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학교 내 감염 책임지겠다' 왜 말 못하나?

정지형 기자 2021. 1. 2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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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이 올해 1학기부터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 등을 중심으로 등교확대 방침을 밝혔다.

교육당국은 등교 확대 결정 근거로 '안전한 학교'를 내세웠다.

교육당국이 전날(28일) 올해 학사운영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철저한 방역과 각종 지원책을 약속했지만 등교 확대에 따른 위험 부담은 전혀 언급이 없었다.

그런데도 교육수장 누구 하나 나서서 등교 확대에 따른 위험 증가를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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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 확대 방침에 따라 학교 위험 부담 상승
방역과 교육, 조화 이루려면 '위험 감수' 필요
28일 서울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교육당국이 올해 1학기부터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 등을 중심으로 등교확대 방침을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빚어진 학사운영 차질을 고려하면 불가피한 조처다.

학습결손과 교육격차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교육계에서도 등교수업 확대 방향에는 대다수가 동감한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각론에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적지 않지만 교원단체들도 등교 확대에는 환영을 나타냈다.

동시에 학교 현장에서는 걱정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잠잠해졌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최근 광주 등에서 비인가 교육시설발 집단감염이 터진 것처럼 변수도 곳곳에 있다.

온라인 개학 이후 지난해 5월 등교수업이 시작됐을 때도 교실은 살얼음판을 걷는 모습이었다. 학교에서 확진자라도 나올까 봐 교사들은 눈에 불을 켜고 마스크 단속에 나서야 했다. 방역 앞에 교육은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쉬는 시간에도 못 움직이고 마스크를 쓴 채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는 학생들이 안쓰럽다고 말했다. 모둠활동 등 초등 저학년에 필수인 교육에도 제한이 생기면서 학생들은 출석만 찍고 집에 가야 했다.

교육당국은 등교 확대 결정 근거로 '안전한 학교'를 내세웠다. 감염병 전문가로 구성된 '학교방역 평가회'에 따르면 학생 확진자 중 학교 내 감염사례는 7.9%에 그쳤다. 교육을 희생해 얻은 방역 성공이 반가울 수만은 없다.

방역 강도와 교육 효과가 반비례하는 상황에서 등교 확대는 결국 어느 정도까지 코로나19 위험 부담을 안을 것인가 하는 고민을 동반한다. 모둠활동과 토론수업을 하려면 학생끼리 대화와 접촉이 늘어나는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

문제는 누가 이 부담을 감당할 것인가다. 교육당국이 전날(28일) 올해 학사운영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철저한 방역과 각종 지원책을 약속했지만 등교 확대에 따른 위험 부담은 전혀 언급이 없었다.

위험 감수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등교 확대는 불안감만 키울 수 있다. 교사 입장에서는 방어적으로 학급을 운영하는 게 최선이다. 학급에서 확진자라도 나오면 본인만 책임을 추궁당할 게 뻔하다.

지난해 한 시·도 교육청은 관내 학교에 "발열체크를 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실시해 학교 내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해당 학교를 엄중 문책하겠다"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에도 학교에만 방역책임을 떠민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도 "안 시켜도 매시간 발열체크 하고 교실 환기를 한다"면서 "수업 활동으로 집단감염이 발생해도 교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말이라도 한마디 있으면 조금이나마 불안을 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교육수장 누구 하나 나서서 등교 확대에 따른 위험 증가를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떤 교육감은 별도 입장문까지 내면서 교직원 우선 백신 접종만 외치고 있다.

백신보다 교사들에게 더 필요한 것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교육수장에 대한 신뢰다. 책임은 본인이 질 테니 수업에 힘써달라는 교육감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학교 현장의 걱정이 지금처럼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교육당국 요청에도 교직원 백신 접종은 현재로서는 3분기가 유력하다. 교육수장 권한으로 백신 접종 순서를 앞당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 등교 확대에 책임지겠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지금도 가능하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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