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말리는 샤넬, 롤렉스 사랑" 코로나에도 백화점 명품 매출 15.1%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에 2020년 백화점 3사 매출 -9.8%, 명품은 +15.1% 두자릿수 성장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디올, 구찌, 펜디, 고야드, 보테가 베네타….' 백화점 명품관은 2020년 코로나19(COVID-19) 확산에도 불야성이었다. 오히려 해외쇼핑·면세점 수요를 흡수하면서 백화점 매출의 1/3을 책임질 만큼 몸집이 커졌다.

29일 산업자원통상부에 따르면 2020년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 57개 점포의 합산 매출은 2019년 대비 9.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명품관(해외유명브랜드) 매출은 전년비 15.1% 증가하며 코로나19 여파에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명품 외 품목별로 여성캐주얼 매출이 -32%로 가장 큰 폭 줄었고, 여성정장(-25.1%), 남성의류(-19.5%)도 타격이 컸다. 국내 브랜드의 가방·구두를 취급하는 잡화 품목도 -26.7%로 크게 역성장했다. 코로나 불황과 코로나 '집콕' 트렌드에 패션의류·국내 브랜드 패션잡화 소비가 급감한 것이다.

그밖에 아동스포츠, 식품도 10% 마이너스 성장을 했으며 가정용품만 명품과 더불어 10.6% 성장을 나타냈다.

명품은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3월에만 -19.4%로 매출 감소를 기록했고 그밖에는 매월 성장세였다.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했던 7월에는 매출 성장률이 32.5%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한국 시장에서 명품의 인기가 끊이지 않자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은 지난해 5월과 11월 큰 폭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루이비통, 디올, 티파니 등 주요 명품 브랜드도 줄줄이 가격을 올렸지만 명품 가방·의류·스니커즈 등 사치재의 수요는 가격 인상에도 전혀 줄지 않았다. 이에 2021년 신년 초부터 에르메스와 루이비통이 추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샤넬을 사려는 인파가 매일 백화점에 몰려들면서 백화점 오픈과 동시에 매장으로 질주하는 '오픈 런(OPEN RUN)'이라는 기이한 현상마저 나타났다. 가격 인상이 예상될 때면 샤넬을 사기 위해 백화점 개장 전 수백 명의 인파가 백화점 입구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새벽부터 백화점 입구에서 텐트 치고 숙식하며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뜨거운 명품 쇼핑 열기가 이어지면서 국내 샤넬, 루이비통, 롤렉스 매장에 방문해도 인기 모델을 구매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재고가 항상 부족한 샤넬과 롤렉스 매장은 백화점 오픈 런이 상시화됐다. 지난 3월 대구 지역에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될 당시 "위험을 무릅쓰고 대구 신세계백화점에 가서 롤렉스를 구했다"는 무용담이 돌 정도였다.

지난해 10월 31일 오전 10시경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애비뉴엘 명품관 입구에서 사람들이 샤넬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사진=오정은 기자

한국인의 못 말리는 명품 사랑에 이제 명품(각사 분류 기준 해외유명브랜드)이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6.7%에서, 2020년 30%까지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1000명을 넘어선 지난해 12월에는 명품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1%까지 치솟았다.

이에 백화점들은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3대 명품(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과 롤렉스 매장 유치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를 얼마나 유치할 수 있느냐에 따라 백화점의 위상도 달라지게 됐다.

송은희 IAC(이탈리아 아시아 커뮤니티) 대표는 "해외여행을 못 가게 되면서 여행지 현지 쇼핑 및 면세점 쇼핑 수요가 백화점으로 몰리게 됐다"며 "특히 '메이드 인 프랑스' 명품의 계속된 가격 인상이 소비 욕구를 강하게 자극하면서 백화점의 명품 소비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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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은 기자 agentlittl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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