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직률이 높다면 번아웃을 의심하라

입력 2021. 1. 29.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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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와 잦은 갈등·폐쇄된 조직문화로 스트레스↑
직무스트레스 요인 파악해 문제점 찾아 혁신을
윤동욱 부산대 양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한 달 만에 클리닉을 다시 찾은 A씨는 결국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1년 전 A씨는 다니던 회사에서 동료와의 갈등, 폐쇄적인 조직문화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휴직을 결정했다. 집에 있으니 조금 답답하고 경력이 단절될까 초조하긴 했지만 가족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며 어느 정도 안정을 취했다. 회사에서는 A씨에게 복직하라는 제안을 지속적으로 했고 다시 일을 시작하기로 했다.

하지만 복직을 한 후에도 다시금 예전의 스트레스로 인한 가슴 답답함, 어지러움 등의 신체 증상이 다시 나타났다. 사실 이 부서는 입사 후 1년이 지나기 전에 이직이나 퇴직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A씨는 동료들에 대한 책임감과 미안함 때문에 어려움을 털어놓지 못했다. 하지만 감정이 쌓일수록 지쳐만 갔고, 예민해져 초등학교 4학년인 딸에게도 화를 내는 일이 잦았다. 육아와 직장 일을 모두 해내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변하지 않는 직장 스트레스는 A씨를 고갈시켰고 결국 사직서를 내고 말았다.

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번아웃(Burnout)의 사례다.

세계보건기구(WHO) 정의에 따르면 번아웃은 높은 정서적 탈진, 높은 냉소적 태도, 낮은 개인적 성취감을 동시에 경험할 때 정의할 수 있다. 또한 번아웃은 직무스트레스가 성공적으로 관리되지 않을 때 발전될 가능성이 크고 이를 조기에 관리하지 않으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개인 뿐만 아니라 조직의 손실도 크다. 많은 직장인들이 번아웃에 빠진 후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을 찾게 되는데, 그 전에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점검하는게 중요하다. 물론 피로감과 같이 주관적인 느낌만으로 번아웃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고 우울증과 다른 불안장애와 임상적으로 비슷해 보이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만나지 않고 정확히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꾸준히 개인의 정신건강을 관리하고 번아웃을 예방하는 것이다.

여기에 리더들이 자신의 조직에서 번아웃을 가늠해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만약 반복적으로 같은 부서에 이직·퇴직이 잦다면 조직의 문제로 인한 번아웃를 의심해봐야한다. 번아웃은 개인적 요인 뿐만 아니라 조직적 요인으로 인한 직무스트레스도 간과할 수 없다. 이처럼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직률이 높은 직장은 건강하고 안정된 조직일 가능성이 낮다고 볼 수 있다. 자신이 조직의 리더라면,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조직문화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고, 더 쉽게는 이직률을 낮추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그런데 많은 리더들이 이직으로 인한 손실을 간과하고 있다.

이직으로 인한 직접적 비용으로는 결원에 대한 채용, 선발 비용이 있고, 신규 인력을 뽑은 후에는 교육, 훈련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간접비용으로는 충원되는 기간 동안 업무 공백과 비숙련자들로 인해 생산성 감소, 성장률이 저하되고, 다른 동료들의 심리적 동요 및 사기 저하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이직으로 인해 기업 노하우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고,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어 좋은 인재들이 지원을 꺼리게 된다. 2019년 KSBI 중소기업 동향에 따르면 핵심인력 이직으로 인해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1곳당 평균 손해금액은 6.6억원이고, 대체인력을 키우는데 1인당 5300만원의 비용의 비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몸이 아파서 병원에 오면 원인을 찾기 위해 의사들이 문진과 다양한 검사를 하는 것처럼, 번아웃과 이직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조직의 문제점을 찾고 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계 2위의 회계법인인 어스트앤드영( Ernst & Young사)는 1995년 급성장과정에서 이직률이 20%를 상회했고 이에 직무스트레스 요인을 파악해 6개월간 컨설팅을 실시했다. 직원들의 만족과 인재 유지를 담당하는 부서(office for retention)을 신설해 운영했다. 그 결과 이직률 3% 감소, 200만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두게 됐고 포춘지 선정 미국에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에 선정되어 사회적 이미지도 향상되는 간접효과도 거두게 됐다. 최근 국내에도 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에서 조직문화를 혁신하려는 움직임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조직의 성과를 저해하는 직무 스트레스 요인을 정확히 파악해서 팀원들의 번아웃을 예방하려는 리더들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할 때이다.

이상하게도 우리 회사에 들어온 사람들이 자주 이직을 한다면,번아웃을 의심하고, 조직의 스트레스 요인을 파악하자.

[윤동욱 부산대 양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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