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 멸종되는 미래의 인간 사회, 어떤 모습일까
[경향신문]
·신진작가 이동륜, SF단편집 <인간교> 펴내
공상과학소설(SF)의 큰 매력 가운데 하나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미래 세계를 그려본다는 데에 있다. 현재의 수준에서 실현성을 담보할 수는 없지만, 무한한 상상력을 통해 구성해내는 발전·진화된 과학기술적 요소들도 흥미로움을 자극한다. 사실 언젠가 이뤄질 수도 있는 세계이기도 하다.
SF 작가가 그려내는 그 상상의 미래 세계가 유토피아든 디스토피아든 의미를 가지는 것은 지금 여기 현재를 돌아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다. 현실의 이 시대를 투영함으로써 성찰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신진작가 이동륜의 첫 SF 단편집 <인간교>(씨큐브)가 출간됐다. 표제작이자 대표작인 ‘인간교(人間敎)’를 비롯해 ‘황야의 5인’ ‘바꿔줘’ ‘빌려줘’ ‘목격자’ 등 모두 24편의 단편을 묶었다. 현재 일본 조치대 대학원에 유학 중인 저자는 이공계 전공자로, 2015년부터 이공학과 문학을 접목시킨 SF 스릴러 단편들을 발표해 오고 있다.
표제작 ‘인간교’는 인간이 로봇에 의해 멸종을 맞은 시대가 배경이다. 역설적이게도 마지막 남은 인간 노인은 일부 로봇들에게 종교적 신앙의 대상이 된다. 인간에 의해 만들어져 인간을 학습하고 마침내 인간을 멸종시킨 로봇들이 만든 인간교(人間敎)의 교주가 바로 인간이 된 것이다. 인공지능(AI) 등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벌어지는 지금, 인류를 위한 인간의 진정한 역할 등을 떠올리게 한다.
소설집 <인간교>에 실린 단편들은 대부분 멸종 위기의 인간 세상을 드러내고 있다. 그 인간 세상은 섬뜩하고 또 잔인하다. 돈의 노예가 되거나(‘노인이 되었다’), 사이비 종교에 빠지거나(‘빌려줘’), 로봇으로 일자리를 잃어가는 노동자들은 스스로 로봇화가 된다(‘바꿔줘’). 부에 의한 계급사회, 부패한 권력의 폭압 등도 여전하다. 어쩌면 단편들은 허구 만이 아니라 현재 세상을 비판적 시각으로 예리하게 풍자하는 것이다. 작가는 “때론 섬뜩하고 슬프고 아프다”며 “미래 속에 현실이 있고 현실 속에 미래가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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