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슈' 우선순위 밀릴라, 미국과 소통 고심

김경진 2021. 1. 2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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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현지시간 27일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미국의 새로운 외교 정책의 청사진을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20여 분의 기자회견 동안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언급은 단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그 어떤 매체의 미국 언론인도 블링컨 장관에게 북한 관련 질문을 던지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때 북핵 이슈가 빠지지 않고 질문으로 등장했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이란과 예멘 등 중동 문제, 러시아, 중국 등에 대한 질문만 이어졌습니다.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하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 강조 포인트 달랐던 한미 외교장관 통화

블링컨 장관의 상원 인준청문회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됐습니다. 청문회는 5시간 가까이 진행됐는데, 북한에 관련된 질문은 단 한 건이었습니다. 시간만 따져보면 북한 문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1%대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평소 북핵 문제에 관심이 많던 에드 마키 의원이 '단계적 비핵화'를 적용할 것이냐고 물었고, 블링컨 당시 장관 후보자는 "대북 정책 전발에 대해 재검토 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게 전부였습니다.

미국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북핵이 빠져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이러한 추측은 블링컨 국무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첫 전화통화에서도 드러납니다.

우리 외교부는 두 사람의 통화 직후 보도자료를 냈는데 "양 장관은 북핵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시급히 다루어져야 할 문제라는 데 공감했다"는 내용을 먼저 썼습니다.

그러나 블링컨 장관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오늘 강 장관과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적었습니다. 북핵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북미 대화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합의했던 '싱가포르 합의'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미 양국의 동맹 이슈 중에 북한 문제가 최우선 순위에 놓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다릅니다. 현재 미국의 아시아 대외정책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중국 견제입니다. 이를 위해서 중국을 견제할 한미 동맹, 그리고 한미일 삼각 협력의 부활이 더 시급합니다. 한미 양국이 동맹 정책의 우선순위를 놓고 지속적으로 이견을 드러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입니다.

■ '北 인권' 이슈로 북한 논의 시작할 수도

한미가 북핵 논의를 시작하더라도 순탄치는 않을 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미국 국무부의 한반도정책 라인 인선이 진행 중인데, 웬디 셔먼 부장관과 정 박 동아태 부차관보 두 사람은 모두 북한에 대해선 원칙론적 입장을 밝혀온 인물입니다.

특히 정 박 신임 미국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공직에 임명되기 직전 발표한 기고문에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이루지 못할 짝사랑 같은 약속을 위해 국내 민주주의를 훼손시키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습니다. 대북전단금지법을 겨냥한 발언입니다.

"과거 한국 보수정권이 국가보안법으로 친북 정서를 단속해 민주주의 진영의 입을 다물게 했다면, 문 대통령의 진보 정부는 북한을 향한 유화적인 정책을 위해 반대론자들을 억압하고 있다"고 비교하기까지 했습니다.

대북 원칙론자이자 북한 인권을 중시하는 인사들이 미국 국무부 핵심요직에 포진함에 따라, 인권문제가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북한은 반발할 것이고, 빠르게 북미 대화를 조율해야 하는 우리 정부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 주재로 ‘대미정책소통TF’ 회의를 하는 모습


■ 대미TF 에 일본 담당 참석…'한미일 협력' 요구 대비

정부는 '대미 정책소통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어제(28일) 첫 회의를 했습니다. 외교부 내 북미국, 공공문화외교국, 북핵외교기획단 등이 참여하는 TF에서는 부서 간 정보 공유와 협조를 통해 대미 정책공공외교를 효율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 자리에 일본을 담당하는 김정한 아태국장이 참석한 것이 눈에 띕니다. 미국이 한미일 삼각 협력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하고, 대안을 함께 모색해보려는 취지로 보입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실질적으로 진전시켜나가기 위해선 미국과의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이례적으로 스스로 카메라 앞에 서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어제(28일) 정 후보자는 "한미 동맹 관계는 우리 외교의 근간"이라며, 이를 계속 발전시키는 게 우리 외교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습니다.


■ "미일 정상 통화에서 일본군위안부 소송 논의"

정의용 후보자는 "제가 알기로는 한미 양국 정상 간 통화도 곧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먼저 전화 통화를 한 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로 보입니다.

당초 외교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거의 비슷한 시점에 일본과 한국 정상과 통화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스가 총리와 28일 새벽 1시에 갑작스럽게 전화 통화를 진행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이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미국 새 정상과 통화함으로써 미일 동맹의 견고함을 과시하려 한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자리에서 한반도 문제가 비중 있게 다뤄진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한국과의 논의도 전에 말입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 통화에서 일본군 위안부나 일제 강점기 징용 소송에 문제에 관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을 주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통화에서 일본은 자국의 논리와 입장을 설명했을 수 있습니다. 일본과 전혀 상반된 논리와 입장을 가진 한국 입장에선, '후공'의 입장에서 우리의 논리를 설득시켜야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 직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한 것이 통화 시점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최대한 서둘러서 한미 정상 통화를 진행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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