는 좀 더 자신을 옥죄어야 했고 뜨거운 심장을 무미건조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런 건조한 글쓰기 훈련을 오래 받았다. 녹음이 짙었던 마음의 정원은 초라해져갔다. 그러나 무언가를 표현하고픈 시적 무의식의 갈망은 커져갔다.
신문기자를 그만두고 호흡이 긴 글을 쓰고 싶어 잡지기자가 되었다. 사람에 관한, 인물기사를 많이 썼다. 범죄자에서부터 배우, CEO, 정치인, 추기경,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들의 음성을 기록으로 남겼다. 이 과정에서 그리고 독서를 통해 느낀 생각들을 시작노트에 쟁여놓았다.
그래서 2017년 ‘시문학’을 통해 재등단했다. 그의 등단작은 ‘바다복사기’,‘명작소설’ 등이다. 이후 꾸준히 시를 써왔고 때로 시문학이라는 지면을 통해 발표했다. 레이 브래드버리의 말처럼 그의 시쓰기는 때로 ‘얼음’보다 ‘불’이 필요했다. 딱히 큰 불일 필요는 없었다. 작은 불꽃, 촛불이어도 좋았다. 시인은 간절히 소망했다. “내 시가 초 한 자루만한 무게라도 갖게 해달라”고.
그렇게 해서 첫 시집 ‘세르반테스의 기막힌 연서’가 세상에 나왔다. 시편들을 전체 4부로 나눴는데, 전체적으로 시인의 생애가 느껴진다. 그중 2부와 3부는 시인이 20~40대 초반까지 쓴 시들이다. 1부와 4부는 최근 3년 사이에 썼다고 한다. 특히 제1부는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세계관을 담았다. “위선으로 타락한 세상의 눈을 자비없이 도려내려”(채린 시인) 하고, “아름다운 울림으로 날카로운 활촉으로 목석 같은 사람들의 마음을 뚫는”다.(이어령 선생). 정의와 불의가 모호한 세상에 대한 절망, 존재론적인 인간 소외, 상처받기 쉬운 시인의 성격 등이 어우러져 독특한 시의 밑그림이 만들어졌다. “천성이 배어나는 글들을 보며 글과 행동의 일치성”을 느끼게 한다.(이희국 시인)
그의 시에는 차가움과 따스함이 동시에 담겨 있다. 절망적이며 비극적인 세계관이 우선 느껴진다. “재를 덮어쓴 구약 성경의 시대”가 연상될 만큼 어둡다.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가면 시인의 따스한 시각을 느낄 수 있다. 비정한 세상에 취해 지독하게 고통스러워하며 길을 잃은 듯하지만, 새벽을 간절히 기다리며 길을 찾고자 하는 믿음과 설렘이 담겨 있다. 그리고 신에 대한, 절대자에게 자비하심을 청하는 간절함을 담고 있다.
박현수 기자 phs200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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