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투기로 변질"..청문회 열어 공매도 시스템 뜯어본다[美도 공매도 논란 '시끌']
"헤지펀드, 증시를 카지노화" 비판
일각선 "단순 머니게임" 지적도
의회, 옵션거래 등 현미경 점검
‘월가의 저승사자’로 통하는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이 28일(현지 시간) 게임스톱 사태와 관련해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부자 투자자들은 그동안 증시를 개인 카지노처럼 갖고 놀면서 비용은 다른 사람들에게 치르게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상황을 거대한 헤지펀드 제국에 대항하는 개인 투자자들을 뜻하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보는 데는 회의적”이라며 “이 시점에서 누가 주가조작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거래 정지를 하지 않은 것을 염두에 둔 듯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혼란을 막지 못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워런 상원의원의 생각은 시장의 우려를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1차로는 과도한 공매도 허용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볼 필요가 있고 개선할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와 상원 은행위원회가 게임스톱 사태와 관련, 청문회를 열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원 패널을 이끄는 민주당 맥신 워터스 의원(캘리포니아)은 “우리는 최근 비윤리적 행위로 시장 변동성을 초래한 헤지펀드들에 대응해야 한다”며 “시장을 전반적으로 조사하고 그것(시장)이 헤지펀드와 그 파트너들에 의해 어떻게 조작되는지 살펴야 한다”고 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도 “공매도는 사기”라며 청문회 개최를 지지했다.
하지만 여럿이 함께 대규모로 콜옵션을 사들여 한 달도 안 돼 1,000%가 넘는 수익을 내면서 주식을 팔지 말자고 약속하는 것 또한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많다. 앞서 매사추세츠주 당국은 게임스톱 옵션거래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월가의 산증인이라고 불리는 아트 캐신 UBS 객장 담당 이사는 “게임스톱 사태는 이름만 다른 오래된 게임”이라며 “지난 1902년 북부 태평양 철도에서 대규모 쇼트 스퀴즈가 발생해 주가가 45달러에서 1,000달러까지 치솟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 사례를 들면서 “과거에도 그랬듯 대중을 선동해 헤지펀드를 공격하게 하려는 외부 전문가들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쇼트 스퀴즈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를 한 헤지펀드가 주가가 오르면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 매입에 나서 주가를 끌어올리게 되는 것을 말한다. 게임스톱에서는 쇼트 스퀴즈가 발생해 헤지펀드가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는데 예전에도 투자 전문가들이 비슷한 수법을 쓴 적이 있다는 말이다.
데이비드 트레이너 뉴컨스트럭츠 CEO는 “게임스톱은 의자 앉기 게임이며 나의 조언은 음악이 끝나기 전에 주식을 팔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자 앉기 게임은 참가자보다 1개 적은 의자를 놓고 음악이 끝나면 자리에 앉는 게임이다. 게임스톱 매수에 뒤늦게 뛰어든 개미 투자자는 상황에 따라 극심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과 성전을 하는 것처럼 포장하지만 실제로는 ‘머니게임’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게임스톱은 2018년 이후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순이익률(ROA)이 마이너스다. 최근 내놓은 온라인 중심으로의 전략 변화 역시 하루 수백 퍼센트의 상승률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개미 투자자들이 몰리는 AMC엔터테인먼트의 경우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최근의 주가 상승은 개인 매수와 쇼트 스퀴즈에 의한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미 의회가 청문회에서 공매도뿐만 아니라 온라인 거래 플랫폼과 개인 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시스템 등 시장 전반을 들여다보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억만장자 투자자 리언 쿠퍼먼은 “이 사태(게임스톱)는 사람들에게 좋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눈물로 끝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공매도가 많은 종목을 대상으로 한 개인 투자자들의 ‘황금 러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요건이 까다로워지기는 했지만 개인 매수와 옵션거래를 완전히 틀어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브리엘라 산토스 JP모건 자산운용의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투기적 거래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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