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여당 주도의 '재판 개입' 판사 탄핵 추진을 주목한다

연합뉴스 2021. 1. 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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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 탄핵이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추진된다. 머뭇거리던 당 지도부가 의원총회를 거쳐 태도를 확정하면서다. 총의는 의원들의 탄핵소추 발의를 허용하는 쪽으로 모였다. 당론 추진은 부담이라 여긴 결과인데,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다. 자율에 맡겨진 탄핵소추안은 이르면 2월 1일 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탄핵 열차가 본궤도에 오르는 것이다. 재적 의원 3분의 1(100명) 이상이 필요한 발의에는 민주, 정의, 열린민주, 기본소득당 등 여러 정당 의원들이 가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국회법상 시한인 72시간 안에 표결을 거쳐 과반(151명)이 찬성하면 탄핵소추안은 가결된다. 시한을 넘기면 자동 폐기되지만, 표결에 부쳐진다면 174석이라는 여당 의석수만 고려해도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 가결 시 국회는 헌법재판소에 탄핵 심판을 청구하고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동의하면 탄핵은 완성된다.

법관 탄핵 추진은 역대 세 번째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헌정사 최초라는 역사적 의미가 보태진다. 국회의 시도는 그러나 그 자체만으로도 작지 않은 가치를 지닌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로 작동하는 삼권분립 체제에서, 헌법을 어겼다고 비판받는 법관에게 책임을 묻는 행위는 헌법상 선출 권력인 국회에 부여된 책무를 이행하는 것이어서다. 야당의 사법부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는 내용의 헌법을 위반했다고 비판받는 법관의 탄핵 추진까지 그런 차원에서만 보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정의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의 사법부의 독립을 위해서도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노력은 오히려 중요하다. 다만, 당이 주저한 이유로 짐작되는 '이게 그럴만한 사안인가, 해야 한데도 과연 지금이 때인가, 실익은 있는가, 반대하는 야당과의 다른 현안 타협은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 여당의 힘자랑으로 오인돼 역풍을 맞지나 않겠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자기 몫이며 감당해야 할 도전이다.

탄핵 대상이 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 관련 칼럼을 썼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 전 일본 산케이신문(産經新聞)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했다는 혐의가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 재직하던 임 부장판사는 재판장이었던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서 미리 판결문을 보고받고 수정하게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 부장판사는 그러나 작년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는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만,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2심 재판을 받는 임 부장판사는 2월 말 퇴직을 앞두고 있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가 명예롭게 퇴직하여 전관예우를 누리게 하는 것은 정의에 반한다는 것 역시 탄핵 추진의 동력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법농단 판사들을 탄핵해야 한다는 움직임은 진즉에 있었다. 작년 2월 임 부장판사에 대한 1심 선고 직후 당시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이 탄핵 필요성을 치고 나왔다. 훨씬 앞선 2018년 11월에는 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일부 위헌적 사법농단 행위를 탄핵감이라 짚은 바 있다. 그땐 그러나 말뿐이었지 탄핵이 추진되진 않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정이 같으므로 그즈음 20대 국회가 직무유기했다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역으로 현 21대 국회의 슈퍼 여당인 민주당이 4월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명성을 보여주려고 오버한다는 평도 나온다. 여러 불만 섞인 판결을 내놓는 사법부를 손보려고 강성지지층 요구에 떼밀려 과잉대응한다는 식이다. 임 부장판사 변호인도 입장문을 통해 재판에서 여전히 사실관계를 다투는 상황이고 탄핵제도의 목적은 공직 배제이며 헌재 심판은 오래 걸린다는 점 등을 들어 실익조차 없는 탄핵 추진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적기를 놓쳤다는 시기 지연의 문제를 떠올리면 허투루 지나칠 이야기만은 아니다. 주말 숙고를 거쳐 결정될 탄핵 추진 의원들의 책임 있는 후속 행동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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