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지긋지긋하다'란 정서에 책임감"..개신교계 사과
[경향신문]
NCCK, YMCA, YWCA 공동 기자회견
“세상 외면받는 교회, 존재가치 상실한 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가 29일 교회와 교회 관련 시설들이 잇달아 코로나19 감염 진원지가 된 것에 사과하고 한국교회에 자성을 촉구했다.
지난 해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을 시작으로 서울 사랑제일교회, 선교단체인 인터콥(BTJ열방센터), IM선교회가 운영하는 비인가 교육시설들, 일부 교회 등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계속 이어지면서 개신교계는 ‘제2의 신천지’라는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다.
이들 3개 개신교 연합기관·시민단체는 이날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교회라고만 해도 지긋지긋하다’는 대중 정서 앞에 통렬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의료진·방역당국의 헌신을 무시하고, 공익을 외면하며, 지역 공동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들을 ‘종교의 자유’란 이름으로 행하는 이들의 죄로부터 한국교회 모두가 자유롭지 못함을 고백하면서 국민들께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는 이홍정 NCCK 총무와 안재웅 YMCA 이사장, 원영희 YWCA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한국 교회가 오늘날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주된 세력으로 인식되는 참담한 현실”이라며 “하루빨리 팬데믹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해온 소상공인들과 시민들, 공무원과 의료진들 앞에 고개조차 들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교회 지도자들이 방역조처를 예배탄압으로 왜곡하며 정치적 사안으로 변질시키고 숱한 가짜뉴스, 음모론을 양산하는 현실 앞에서 영적·정신적 위기에 봉착한 한국기독교의 모습을 뼈저리게 체감한다”며 “온 국민이 나와 이웃을 위해 자기희생의 길을 선택하고 있는 시점에, ‘모이는 예배’의 중요성을 앞세워 저항하는 행위는 신앙의 본질과 집단적 자기중심성을 분별하지 못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웃 생명의 안전을 외면한 채 자신들의 신앙 양태만 고집하는 교회를 어떻게 예수를 따르는 제자 공동체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며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과 그 이후에 세상이 교회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생각하며 어려움을 감수하는 모범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이들 단체는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한 채 섬처럼 떠도는 교회는 선교적 존재가치를 상실한 교회로 더는 세상의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세상의 빛과 생명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 나라 운동의 정신을 노래하기 위해 낡은 ‘거문고’ 줄을 풀고 다시 매겠다”며 “전 지구적 차원의 문명사적 전환기에 한국교회가 한국사회의 든든한 그루터기의 하나로 새롭게 세워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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