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t]현대차는 '아이폰의 폭스콘'과 다른 길 갈 수 있을까

윤형준 기자 2021. 1. 2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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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후 #Mint
현대차그룹이 자체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현대차그룹

애플이 현대차·기아에 전기차 사업 합작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자동차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의 판을 바꿀 거대한 지각 변동의 전조가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애플에 가려져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애플의 아이폰 위탁 제조사인 폭스콘도 전기차 진출을 선언했습니다. 주식 시장에선 애플카에 대한 기대감이 자라고 있지만, 산업적으론 폭스콘의 전기차 시장 진출이 더 충격입니다. 폭스콘은 내세울 자기 브랜드는 없지만 세계적인 전자 제품 전문 위탁 제조 업체입니다.

폭스콘은 전기차의 뼈대인 ‘플랫폼’을 제작, 여러 업체에 팔 계획입니다.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소형이든 대형이든, 세단이든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든 어떤 차도 만들 수 있습니다. 플랫폼 위에 탑승 공간이 될 차체를 얹으면 전기차가 완성됩니다.

과거 내연기관 시대엔 자동차 전문 회사만 차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엔진 등 핵심 기술을 전부 갖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러나 전기차 시대엔 부품 수도 줄어든 데다, 독점 기술도 사라집니다. 진입 장벽이 낮아졌고, 오히려 ‘규모의 경제’를 갖춘 폭스콘 같은 업체가 좋은 품질의 차를 싸게 만들어 공급할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와 자본만 있으면 누구든 차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겁니다.

자동차는 이미 잘 달리고 잘 멈추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디지털 디스플레이, 첨단 운전 보조 시스템, 카메라와 각종 센서 등 첨단 IT(정보기술)가 탑재돼 있죠. 테슬라는 차량의 OS(운영체제)를 원격 업그레이드하고, 현대차는 전기 SUV 코나의 화재를 막으려 부품 교체 대신 배터리 관리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했습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차 생산이 멈출 만큼 IT는 자동차의 핵심 기술이 됐습니다.

자동차 산업에 점점 더 많은 테크 기업들이 뛰어듭니다. 그들의 기술과 브랜드 이미지가 자동차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입니다. 자동차 시장이 테슬라와 기존 자동차 업계의 경쟁에서 테슬라와 테크 기업 간 경쟁으로 변모할 것이란 말까지 나옵니다. 제조 역량은 안전 등의 이유로 앞으로도 중요하겠지만, 더는 ‘마케팅 포인트’가 되기 힘들 듯합니다. 누구도 아이폰을 ‘폭스콘의 제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요.

현대차·기아가 애플과의 합작을 덜컥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전자 제품 시장의 폭스콘이 될 수는 없다는 고민 때문입니다. 그냥 양산능력만 좋은 회사가 돼서는 미래 자동차 시장에서 생존하고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지극히 불투명합니다. 뛰어난 기술과 브랜드, 고객 감동을 줄 수 있는 회사가 전기차 시즌2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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