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배달 삼만리' 섬 1만7,000개 인도네시아의 난관

고찬유 2021. 1. 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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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이 파란 냉장 상자 두 개를 들고 소형 여객선 조타실로 들어왔다.

냉장 상자 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92회 분량이 들어있었다.

BBC인도네시아 등이 소개한 아리나씨 사연은 인도네시아가 처한 백신 공급의 단면을 드러낸다.

그러나 보건소까지 배달할 구급차나 구급선은 부족해 일부 지역은 운반 도중 백신 손상 여부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는 냉장 상자를 든 보건 관계자들이 대중교통을 타거나 어선을 빌려 나르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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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도만 6,000개, 밀림 속 오지도 많아
냉장 상자 들고 어선 빌려 운반도
전문가, "백신 유통 안전성 의문"
보건소 직원 아리나씨가 코로나19 백신이 들어있는 파란 상자를 자신이 일하는 섬으로 운반하기 위해 여객선 조타실에 탔다. BBC인도네시아 캡처

한 여성이 파란 냉장 상자 두 개를 들고 소형 여객선 조타실로 들어왔다. 연두색 히잡은 비에 흠뻑 젖어있었다. 공간이 비좁아 상자 하나는 끌어안고 다른 상자는 다리 아래 놓았다. 냉장 상자 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92회 분량이 들어있었다. 배 안은 오토바이, 석유, 각종 자재들과 승객들로 가득 찼다.

이 여성은 인도네시아 아체특별자치주(州) 풀로아체 보건소 직원 아리나씨다. 자신이 일하는 섬으로 백신을 가져가던 참이다. 풀로아체는 인도네시아 서북단인 사방섬 바로 남쪽에 있다. 그는 "육지에서 배로 보통 2시간 걸리지만 날씨가 안 좋으면 4시간이 걸릴 때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백신은 온도에 민감해서 잘 보관하지 않으면 못 쓰게 될 수 있다"라며 "따로 운반할 수단이 없어서 이렇게 여객선 조타실에 탔다"고 말했다. 아리나씨가 운반하는 백신은 중국→자카르타→아체시→아체버사르→풀로아체의 긴 여정을 소화했다.

파란 냉장 상자 안에 들어있는 코로나19 백신. BBC인도네시아 캡처

BBC인도네시아 등이 소개한 아리나씨 사연은 인도네시아가 처한 백신 공급의 단면을 드러낸다. 1만7,0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군도 국가 인도네시아는 사람이 사는 유인도만 6,000여개다. 동서 길이는 5,000㎞가 넘는다. 육지에서 섬으로, 다시 섬에서 섬으로 보내는 일도 힘들거니와 교통수단 없이 한참 들어가야 하는 밀림의 오지 마을도 많다. 현지 보건 전문가들은 백신 유통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백신 유통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부디 구나디 사디킨 보건부 장관은 "코로나19 백신은 냉장 유통 체계 등 이전보다 훨씬 복잡한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라며 "중앙 정부를 비롯해 지방 정부와 민간 기업들의 협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는 13일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을 시작으로 중국 시노백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시노백 백신은 냉장고 표준온도인 2~8도에서 보관이 가능하다. 인도네시아 보건부 자료(2018년 기준)에 따르면 전국 보건소의 92.2%(9,800개)가 해당 냉장 시설을 갖추고 있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1차 접종 2주 만인 27일 중국 시노백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안타라통신 캡처

그러나 보건소까지 배달할 구급차나 구급선은 부족해 일부 지역은 운반 도중 백신 손상 여부를 정확히 확인할 수 없는 냉장 상자를 든 보건 관계자들이 대중교통을 타거나 어선을 빌려 나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 보건 관계자는 "우리는 온도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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