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플루언서] 육식 외길.. 당신의 '고기 본능'을 깨워드립니다

박성기 2021. 1. 29.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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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육식맨'
채널 개설 2년도 안돼 구독자 60만
고기에만 집중하게 하는 영상 컨셉트
육식에 대한 욕망 원초적으로 다뤄
아이돌 '엑소' 카이와 방송해 화제도

채식은 '옳은 것', 육식은 '나쁜 것'으로 여기며 채식을 권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아랑곳 하지 않고 꿋꿋이 육식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육식주의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유튜버 '육식맨'. 그는 육식이 옳고 육식이 최고라며 육식을 권한다.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19년은 '채식주의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로 그 해, 혜성처럼 등장한 육식맨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지 약 6개월 만에 구독자 10만 명을 달성하고 1년 반 만에 50만 명의 벽을 넘었다. 보이스오브유가 국내 인플루언서들을 다각도로 평가하여 랭킹화한 IMR(Influencer Multi-Platform Ranking)에 따르면, 2년도 채 되지 않은 육식맨 채널의 현재 구독자 수는 58만 명, 누적 조회수는 약 7600만 회다. 구독자 수 대비 조회 수가 매우 높고 부정도(싫어요 수)가 상당히 낮은 인기 채널이다.

육식맨은 육식에 대한 욕망 뿐 아니라 다른 욕망들도 한껏 자극하고 그 욕망들을 "내가 다 충족시켜주마"라고 유혹한다. 시청자들은 그런 그의 유혹에 훅 빠져든다. 고기 맛을 다루는 산적 TV 밥굽남, 정육왕, 고기남자 등 다른 유튜버들에 비해 육식맨이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소 고기 요리를 즐겨 먹는다는 인기 아이돌 EXO의 멤버 카이가 최근 육식맨의 구독자임을 밝히고 그를 지목해 콜라보 방송을 촬영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키워드 검색량 분석 플랫폼 블랙키위의 권기웅·나영균 대표는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육식맨'을 키워드로 하는 검색량이 월 평균 1000건 미만이었으나 8월을 기점으로 2배 이상 증가해 현재까지 매월 2000건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며 "이는 대중의 인지도와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육식맨은 다른 유튜버들보다 '육식에 대한 욕망'을 더 원초적으로 다룬다. "오늘 준비한 고기부터 보시죠"라며 단도직입적으로 영상을 시작하는 그는, 고기에만 집중하게 만드는 군더더기 없고 세련된 영상 편집과 음향을 통해 사람들의 욕망을 최대치로 이끌어낸다. 이후 육즙 터지는 고기 요리를 완성해 직접 시식해보이며 '이런 맛있는 고기 맛을 즐기는 낙으로 사는 거다'라는 듯 한 표정을 지어 사람들의 육식 욕망을 충족시킨다.

그의 영상 중 464만 회의 가장 많은 조회 수를 자랑하는 '고든램지 통삼겹 오븐구이 요리'는 이런 방식으로 제작되어 "고든램지 요리를 재현한 유튜버들 중 육식맨이 가장 완벽하다", "제일 만족스럽다"는 시청자들의 평을 듣는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이영미(미국 USC 박사·현 서울대학교 공공성과관리센터 초빙연구원)는 "육식맨은 밀레니얼 세대의 '핫 아이템에 대한 욕망'도 이끌어낸다"고 평가한다. "그는 종종 특이한 고기 부위 혹은 구하기 어려운 재료나 향신료를 사용해 눈길을 끌고, 이 재료들의 구입처와 가격을 공개해 사람들로 하여금 구매하고 싶게끔하는 욕망을 만들어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그의 영상이 게재되고 며칠 내 영상 속에서 사용했던 재료들이 대부분 품절된다. 고가의 명품 팬, 블루투스 온도계, 수비드(Sous-vide, 진공 포장한 음식을 저온에서 천천히 익히는 기법) 머신 등 그가 사용하는 각종 핫한 요리 도구들도 욕망의 대상이 된다. 그의 주요 구독자 층인 10~20대 남성들은 장차 경제적으로 여유를 가지면 육식맨이 쓰는 '핫 아이템'들을 구입해 고기를 구워 먹어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그를 지켜보며 대리 만족을 한다.

육식맨은 '평범한 사람이 하는 비범한 요리'에 대한 욕망도 채워준다. 그는 본인이 대학에서 의상학을 전공한 평범한 회사원이고 평범한 가정집에서 취미로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며 본인처럼 평범한 누구나 맛있는 고기 요리를 할 수 있다고 희망을 준다. 시청자들은 그가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운 요리사가 아니라는 점에 오히려 안도하며 그의 레시피를 따라 해보고 성공 후기를 남긴다. 그의 평범함은 큰 매력 포인트로 작용해, 다른 유튜버들과 달리 유독 그의 영상 아래에는 "친해지고 싶다"는 댓글이 많이 달린다.

소, 닭, 돼지, 양, 칠면조 등 고기라면 가리지 않고 요리해 모든 이들의 마음을 '고기고기'하게 만들고 싶다는 육식맨. 그는 모든 채식주의자들의 경계 대상 1호임이 틀림없다. 육식주의자들의 고기에 대한 열망을 흡족하게 채워주고 있는 그가, 앞으로도 채식을 권하는 사회에 기죽지 않고 더욱 당당한 육식의 길을 걸어가기를 희망해본다.

박성기기자 watne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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