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감당 못하는 기업도 자사주 매입.. "기업 지속성 훼손 우려"
지난해 코로나19(COVID-19)로 주가가 폭락하던 시기에 빚갚을 돈이 부족한 기업들도 단기 주가부양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같은 관행이 기업의 장기성과나 지속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29일 '코로나19와 자사주 취득 결정요인 및 취득 적정성' 보고서를 통해 "상장기간이 1년 이하이거나 시가총액 분포 하위에 속하는 신생·소형기업과 순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의 자사주 취득이 관측됐다"며 "코로나19 영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사주 취득을 이용한 주주환원이 바람직한 선택인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11일 WHO(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선언하면서 기업의 자사주 취득이 늘었다. 지난해 3월13일에는 당국이 자사주 취득한도 완화 조치를 시행했고 이후 자사주 취득이 급증했다.
2019년 한 해 전체의 자사주 취득(직접 취득 및 신탁 취득 포함)은 262건으로 취득규모는 1조4197억원 상당의 5482만주였다. 그런데 2020년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 취득공시 건수는 503건에 달했고 취득규모는 2조262억원 상당의 1억7478만주에 이르렀다. 12월 결산사 1999개사 중 341개사가 자사주 취득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강 위원은 "신생·소형주의 자사주 취득은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투자기회를 희생해 여유자금을 자사주 취득에 활용할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기업의 장기성장을 위한 투자를 희생하고 단기적 주가상승을 위해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 최근의 자사주 취득은 주가폭락에 대응하고 자사주 취득 규제 완화에 힘입어 임시방편으로 결정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취득된 자사주를 소각해 영구적으로 발행주식 수를 감소시키지 않는 경우 향후 다시 처분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투자자의 지속적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341개의 자사주 취득기업 중 36개 기업이 재정악화로 순이자비용도 충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사주를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충분한 영업이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한계기업은 코로나19로 인한 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자산매각이나 유상증자를 통해 부채를 축소하는 등의 근본적 해결방안을 모색해야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데 부실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주주환원을 위해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계기업 중 자사주를 신규 취득한 기업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이 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아 기업의 장기적 생존보다 단기성과에 관심이 높은 개인투자자의 성향이 자사주 취득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자들은 자사주 취득으로 일시적인 주가상승 효과를 누렸을 수 있으나 향후 경영여건이 더 악화되어 기업 구조조정이 현실화되면 투자자의 손실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아울러 강 위원은 "자사주 취득 결정이 내부자의 사적이익 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었을 가능성을 의심해 봐야 한다"며 "내부자 지분이 높을수록 자사주 취득을 이용하여 기업 통제권을 높이거나 의도적으로 주가상승을 유발하고 이에 편승하여 시세차익을 얻고 증여부담을 완화하는 등 사적 오용의 유인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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